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여성노동조합, “게임업계는 반인권적인 사상검증을 중단하고 사과하라”
전국여성노동조합, “게임업계는 반인권적인 사상검증을 중단하고 사과하라”
  • 김찬희 기자
  • 승인 2019.12.26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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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뉴스=김찬희 기자] 2016년 국내 최대 게임사 넥슨(Nexon)이 당사 게임의 성우가 sns상에서 페미니즘에 대해 관심을 표방하자 계약 해지를 했던 일명 ‘클로저스 티나 성우 교체 논란’사건이 있었던 이후, 약 3년이 지난 2019년에도 여전히 ‘사상검증’이 게임업계에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지난 23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전국여성노동조합, 한국여성민우회,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 등 여성·시민단체가 게임업계 사상검증과 블랙리스트 규탄 및 피해복구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전국여성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게임업계 사상검증과 블랙리스트 규탄 및 피해복구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단지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말하고 행동했다는 이유로 작업자에 대한 사상검증을 실시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발언과 사상의 자유 등 기본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다"라고 주장했다. 사진제휴=뉴스1
전국여성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게임업계 사상검증과 블랙리스트 규탄 및 피해복구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단지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말하고 행동했다는 이유로 작업자에 대한 사상검증을 실시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발언과 사상의 자유 등 기본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다"라고 주장했다. 사진제휴=뉴스1

지난 11월, 게임 제작사 ‘티키타카 스튜디오’의 게임 ‘아르카나 택틱스’의 한 유저가 게임 관련 웹사이트 게시판에 해당 게임 작업에 참여한 원화가 A씨가 2016년 당시 ‘클로저스 티나 성우 교체 논란’사건에서 성우를 지지하는 해시태그를 게시하고 해당 트윗을 리트윗한 사실을 게시했다. 이에 ‘티키타카 스튜디오’측은 ‘금일 문제가 불거진 일러스트에 대한 안내’게시글을 올리며, “본 과정(일부 게임 일러스트를 외주로 공급받은)에서 자사는 일러스트 외주 전에 사회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작가님들의 리스트를 먼저 찾고 그 작가님들을 제외하고 섭외를 했다”라고 게임 일러스트레이터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언급했다.

또한 ‘티카타카 스튜디오’는 “해당 작가분들께 연락을 취하여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파악할 것이며, 확인 후 조금이라도 문제의 여지가 있을 시 해당 일러스트를 전면 교체할 것임을 알려드립니다”라면서, “아울러 다시는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티키타카 스튜디오 내부에 ‘외주 검수팀’을 신설하여 사전 검수를 엄격하게 강화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와같은 ‘사상검증’사례는 여러차례 발생해 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전국여성노동조합 측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벌어진 ‘사상검증’ 사례를 19가지 발표했다. 전국여성노동조합이 밝힌 ‘사상검증’ 사례에는 ▲2016년 ‘클로저스 티나 성우 교체 논란’사건에서 일어난 사상검증과 사이버 불링을 sns상에서 비판한 나이스게임tv 캐스터의 모든 방송 업무 하차 및 퇴사 ▲2018년 게임 제작사 ‘테일즈 샵’의 자사 게임 ‘섬광천사 리토나 리리셰’의 보컬이 sns상에서 페미니즘 관련 게시글을 작성하고 관심을 표했다는 이유로 일부 유저가 반발하자 해당 보컬의 작업물을 게임에서 모두 배제하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관련 판매물을 모든 오프마라인 매장에서 회수 및 온라인 상 삭제 ▲2018년 게임 배급사 ‘스마일게이트’, 게임 ‘소울워커’ 일러스트레이터가 페미니즘 관련 sns글에 관심을 표한 이유로 해당 일러스트레이터의 작업물 전면 교체 등이 있었다.

‘티키타카 스튜디오’사태의 당사자인 A씨는 기자회견에서 “방송인들은 음주운전을 하거나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면 방송계 활동이 정지되는데 저는 SNS에서 ‘좋아요’, ‘리트윗’을 눌렀다는 이유 만으로 그들과 동일한 처분을 당하고 있다”라며, “저는 어디서도 억울함을 이야기할 수 없고 약속된 대금을 받지 못해 생존 위협을 받고 있고 국내에서 일할 수 없어 해외업체를 찾아다녀야 한다. 게임업계는 달라져야 한다”라고 밝혔다.

청년유니온 장지혜 기획팀장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남신 상임활동가는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며 “단지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말하고 행동했다는 이유로 작업자에 대한 사상검증을 실시하는 것은 국가 헌법이 보장하는 발언과 사상의 자유 등 기본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다”라고 주장하고, 이어 “뿐만 아니라 블랙리스트를 운용하여 사상검증을 하고 그를 이유로 중도에 계약을 파기하고 작업물 게시를 일방적으로 중단하는 것은 노동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이자 대표적 불공정이며 비상식적인 행위이다”라고 말했다.

잇따른 ‘사상검증’논란이 여성 일러스트레이터들이 트위터 등의 sns상에서 여성주의적 발언을 하거나 관련 이슈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혹은 여성단체 계정, 페미니스트 작업자를 팔로우 했다는 이유로 남성 유저들의 스토킹이나 사이버 불링을 받고, 기업이 그 불링을 아무런 여과나 비판 없이 이어받아 작업자의 일러스트 등 작업물을 삭제하는 사례가 대부분인 것에 대해서 장 기획팀장과 이 활동가는 “불링의 공범이자 사상검증의 가해집단인 게임업계가 인권탄압행위의 이유로 ‘고객인 남성 유저의 의견 수용’을 드는 것은 비겁하고 치졸한 처사이며 인권탄압을 정당화하기 위한 핑계일 뿐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기자회견에서 게임업계의 사상검증과 노동권 침해 행위를 규탄하고 하루 빨리 피해 작가들이 업무에 복귀하기를 촉구하며 게임업계에  ‘▲작가에 대한 반인권적 사상검증 중단 ▲블랙리스트 운용 및 업무 배제에 대한 사죄 ▲피해 작가들의 작업물 복구 및 노동권 보장’을 요구했다.

민중당은 24일 논평을 내고 게임업계 ‘사상검증’에 대해  “노동자 개인의 생각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계약해지하고 창작물을 쓰지 못하게 해도 된다는 발상이 무섭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로 회귀한 듯 한 섬뜩함마저 든다”라면서, “헌법에서 보장한 사상과 생각의 자유를 그 누구도 억누를 권한은 없다. 지금 게임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 ‘페미니즘 사상검증’은 심각한 인권탄압이다”라고 주장하고 블랙리스트 의혹을 규명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아르카나 택틱스’사건에 대해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게임 업계 일러스트레이터/웹툰 작가 페미니스트 사상검증 블랙리스트” 피해 복구를 바랍니다’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으며, 언론사 ‘한겨레’에서는 게임업계의 사상검증에 대한 4부작 특집기사를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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