[에브리뉴스=김미경 기자]한국의 의료·바이오 기술 수준이 미국·EU 일본과 같은 기술 선도국보다 매우 뒤처진 상황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일부 부문에서는 중국과의 격차도 많이 좁혀졌다.
최성현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이 내놓은 국내 의료산업의 4차 산업혁명 준비수준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한국의 의료‧바이오 기술 수준은 최고 기술 보유 국가인 미국의 77.5%로 평가되고 있다. 또 유럽연합 92.7%, 일본 89.9% 보다 뒤쳐졌다. 중국(69.5%)보다는 8%포인트 높았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파급력이 크거나 기초 기술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신약 및 유전체 기술은 중국과의 격차가 근소했다.
한국의 의료 인공지능 관련 해외 출원 특허 실적도 미미했다. 한국의 의료 기술과 관련, 전 세계 특허를 주도하는 국가의 특허 관할기구인 미국 특허청(USPTO), 유럽 특허청(EPO), 일본 특허청(JPO) 등 삼국특허 등록건수는 미국의 17분의 1, 일본의 5분의 1 수준이며 OECD 전체 삼극특허의 3%로 미미한 편이다.
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해외에 출원된 의료 인공지능 관련 특허는 미국 특허청에 출원된 단 2건에 불과해 미국과 독일보다 현저히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 R&D 투자에서도 한국은 정부 투자와 기업 투자 모두 활발하지 못했다.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정부 의료 R&D 예산은 미국과 영국보다는 낮고 일본, 독일과 비슷한 수준이다.
2015년 OECD에서 집계한 한국의 정부 의료 R&D 예산은 17억8000만달러였다. 이는 총 R&D 예산의 8.4%에 해당한다. 반면 미국과 영국은 각각 한국의 약 20배, 2배 수준이다. 총 R&D 예산에서 의료 R&D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24.1%, 23.4%로 한국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한국의 의료 부문에 대한 기업 투자도 나아 매우 낮은 편이었다. 2015년 기준으로 한국의 의료 부문 기업 R&D 투자액은 16억4000만 달러로 독일의 4분의1, 일본의 10분의 1, 미국의 40분의 1에 불과했다.
의료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다. 2013년 기준으로 한국의 의료 인력은 인구 1000명당 임상의사수는 2.2명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으며 55%가 수도권에 집중됐다. 임상간호사수는 5.9명으로 OECD 국가 중 21위로 OECD 평균인 9.5명보다 적었다.
OECD 2014년 기준, 한국의 기업에서 종사하는 의료 R&D 인력 수는 9328명으로 일본의 4만1209명, 독일의 2만7943명 보다 적었다. 또 의료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인력을 양성도 미국은 1980년대부터 했으나 한국은 2010년 이후 시작했을 정도로 늦다.
의료 빅데이터 활용에 있어서도 제도적 정비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은 일찍이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수집‧활용하기 위한 제도적 준비를 해왔으나, 한국은 지난 3월 ‘민관 합동 보건의료 빅데이터 추진단’을 출범해 추진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보고서는 “한국은 개인정보보호에 민감한 국민 정서에 따라 산업 육성을 위한 의료 정보 활용 제도 개선에 소극적”이라며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관계부처합동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바 있고, 여러 차례 입법화 노력이 있었으나 아직 국민과 산업계에 만족할 만한 해답이 제시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고서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의료 산업의 변화는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산업 육성 및 기술 확보를 위한 조속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의료 관련 기업육성과 R&D를 위한 투자를 확대해야하며 특히 병원-기업 간 협력을 지원하여 의료산업의 성장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ICT 기술이 뛰어난 한국의 강점을 활용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를 발굴·육성해야하고,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의료-ICT 융합 인력을 적극적으로 양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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