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김찬희 기자] 최근 쌀쌀한 날씨와 줄어든 일조량으로 겨울철 우울증 환자가 급증한 가운데 막상 우울증 환자의 항우울제 소비량은 전세계 최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추울 날씨 때문에 활동량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지만 매년 특정한 기간에 우울한 증상이 계속되는 계절성 우울증(Seasonal affective disorder)은 정서적 요인보다 일조량이 줄어드는 겨울에 행복한 기분을 들게 하는 호르몬 ‘세로토닌’과 ‘도파민’의 분비가 줄어 일상 속 우울감과 전반적인 무기력을 느끼게 된다. 심한 경우 불면증과 식이장애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우울증에 관한 사회적 인식이나 인지도 저하로 인해 신경정신과 방문을 기피하는 등 적절한 처방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2014년 직장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직장 내 우울증 조사’에서 우울증으로 진단받은 비율이 전체 7%로, 호주 26%, 캐나다 21%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아주 낮은 비율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는 지난 11월 중앙자살예방센터에서 조사한 지난해 정신과적 문제로 극단적 선택을 한 사망자 4171명(전체 사망자 1만3216명 중 31.6%)의 통계와, 통계청이 2015년에 발표한 한국사회동향보고서 최근 한 달간 우울감 경험이 있었다고 밝힌 비율이 OECD국가 중 높은 편인 13.2%, 그리고 2003년부터 꾸준히 1위를 기록하는 자살율을 보아 우울증의 유병율이 외국보다 낮다기 보다는 여러 요인으로 인해 우울증 진단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OECD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신의료서비스 이용률은 15.3%에 불과했으며, 이는 미국 39.2%, 뉴질랜드 38.9% 등 여러나라의 절반도 안되는 수치다. 주요국 항우울제 소비량은 인구 1000명당 하루 복용량으로 봤을 때 캐나다 110.3, 호주 109.2에 비해 한국은 치료가 필요한 환자 5명 가운데 1명 꼴인 22에 그쳤다.
이에 우울증을 포함한 포괄적인 정신적 문제에 대한 사회안전망 구축과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아시아 투데이 언론사에서 권준수 서울대학교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우울증 환자에게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말은 굉장히 위험한 말”이라며 “본인이 신체·정신적인 이상을 느꼈을 때,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본인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울증 환자를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완벽히 갖춰진다 해도 사회적 인식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서는 효과가 없을 수 있다”며 “우울증이 치료를 받아야 하는 병이라는 인식과 ‘정신과 진료’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 개선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10월에는 허태정 대전시장과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 등은 대전지역에 전국에서 처음으로 정신과적 응급상황에 대한 24시간 대응체계 구축을 위해 ‘정신응급의료기관’과 ‘현장대응팀’이 신설되는 내용이 담긴 '정신응급의료기관 지정·운영'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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