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공식 사퇴 “정치 논란과 행정공백 최소화 위해”
오세훈 공식 사퇴 “정치 논란과 행정공백 최소화 위해”
  • 신종철 기자
  • 승인 2011.08.26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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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에 모아주신 민의의 씨앗들을 꽃피우지 못한 것은 저의 책임”
[신종철 기자] “존경하는 시민여러분, 저는 주민투표의 결과에 책임을 지고 오늘 시장직에서 물러나고자 합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6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별관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의 거취로 인한 정치권의 논란과 행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즉각적인 사퇴로 저의 책임을 다하겠다. 이것이 국민의 뜻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공식 사퇴 입장을 밝혔다. 오 시장은 “어려움 속에서도 215만 시민여러분께서 투표장을 찾아주셨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민투표는 그 결실을 이루지 못했다”며 “대한민국 복지방향에 대한 서울시민의 뜻이 어디 있는지 결국 확인하지 못하고 아쉽게 투표함을 닫게 된 점, 매우 송구스럽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그는 “투표에 모아주신 민의의 씨앗들을 꽃피우지 못한 것은 저의 책임”이라며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시작은 우리시대 복지이정표를 세우겠다는 신념이었지만 제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것 또한 오늘의 민심이라고 생각한다”고 투표 결과를 수용했다. 이어 “그러나 시민여러분. 이번 주민투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에 새로운 지평을 열기도 했다”며 “이번 주민투표는 제가 제안했지만 시민 여러분의 현명한 판단과 결단으로 시작됐고, 81만 서울시민은 최초의 주민청구형 주민투표라는 의미 있는 기록을 만들어, 대한민국에 새로운 민주주의가 열리는 계기였다”고 자평했다. 오 시장은 “독재시대를 넘긴 민주주의는 인기영합주의를 극복해야 한 단계 더 발전하기 때문”이라며 “그 분들의 열정과 애국심은 주민투표의 결과로 희생되지 않고, 과잉복지를 경계하는 역사의 상징으로 민주주의의 새 전기를 만들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자신의 투표의지를 드러내기 어려운 환경에서 차마 투표장에 오지 못한 분이 계셨다는 소식은 참으로 안타까웠다”며 “우리 사회에 만연된 편 가르기가 투표장으로 향하는 시민들의 발길을 막지 않았는지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깊이 자성하게 됐다”고 투표불참운동을 꼬집었다. 또 “갈등과 분열의 정치문화를 건강한 담론의 정치문화로 바꿔 나가는 것이 앞으로 제게 주어진 또 하나의 책무라는 것도 통감했다”며 대화와 타협이 부족했음을 인정했다. 오 시장은 “이번 주민투표를 통해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복지방향을 우리 스스로 고민하고 토론해온 지난 몇 개월이 결과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그리고 과잉복지는 반드시 증세를 가져오거나 미래세대에게 무거운 빚을 지웁니다. 또는 그 둘을 한꺼번에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 무상급식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저는 표 앞에 장사 없다는 말씀을 여러 차례 드렸다. 유권자가 막지 않는다면 총선과 대선에서 선심성 복지공약이 난무하게 될 것”이라며 “이렇듯 증세와 미래세대의 빚 또는 그 둘을 책임지게 될 최대의 희생자는 그 누구도 아닌 ‘평범한 시민, 바로 나’가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오 시장은 “저는 이 점을 경고하기 위해 지난 1년간 과잉복지와 그토록 고통스러운 싸움을 전개해 왔다”며 “저의 사퇴를 계기로 과잉복지에 대한 토론은 더욱 치열하고 심도 있게 전개되길 바라며 그 재정의 피해는 평범한 시민들이라는 사실을 가슴에 새기시기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저는 지난 5년간 서울시정을 이끌면서 지금껏 걸어온 정치인으로서 일생 중 가장 역동적이고 보람 있는 시간을 보냈다”며 “시민 여러분께서 재선의 영광을 줬지만, 안타깝게도 임기를 완수하지 못해 죄송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저는 오늘 물러서지만 주민투표에 참여해 용기 있게 소신을 밝혀주신 215만 유권자의 민의는 사장(死藏)되지 않도록,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 모두가 존중해 주시길 당부 드린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현재 서울이 추구해야 할 가치에 대해 충언을 드린다”며 “21세기 도시 흥망은 ‘아름다움’으로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름다움의 가치’를 전시행정으로 폄하하는 한 서울은 초일류도시, 품격 있는 세계 도시로 성장해 나갈 수 없다”며 자신의 ‘디자인 서울’ 정책을 강조했다. 또 “삶의 휴식공간을 늘려가고 다듬는 일을 토목건축이란 이름으로 깎아내린다면 서울시민의 안전과 삶의 질은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없다”고 자신의 정책에 반대했던 세력을 지적했다. 오 시장은 “어려운 분부터 보듬어가는 복지정책을 포기하고 같은 액수의 복지혜택을 모든 계층에게 현금 분배식으로 나눠주는 복지를 추구하는 한, 어려운 분들이 중산층이 될 수 있는 사다리는 빈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야당을 겨냥했다. 그는 끝으로 “저는 우리 서울이 아름다운 품격을 갖춘 존경받는 세계도시, 어려운 분들이 먼저 배려 받는, 시민이 행복한 도시가 되기를 갈망한다”며 “그동안 시민여러분께서 베풀어주신 성원에 진심으로,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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