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유영철 기자]“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조국 씨를 법무부장관에 임명했다. 이날 오후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조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문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6분 넘는 대국민연설도 덧붙였다. 임명장을 받은 조 장관은 곧바로 경기도 과천시 법무부로 내달려 도열한 부처 공무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취임식을 가졌다.
조 장관이 후보자로 지명된 지 한 달 만에 가진 취임식을 끝으로 이른바 ‘조국 사태’는 일단락된 양상이다.
문 대통령은 조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어휘 혹은 논리는 조 장관도 그동안 자신을 둘러싼 숱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앞세웠던 방패다.
그런데 언필칭 ‘명백한 위법행위’라는 것은 언제, 어떻게, 누구에 의해 판명 또는 판정되는가.
조 장관이 가문의 영광이 될 임명장을 받던 날, 한때 문 대통령과도 한솥밥을 먹었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자신의 성폭행 혐의에 대한 대법원 판결문을 받았다. 징역 3년6개월! 실형이 선고됐다. 지난해 3월5일 여비서 김지은 씨의 첫 폭로 이후 552일 만이다.
‘명백한 위법행위’로 판정나기까지 1년 반 걸렸다. 현행범이 아닌 이상, 한 사람의 ‘명백한 위법행위’를 밝혀내고 최종 판정을 내린다는 것이 얼마나 긴 시간과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느끼게 한다.
안 전 도지사의 경우도 그랬던 것처럼, 검찰은 지금 조 장관과 그 주변에 대해 제기된 의혹 중 ‘위법행위’를 가려내려는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이 아무리 강철같은 의지와 빛의 속도로 치고 나간다 해도 조 장관 쪽의 과거 의혹들 가운데 “명백한 위법행위”를 밝혀내는 것, 또 설사 밝혀냈다 해도 그것을 법원에서 최종 판정 받는 것은 21대 총선도 지나 한참 뒤의 일이 될 것이다.
검찰이다 야당이다 언론이다 길길이 뛰며 사방팔방으로 들이대봐야 “명백한 불법행위가 없다”는 조 장관은 별 탈 없이 장관직을 수행할 것이다.
헌법에 또렷이 박힌 대로 대한민국은 법치(法治)국가다. 국민을 다스리고 정죄하는 모든 과정은 법에 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다. 한 사람의 어떤 소행이 ‘명백한 불법행위’로 판정나기 전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 그동안 그는 어떠한 불이익도 받아서는 안 된다.
이 같은 헌법정신 안에서, 문 대통령의 조 장관 임명은 백 번 천 번 적법(適法)하다. 조 장관은 그 어떠한 “명백한 위법행위”도 밝혀진 게 없으며, 대통령 또한 모든 적법절차에 따라 그를 장관으로 임명했을 따름이다.
안 전 도지사 판결도, 문 대통령의 조 장관 임명도 대한민국이 법치국가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헌법이 규정하고 보장한 법치국가에서 “명백한 위법행위 없이” 살아온 사람을, 합법적 절차에 따라 장관에 임명하는 데 도대체 누가 시비를 걸 텐가.
그러나 …후보자로 지정돼 임명장을 받기까지,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조 씨의 입각기(入閣記) 전 과정을 통해 국민들은 기가 막히게 요긴한 처세술 하나를 속으로 확실히 새겼을지도 모른다.
‘입으로야 뭔 얘기를 못해. 어차피 세상 다 그런 거여. 공평? 공정? 정의? 웃기셔. 아, 난 잘못한 것 없으니, 법대로 하셔 ―!’
에브리뉴스 EveryNews에서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받습니다.
이메일: everynews@kaka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