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대학교 운동선수 인권실태 조사, “성폭력 피해 경험 473명”
국가인권위원회 대학교 운동선수 인권실태 조사, “성폭력 피해 경험 473명”
  • 김찬희 기자
  • 승인 2019.12.17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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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폭력‧신체폭력‧성폭력 모두 초중고 학생선수의 2~3배

[에브리뉴스=김찬희 기자]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은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회원대학을 중심으로 총 102개 대학, 7,031명의 학생선수에 대한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수행했다. 응답률을 71%로 4,924명(남 4,050명, 여 674명)이 참여했다. 인권위는 응답결과 분석자료 외에도 추가 개방형 질문 조사와 대학교 운동선수 28명에 대한 개별면접 등을 토대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1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스포츠 인권 선서의 날에서 참석자들이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제휴=뉴스1
1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스포츠 인권 선서의 날에서 참석자들이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제휴=뉴스1

대학교 운동선수의 성폭력 피해 경험자는 9.6%(473명)으로, 초중고 선수 피해실태 (초등학교 2.4%, 중학교 5%, 고등학교 4%)보다도 훨씬 높게 나타났다.

성폭력 피해는 주로 ‘특정 신체부위의 크기나 몸대 등 성적 농담을 하는 행위(4%, 203명; 남 3%, 여 9.2%)’, ‘운동 중 불쾌할 정도의 불필요한 신체접촉 행위(2.5%, 123명; 남 2.2%, 여 3.3%)’ 순으로 나타나 여학생이 언어적인 성희롱의 위험이 더 큰 것으로 집계되었다. 반면 남자선수의 경우는 ‘누군가 자신의 신체 일부를 강제로 만지게 하거나 마사지, 주무르기 등을 시키는 행위(4.3%,176명)’와 같은 신체적 성폭력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여자선수들이 경험한 언어적 성희롱의 가해자는 주로 남자선배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여자선배가 뒤를 이어 위계적 문화의 폐해를 고스란히 반영했으며, 남자선수들이 경험한 신체적 성희롱은 남자선배, 남자코치, 남자감독 순으로 나타나 동성 간 성희롱도 빈번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자선수들은 언어적 성희롱을 당하는 장소로 훈련장을 꼽았는데 이는 훈련장이라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성적 대상화되는피해를 입어 그 심각성이 더하다고 할 수 있다. 남학생의 경우 신체적 성희롱을 주로 숙소에서 경험했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동성의 선배와 함께 거주하는 구조에서 위계에 의한 성희롱이 발생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가슴이나 엉덩이, 성기 등을 강제로 만짐(1.2%)’, ‘신체부위를 몰래 혹은 강제로 촬영함(0.7%)’과 같은 피해의 정도가 심각한 강제추행이나 불법촬영에 해당하는 성폭력도 조사되었으며, 성폭행에 해당하는 ‘강제로 성행위(강간)를 당한 경우’도 2명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소극적인 대처에 그치는 경우는 여전히 심각했는데 여자선수의 경우 ‘아무런 대처를 못했다(34%, 42명)’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남자선수의 경우 ‘싫은 내색을 했다(49%, 137명)’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성희롱과 성폭행 가해자가 행위별로 차이가 있으나 주로 선배선수가 주 가해자로 나타나는데, 이는 선후배가 한 방에서 생활함에 따라 저학년 선수들이 고학력 선수들의 잔심부름 등을 도맡아 하거나 통금, 점호 등 과도한 통제에 따른 자기 결정권을 제한하는 등 선배를 정점으로 하는 위계문화가 만연한 대학교 운동선수들 내부에 성폭력 피해를 포함한 일상적인 폭력과 통제가 심각함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인권위는 합숙소 경험이 높을수록 성폭력과 일반적인 폭력 경험이 높게 나타난다고 밝혔으며, 성희롱 경험이 높을수록 성폭력 경험도 높게 나타나 이는 성희롱이 성폭력으로 발전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인권위는 유니세프한국위원회와 함께 지난 13일 폭력, 폭언 등 인권침해 없는 스포츠를 만들기 위해 ‘스포츠인권 선서의 날’행사를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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