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남영진] 방콕기행-① 스쿰빗지역에 빙수집 ‘바닐라 스노우’로 성공한 김경환사장
[칼럼 남영진] 방콕기행-① 스쿰빗지역에 빙수집 ‘바닐라 스노우’로 성공한 김경환사장
  • 남영진 논설고문/행정학 박사
  • 승인 2018.08.06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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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남영진 논설고문]서울의 종로통같은 방콕의 중심도로는 스쿰빗 도로다. 원래 방콕 제1의 간선도로는 방콕항부근인 ‘팔람시’(라마 4세,영화 ‘왕과나’의 주인공)였는데 방콕 전철 1호선인 스쿰빗 지상철이 생기면서 그 밑의 도로가 중심로가 된 것이다. 스쿰빗 라인의 시암(SIAM) 아속(ASOK)역과 공항철도 마카산(MAKASAN), 지하철 라인 펫부리(PHETCHABURI)역이 도심서 만난다. 이 지역에 한국인들이 많이 산다.

▲사진1=가게를 보고 있는 김경환 사장.
한글 간판이 보이는'바닐라소노우'의 가게 입구(남영진 제공)

태국의 도로체계는 간선도로에서 들어가는 골목마다 오른쪽은 짝수, 왼쪽은 홀수번호를 붙여 길 찾기가 쉽다. 이 도로는 스쿰빗 21이다. 스리나카린위롯(Srinakharinwirot)대학이 있고 길건너에 ‘스쿰빗 리빙타운’이라는 주상복합 건물이 있다. 대학이름이 너무 길어 한국인들은 줄여 ‘머쏘우’대학이라 부른다. 교문 입구부터 캠퍼스 내 길 한가운데 천막상가가 있다. 매주 목요일엔 종일 번개시장이 선다. 대학 길 건너 스쿰빗 리빙타운 주차장에 들어서면 1층에 ‘바닐라 스노우’(vanilla snow)라는 한글간판이 보인다.

바닐라스노우는 빙수집이다. 그런데 이 가게 주인 김경환 사장(64)은 빙수만 아니라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각종 커피와 벨기에 와플까지 판다고 자랑한다. 메뉴에 과일빙수는 많지만 팥빙수는 안 보인다. 태국인들은 우리 입맛에 맞는 달콤한 팥 앙금 식감이 안 좋아 별로 즐기지 않는다. 대신 우유얼음인 빙설위에 망고 멜론 등 열대과일을 듬뿍 얹어 준다. 우리 설빙과 비슷하다. 보기에도 시원하다. 필자와 고려대 동기로 토목공학과 출신인 김사장에게 어떻게 방콕에 빙수집을 내게 됐냐고 물어 보았다.

“사는 게 우연의 연속인 것 같아. 대학졸업 후 현대걸설에 입사해 곧바로 쿠웨이트 건설현장에 배치됐지. 10년 정도 근무하다 외국회사에 스카웃 됐어. 또 18년간 중동지역에서 골조공사외의 모든 내장 인테리어공사를 맡았지. 외국계 회사라 1년에 2-3번씩 휴가를 주어 12시간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드나들었는데 지겨워서 중간에 방콕에 들러 골프도 치고 관광도 했지. 외국생활 30년 정도 되니까 서울이 점점 낯설어 지더라구.” 그는 중동과 서울의 딱 중간에 은퇴 후 삶의 터전을 마련한 셈이다.

가게를 보고 있는 김경환 사장(남영진 제공)
가게를 보고 있는 김경환 사장(남영진 제공)

그래서 방콕에 자주 들르게 된 것이 첫 번째 인연이다. 두 번째는 골프매력이다. 쿠웨이트에 골프장이 하나있어 운동 잘하는 부인과 수시로 다녔다. 잘 치지는 못하지만 재미있어 자주 다녔는데 같은 골프장이라 좀 지겨웠다. 부근 바레인과 두바이에도 골프장이 있지만 비행기로 다녀야하니 언감생심. 그러나 태국에 올 때면 숲과 물이 있는 골프장 경치가 환상적이었다. 방콕주위만 해도 200여개의 골프장이 있느니 값도 훨씬 싸 맘대로 즐길 수 있었다.

세 번째 우연은 태국관광공사에서 시행한 타이항공권 추첨에 당첨된 것. 15년 전인 2003년께 쿠웨이트서 방콕에 오는 타이항공을 탔는데 300여명 승객 중 왕복여행권에 당첨된 것. 공짜로 와서 1주일 지냈는데 음식도 싸고 맛있지만 사람들도 온순해 보였다. 매일 골프장을 바꿔 칠 수도 있어 방콕매력에 푹 빠진 것. 육식을 좋아하는데 특히 돼지고기가 맛있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방콕에서 살 생각은 없었다. 자주 비행기 표를 부탁했던 여행사 직원과의 인연이 또 있다.

3년 전 귀국 때 예술의 전당 공연을 보러갔다 초청한 교회 장로님이 끝나고 소개할 사람이 있다며 느닷없이 삼청동 카페로 데려갔다. 소개받은 분이 태국에 빙수집이 잘되니 동업을 제안했다. 믿을 수 있는 장로님 소개라 얼결에 반반씩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그간 방콕에 익숙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2015년 여름 쿠웨이트로 돌아가는 길에 1달간 여행사 후배와 함께 방콕 도심을 샅샅이 뒤졌다. 그때 점찍은 곳이 지금 이곳 바닐라스노다.

본인은 빙수가 별로라 먹어본 적이 거의 없고 커피도 하루 한잔 정도다. 그런데 빙수연구를 하고 2016년초 방콕 가게 인테리어를 끝내고 오픈하려는데 동업자가 못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캄캄했다. 포기할까 고민하는데 고려대 다니는 아들이 하자고 강력히 추진했다. 공대 다니는 아들이 6개월간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고 자기도 이런 카페를 운영해보고 싶었다 한다. 오픈하자 아들은 휴학하고 건너와 입대전 지난 1년 반 레시피를 담당했다. 거의 카페 운영을 맡아줘 부모들은 힘 안들이고 자리를 잡았다. 이게 ‘필연적인 우연’이다.

나도 딸이 방콕에서 직장을 다니는 바람에 6년 전부터 매년 여름, 겨울방학 때 집사람과 같이 1달 이상씩 방콕에 머물렀다. 처음엔 날씨가 덥고 거리가 좀 지저분한 것 같아 좋아하지 않았으나 점차 익어지니 살기가 편했다. 3년 전쯤 한류를 타고 도심에 ‘설빙’이 진출하면서 한글로 된 빙수집이 잇달아 들어섰다. 그런데 이번에 보니 ‘바닐라 스노’, 그리고 공항근처 랏크라방 일본 쇼핑몰에 있는 ‘한빙고’(사장 김인수)등 큰 집만 남고 거의 문을 닫았다.

그냥 버텨왔다는 김사장에게 비결을 물었다. “결국 맛으로 승부해야지. 한국 사람들만 보고는 장사 못해. 고객의 95%가 태국인인데 그들이 좋아하는 망고나 멜론 등 과일은 최고급에 신선해야지. 그리고 끊임없이 대학생들이나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는 새 메뉴를 개발해야돼. 두 달 전에 선보인 와플이 이번 여름 먹혔지. 한국에 와있는 포루투칼인 쉐프에게 벨기에 와플 레시피를 전수받아 선보인 게 꽤 잘나가 기분이 좋아.”라며 맛을 보란다.

그는 3대째 개신교집안이다. 그는 빙수 집을 성공시킨 이런 5가지 우연이 하느님의 은총이라 믿고 있다. 결정을 할 때마다 기도를 통해 신앙적 확신을 얻고 일을 시작했단다. 앞으로 집사람이 모교인 숙명여대에 개설돼있는 프랑스 요리학원인 ‘르 꼬르동 블루’에서 더 공부하겠다고 한다. 이제 자리가 잡혀 태국인 직원들 데리고 당분간은 혼자서도 가게를 꾸릴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저녁에 가게와 집 사이에 있는 식당에서 삼겹살을 사주며 털어놓은 자신감이다. 친구로서도 부러운 은퇴생활이다.

※ 남영진 논설고문은 한국일보 기자와 한국기자협회 회장, 미디어오늘 사장, 방송광고공사 감사를 지내는 등 30년 넘게 신문·방송계에 종사한 중견 언론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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