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김남주 기자]다들 이렇게 얘기 한다. “돈 모을 여력이 어디 있냐? 은행 빚 갚기에 바쁘지.” 돈 모으기 위해 돈 버는 사람은 이제 ‘천연기념물’ 정도로 귀한 시대가 됐다.
돈을 버는 이유는 그저 빚, 은행대출을 갚기 위해서다. 특히 근로소득자들은 월급날 재빠르게 금융권으로 빠져나가는 원금과 이자 때문에 잔고는 거의 바닥을 친다. 또 다음 달 막아야 하는 대출원리금 때문에 지친 몸과 마음을 부여잡고 일터로 향한다.
그런데 피땀 어린 돈이 은행권의 땅 짚고 헤엄치는 이자 장사에 농락당했다는 사실을 알면 인상 쓰지 않을 성인군자는 몇 안 될 것이다.
은행이 대출 이자를 통해 지난해는 37조원 규모, 올해는 40조에 해당하는 수익을 챙긴다고 한다. 대출 위험이 낮은 소매금융, 가계대출 방향으로 대출영업 비중을 높이면서 실적 올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은행들이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챙기는 과정에서 온갖 편법과 술수를 동원해 가산금리(스프레드 : spread)를 높이는 방식을 취해 온 것으로 드러나 금융소비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특히 이런 관행에 대해 금융당국은 두 손 놓고 그동안 무얼 했느냐는 지탄도 일고 있다.
대출금리는 통상 기준금리에다 이 가산금리를 얹혀 책정되는데 가산금리를 높이면 그만큼 은행이 챙겨가는 예대마진 폭이 커져 은행 수익은 늘지만 상대편에 있는 대출 수요자, 즉 소비자들에겐 추가지출이 이뤄지는 셈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1일 발표한 올해 상반기 은행들을 대상으로 벌인 '대출금리 산정체계' 검사 결과를 보면 일부 은행들이 이 가산금리를 부당 적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이 적발한 사례를 살펴보면, 은행은 소득이 낮을수록 상환능력이 떨어진다고 보고 가산금리를 높였는데, 이 가산금리를 붙이면서 대출자의 소득이 있는데도 소득이 없다고 입력하거나 실제보다 적게 입력했다.
또 다른 경우 담보비율이 낮을수록 담보대출의 가산금리를 높게 적용했는데, 담보를 제공한 대출자에 대해 담보가 없는 것으로 전산 입력, 가산금리를 높게 적용했다.
이는 은행권의 금리 결정 과정에서 투명성이 담보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 들이다. 금리 결정 내용을 고객한테 제대로 해줘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전혀 깜깜이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전혀 알 수가 없다는 얘기다.
이제라도 금융당국은 이 같은 사례에 대처키 위해 금융기관들이 소비자들에게 금리 산정 내역서를 제공하는 등 대출금리의 투명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부당하게 부과한 높은 이자는 아예 소비자들에게 환급해 주는 보완책도 내놨다.
이런 대책이 효과를 거둬, 금융소비자들이 내가 내는 이잣돈이 어떻게 정해져 납부하게 되는지 투명하게 ‘알고 내는’ 풍토가 조성돼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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