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투 운동’ 선구자 이토 시오리 승소
‘일본 미투 운동’ 선구자 이토 시오리 승소
  • 김찬희 기자
  • 승인 2019.12.20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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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뉴스=김찬희 기자] 지난 18일, 일본 ‘미투’ 운동의 선구자인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이토 시오리가 자신을 성폭행한 전직 TBS방송 고위 간부인 야마구치 타카유키에 1100만 엔(약 1억 1,702만 원)의 손해 배상을 요구한 소송 판결에서 도쿄 지방 법원이 “야마구치와 이토의 성관계가 합의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라며, 이토에게 330만 엔(약 3,511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서지현 검사가 지난 1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여성폭력근절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미투1년 지금까지의 변화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 좌담회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서지현 검사는 이토 시오리와 메일을 주고 받고 식사도 같이 하는 등 서로 연대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사진제휴=뉴스1
서지현 검사가 지난 1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여성폭력근절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미투1년 지금까지의 변화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 좌담회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서지현 검사는 이토 시오리와 메일을 주고 받고 식사도 같이 하는 등 서로 연대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사진제휴=뉴스1

도쿄지방법원 스즈키 아키히로 재판장은 “만취한 상태에서 의식이 없는 이토와 합의가 없는 성행위를 한 것”이라고 판결을 내렸으며, 재판부는 “이토가 피해 이후에 친구나 경찰에게 피해 사실을 상담해 성관계가 자신의 의지와 반해 이루어졌음을 설명했다”라면서, “반면에 야마구치의 진술은 당시에 보냈던 메일과 내용이 모순되며, 핵심적인 부분에 대해 불합리하게 진술이 바뀌어 신뢰성에 큰 의심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판결에 따르면 미국 뉴욕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하고 있었던 이토는 2013년 TBS 워싱턴 지국장이었던 야마구치와 알게 되었고, 이토가 일자리 소개 등으로 메일을 보낸 것을 계기로 15년 4월, 초밥 집에서 술을 마시면서 회식을 하다 야마구치가 만취 상태인 이토를 택시로 머물고 있던 호텔로 데려가 성행위를 강요했다고 전해졌다. 17년 이토는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성폭행 피해 사실을 폭로 해, 일본에서 성폭행 피해자로서 처음으로 신분을 공개하고 피해를 알려 일본 ‘미투’운동의 상징이며 선구자가 되었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재판에서 성행위의 합의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고 전했다. 결국 판결은 이토가 회식 직후부터 걸음을 똑바로 할 수 없는 등 만취상태였다고 인정하고, “호텔방에서 성폭행을 당하고 눈을 뜨기 전까지 기억이 없었다”라는 이토의 진술은 신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에 야마구치에 대해서는 “이토가 전차(電車)로 돌아갈 의사를 보였는데도 가까운 역에 내려주지 않고, 택시기사에게 지시해 호텔로 향했다”라고 지적하며, “이토가 의식을 회복하고 거절한 후에도 몸을 짓누르고 성행위를 계속했다”라고 시인했다.

이 사건에 대해 야마구치도 합의된 성관계였고 이토씨의 회견이나 진술로 명예가 훼손되었다며 이토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으나, 재판부는 “자신의 경험을 밝혀 성범죄 피해자를 둘러싼 상황을 개선하려는 공익 목적이며, 공표한 내용도 진실”이라며 기각했다. 

이토가 판결 직후 ‘승소’라고 쓴 펼침막을 들고 취재진과 만나 “많은 사람들이 나를 지지해주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라며, “이번 판결로 하나의 마침표가 됐다고 생각하나 승소했다고 해서 받았던 상처가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 내 성추행을 폭로하며 한국의 ‘미투’운동에 불을 붙인 서지현 검사는 판결에 대해 본인의 SNS에 “그녀가 받은 고통에 비하면 너무나 미미하지만, 그래도 그녀는 이겼다. 자신의 나라에서 살지도 못하고 떠나야할만큼 고통 받았지만 그래도 그녀는 참고 이겼다”라면서, “우리는 이겨가고 있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성폭력은 범죄다”라고 승소 소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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