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외환보유고 $4000억 언덕서 되돌아본 외환위기
[기자수첩]외환보유고 $4000억 언덕서 되돌아본 외환위기
  • 김남주 기자
  • 승인 2018.07.05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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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뉴스=김남주 기자]그때가 ‘문민정부’ 말이었다. 경제사령탑이 TV에 나와 IMF에 의한 ‘경제신탁통치’를 알렸다. 나라간 경제거래에서 ‘총알’(대외지불능력)이 되는 달러가 바닥을 드러냈던 것이다. 국제무역·자본시장에서 대한민국 경제호가 침몰 위기로 몰렸다. 결국 IMF에다 "급전 좀 빌려주세요"라고 긴급 SOS를 타전하게 된 지경에 이르렀다. 달러를 꿔오지 않으면 국가부도(디폴트 : default) 사태가 벌어질 지경이었다.

달러 당 2000원으로 환율은 치솟았다. 시중에서 오가는 금리는 30%를 훌쩍 넘어섰다. 그건 약과였다. 문제는 실업률이었다. 좀 과장에서 ‘서너 집 걸러서 가장이 논다’는 얘기가 돌았다. 직장인들은 차마 ‘짤렸다’는 말을 못했다. 대신 메소드 연기자가 돼 산으로 발길을 향했다. 그래서 집에선 몰랐다.

대마불사(大馬不死)란 말도 무색했다. 재벌은 안 쓰러진다는 신화도 전설이 됐다. 몇몇 대기업들이 쓰러지면서 그 여파로 계열사, 그 아래 하청, 재하청 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졌다. 받은 어음이 비수가 돼 사업주와 종업원을 찔러댔다. 기업들의 부도 도미노가 쓰나미를 이뤘다. 이혼하는 가정이 늘었고, 그때 그 사람들은 ‘자연인’이 돼 가끔 요즘 텔레비에 얼굴을 내비친다. 같은 고통을 겪은 이들에게 아픈 추억의 단편을 건넨다.

1980년대 중반부터 1996년까지 대한민국은 ‘단군 이래 최대 호황기’라고 불리던 시절을 누렸다. 외환보유고가 300억 달러를 유지한다면서 별무 걱정이었다. 그러나 실상은 정부 발표 외환보유액의 다섯배가 넘는 1700억 달러라는 막대한 외채가 뇌관으로 도사리고 있었다.

외환위기 도래 직전 1997년 10월과 11월 사이 정부는 환율 급등을 막기 위해 118억 달러를 외환시장에 쏟아 부었다. 환율을 잡기 위해 달러를 막 풀어대니, 결국 대외부채상환용 외환마저 모두 다 써버려서 추후에 만기도래하는 외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실탄 없이 국제시장에 맨몸으로 서있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당시 외환보유고는 39억 달러 수준이었다.

지난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4000억달러 고지를 넘어섰다. IMF 때보다 100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달러가 고갈돼 국가부도 위기를 맞이한 지 20여년이 지난 현재 우리나라 곳간이 ‘안전자산’으로 가득 찬 모습이다.

우린 이제 세계 9번째로 달러를 많이 가진 나라가 됐다. 지불능력(solvency)이 빵빵한 만큼 얕보이지 않게 됐다. 우리 경제에 대한 대외신인도도 많이 높아지게 됐다.

이건 우리가 노력한 대가다. 전 국민이 나서서 동참한 ‘금 모으기’에서부터 부단한 수출신장 노력에 의한 경상수지 흑자, 그리고 ‘Buy Korea' 대열에 나선 외국투자자금의 유입 등이 켜켜이 누적돼 이뤄낸 쾌거다.

(뉴스1)
(뉴스1)

IMF의 아픔을 겪고, 우리 경제는 많이 성숙했다. 다시는 그 고초를 겪지 않아야 하며, 그러기 위해 그 아픔을 시나브로 언뜻언뜻 되새겨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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