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남영진] 캐나다동부기행-① 토론토서 버섯공장으로 ‘성공’한 내 친구 이해신
[칼럼 남영진] 캐나다동부기행-① 토론토서 버섯공장으로 ‘성공’한 내 친구 이해신
  • 남영진 논설고문/행정학 박사
  • 승인 2018.06.15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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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남영진 논설고문]출세(出世)는 “그 친구 출세했네.”와 같이 남들이 인정하는 자리에 올랐거나 부를 쥐었을 때 쓰는 말이다. 타인이 인정해주는 정도의 부러움과 선망이 들어있다. 그러나 성공(成功)은 타인의 평가보다는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했을 때 쓰는 말이다. 어떤 자리나 권력이나 부를 성취했을 때보다 자신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원하던 것을 이루었을 때 쓰는 말이다. 출세는 타자 지향적이지만 성공은 ‘자기 성찰적’이다.

대학 동기 친구가 2001년 캐나다로 이민 가서 버섯을 키워 성공했다고 해서 엄청난 크기의 농장을 가꾸는 줄 알았다. 지난 5월말 그의 큰딸 마리아가 결혼한다 해서 축하차 동기 4명과 3명의 부인 등 7명이 캐나다 여행을 가기로 했다. 지구 반대편인 토론토로 11,789km를 날아가 이 친구 집에서 1주일 묵고 왔다. 우리 친구들 7명만 아니라 대학교수로 은퇴한 처형 부부, 누나와 매형 부부 등 11명의 손님들이 그의 큰 집에서 북적댔다.

주위의 싼 호텔을 잡으려 했으나 이 친구는 한사코 집에서 같이 지내자고 고집했다. 남자 4명과 여성 3명이 한방에서 잤다. 오랜만에 대학시절 농촌봉사활동, 피정, 수련회 때의 추억을 더듬었다. 10여명의 써클 동기들이 결혼해 아이들 데리고 오랜 기간 매번 방학 때마다 좋은 곳을 찾아다니며 합숙하면서 지내 아이들끼리도 친하다. 다음날 ‘삶의 현장’을 보러 그의 ‘버섯’을 보러 갔다. 버섯을 키워 큰 집 2채를 장만해서 한 채는 사위와 딸에게 싸게 넘겼단다. 딸 결혼식을 야외에서 성대하게 치를 정도로 성공한 사업장을 보고 싶었다.

토론토 버섯공장앞서 17년만에 만난 대학동기부부들(사진=남영진제공)
토론토 버섯공장앞서 17년만에 만난 대학동기부부들(사진=남영진제공)

어렵쇼! 검은 차양막이 쳐진 큰 농장이 보일 거라 기대했는데 큰 주차장이 있는 ‘공장’이 보인다. 주차장 입구에 ‘ENVIRO MUSHROOM INCO.’라는 큰 간판이 보인다. 한국서 표고버섯 키우는 곳을 본 적이 있다. 검은 차양 막을 덮고 안에 참나무 통나무를 세워 틈새에 포자를 심어 키웠다. 그런데 여기는 땅이나 밭이 보이지 않았다. 알고 보니 ‘버섯공장’이었다. 공장이라지만 6만평에 가까운 엄청난 부지였다.

이 공장에선 캐나다 사람들이 잘 먹는 새송이, 느타리, 팽이버섯 만을 생산한다. 냄새도 없고 보기에 깨끗한 버섯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송이, 능이, 석이, 표교버섯 등 향기가 있고 좀 쫄깃한 버섯이 더 인기다. 이 작은 버섯들은 톱밥과 영양분을 섞어 만든 배양토를 병에 넣어서 기른다. 배양, 접종, 살균, 발이, 성장, 수확 등 과정을 거쳐 병위에 탐스럽게 자란 버섯을 잘라 기계 포장해 상품으로 만드는 ‘공장형 농장’이었다. 60-80일이면 상품으로 자란다.

대학 때 가톨릭학생 활동을 함께 했던 이해신 사장(65). 이민 와서 2-3년 고생하다가 이후 15년간 오로지 버섯으로 승부해 현재 캐나다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20여명의 한국인 관리자들을 비롯해 중국인 베트남 필리핀인 여성근로자들까지 직원 100여명의 ‘강소(强小)기업’이다. 이제는 캐나다시장뿐만 아니라 국경인 온타리오 호수를 건너 미국의 뉴욕등지에 자동차로 직접 수출까지 한다. 주차장에 뉴욕으로 실어 나르는 냉장차 2대가 보였다. 연매출액이 1억 캐나다 달러로 우리 돈으로는 800억 원이 넘는다.

이후 나이아가라 폭포에 가서 물세례도 받아보고 강 주위 잔디밭에서 고기를 구워먹으며 하루를 보냈다. 토론토 시내의 온타리오 호수와 근처 현지인 성당에서 주일미사도 함께 보았다. 방문단끼리 2박3일의 동부 여행에 나섰다. 수도인 오타와를 거쳐 몬트리올, 퀘벡서 1박씩 하고 돌아왔다. 매일 저녁 집에서 와인파티가 열렸다. 그간 모아둔 비싼 와인과 양주를 아낌없이 내놓았다. 일행 중 외짝인 만능 엔터테이너 최광문이 통기타를 치며 대학시절의 70-80노래를 악쓰며 불렀다. 신 주택지라 옆에는 아직 빈집들이 많아 ‘고성방가’가 가능했다.

이 사장은 금속공학과 출신이다. 이과 출신의 전형적인 엔지니어로 성실하고 정직한 사람이다. 가톨릭학생회서도 성격 좋은 ‘4차원’(?)이라 선후배 모두가 좋아했다. 의정부에서 버스를 타고 학교에 다녔다. 모두 가난한 시절이라 학교 앞에서 막걸리와 생 두부, 라면으로 저녁을 때우곤 했다. 반바지에 허름한 티셔츠 차림으로 써클실에서 마이티를 열심히 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어느 여름방학엔 농촌봉사활동 대장직을 맡아 50여명의 대원을 데리고 시골 공소에서 자면서 땡볕에 담배농사를 돕던 근로봉사도 했다.

유신시대인 73학번이라 전쟁세대와 베이비붐 세대의 ’낀 세데‘라 우여곡절도 많았다. 그는 졸업 후 전공을 살려 중공업회사에 입사했다. 78년-83년까지 한국경제가 커가는 때였으므로 대학졸업 후 회사에 취직하기는 어렵지 않았다.’꼭 막힌‘ 엔지니어라 현장 야근도 마다않고 열심히 일했으나 동료들보다 진급이 늦었다. 문과 출신들은 혈연 지연 학연 등 온갖 연줄을 동원해 진급했으나 그에게는 그런 ’주변머리‘가 없었다. 우리 사회에서는 성실과 진급이 종종 비례하지 않는다.

회사 일에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신경 쓰고 힘들게 살아야 하나? 늦게 결혼해 친구들보다 5-6년 늦게 얻은 두 딸을 보면 제때 시집을 보낼 수 있을까 걱정도 됐다. 그런 중에 캐나다로 이민 가서 버섯을 키워 사업이 꽤 잘 된다는 외삼촌과 상의했다. 외삼촌은 ”캐나다 와서 한 10년 고생하면 먹는 걱정은 끝나고 고교까지 무상이니 걱정 말고 건너오라“며 시원스레 답해 주셨다.

사진 큰딸 피로연장의 이해신사장 부부(사진=남영진제공)
사진 큰딸 피로연장의 이해신사장 부부(사진=남영진제공)

반려인 집사람과 진지하게 상의했다. 집사람이 ”당신 같은 순진한 사람은 한국보다 선진국에 가서 사는 게 더 맞는 것 같다“며 용기를 주었다. 1-2년 학원을 다니며 버섯재배와 영어공부를 했다. 2001년 드디어 캐나다 행 비행기에 4가족 모두 몸을 실었다. 어린 두 딸은 캐나다학교를 다니며 잘 적응했다. 마리아 결혼 피로연장에서 딸과 ’라스트 댄스‘를 추었다. 70년대 유행한 이장희의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곡에 맞추어 껴안고 스텝을 밟다가 눈물을 흘려 축하객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교민들 간의 이심전심 이었을 게다.

밑바탕은 지금까지 캐나다 요양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부인이다. 한국에서 간호사였던 그녀는 그 어려운 캐나다 간호사시험에 합격해 자격증을 땄다. 기본 생활은 해결됐다. 이사장도 뒤도 안돌아보고 열심히 일했다. 그는 아직도 외국인 여성들을 데리고 포장 일을 열심히 관리한다. 가끔 외롭지만 ’재미없는 천국‘에서 이렇게 잘 지내고 있으니 후회는 없다. 큰 딸이 대학을 나와 대우 좋은 IT회사에 취직해 성당에서 만난 사위와 결혼까지 했으니 더 할 나위없다. 작은 딸도 ’남친‘이 있으니... 한국에서와 같이 수시로 성모님께 감사기도를 드리고 있다.

※ 남영진 논설고문은 한국일보 기자와 한국기자협회 회장, 미디어오늘 사장, 방송광고공사 감사를 지내는 등 30년 넘게 신문·방송계에 종사한 중견 언론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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