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태수] “언제까지 보복이 두려워 가면을 쓰고 촛불을 들어야 하는가?”
[칼럼 김태수] “언제까지 보복이 두려워 가면을 쓰고 촛불을 들어야 하는가?”
  • 칼럼니스트 김태수
  • 승인 2018.07.16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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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 김태수]마침내 양대 국적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와 대한항공 직원들이 지난 주말 박삼구 회장과 조양호 회장의 퇴진을 겨냥한 ‘총수 및 경영진 규탄 집회’를 열었다. 두 항공사 직원연대는 규탄 집회를 '함께 가자 갑질 격파 문화제'로 정의했다. 온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총수 일가의 갑질을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낸 것이다.

이번 규탄집회는 두 항공사 직원들이 연대해 공동개최했다. 앞서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두차례 주최한 촛불집회에 대한항공 직원들이 참석해 힘을 실어주었으나 두 항공사 직원들이 공동으로 규탄집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대로 총수 일가의 부적절한 행태를 방치할 경우 국적항공사의 경영 부실과 브랜드 이미지의 추락을 우려한 두 항공사 직원들이 다시 한번, 그것도 대한민국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 앞에서 대통령과 국민에게 호소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주최측은 이날 집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두 회사의 정상화와 총수 일가의 퇴진을 촉구하는 편지를 써 종이비행기로 날리는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참석자들은 집회에서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지 못하는 기업의 조직문화를 성토했다. 그같은 기업문화가 승객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면서 총수 일가의 퇴진을 촉구했다. 시민들의 촛불이 세상을 바꾸는 상황에서 총수 일가만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개탄한 것이다.

‘땅콩회항’ 사건으로 잘 알려진 직원연대 대표인 대한항공 박창진 사무장은 “사람이 먼저라고 말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두 항공사 직원들의 고충들, 안타까운 사연들을 듣고 나라의 제일 큰 어른으로서 한마디 해 주기를 바란다”고 청와대에 사태 해결의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날 집회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마음은 착잡했다. 대다수 참석자들이 손에는 촛불을 들었지만 신원이 노출되면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해 가면이나 마스크, 선글라스로 본인들의 신원을 감춰야 했기 때문이다. 촛불혁명을 이뤄낸 대한민국에서 정작 국민들은 스스로를 드러내놓고 하고싶은 말도 제대로 못하는 나라인가? 하는 자괴감이 든다.

한 참석자는 “우리가 약해서 갑질을 당해왔다. 약하지 않으려면 단결해서 싸워야 하고, 법이 정한 노동조합을 통해 쟁의하고 힘을 모아서 법의 틀 안에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 역시 자신을 가면을 쓴 채 무대에 올랐다.

“도대체 언제까지 보복이 두려워 마스크를 쓰고 촛불을 들어야 하는가?” 하는 참담한 상황이 지금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 한복판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촛불혁명으로 세워진 정부당국은 적어도 이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도 집회에서 정당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정부당국은 사측의 보복행위 등 부당노동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강도 높은 조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적어도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행사가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휘둘리는 사태가 방치돼서는 안될 것이다.

 

필자: 김태수

한국인터넷신문기자협회 사무총장/전 세계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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