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본관 정초석 글씨, 이토 히로부미가 썼다
한국은행 본관 정초석 글씨, 이토 히로부미가 썼다
  • 김영찬 기자
  • 승인 2020.10.2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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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뉴스=김영찬 기자]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사적 제280호) 정초석의 ‘定礎(정초)’ 글씨가 이토 히로부미가 쓴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재청은 서체 관련 전문가 3인으로 현지조사 자문단을 구성해 지난 20일 현지조사를 시행한 결과, ‘定礎’ 글씨가 이토 히로부미가 쓴 것으로 확인됐다고 21일 밝혔다.

현지조사에는 지금까지 입수된 ‘일본 하마마츠시 시립중앙도서관 누리집’에 있는 이토 히로부미 붓글씨와 최근에 확보된 1918년 조선은행이 간행한 영문잡지 ‘Economic Outlines of Chosen and Manchuria’에 게재된 이등박문 이름이 새겨진 당시의 정초석 사진 등 관련 자료를 참고했다.

한국은행 본관 머릿돌 글씨 ‘定礎’. 사진출처=문화재청
한국은행 본관 머릿돌 글씨 ‘定礎’. 사진출처=문화재청

문화재청은 “조사 결과 정초석에 새겨진 ‘定礎 ’두 글자는 이토 히로부미의 묵적(먹으로 쓴 글씨)과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비스듬하게 내려쓴 획 등을 종합해 볼 때 이토 히로부미의 글씨에서 나타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그의 글씨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글씨 새기는 과정에서 획 사이가 떨어져 있어야 하는 부분이 붙어 있는 등 획을 정교하게 처리하지 못한 점, 붓 지나간 자리에 비백(빗자루로 쓴 자리같이 보이는 서체)을 살리지 못한 점 등 일부 필획에서 서예의 특징을 잘 살리지 못하는 등 정교함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됐다.

특이사항으로는 정초석에서 정초 일자와 이등박문 이름을 지우고 새로 새긴 ‘융희(隆熙) 3년 7월 11일’(1909.7.11.) 글씨가 이승만 대통령의 필치로 보인다고 의견이 제시됐으나 정확한 기록은 없는 상태다.

융희는 1907년부터 사용된 대한제국의 마지막 연호다. 

문화재청은 “아마도 해방 이후 일본 잔재를 없애고 민족적 정기를 나타내기 위해 이승만이 특별히 써서 석공이 새긴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확인된 정초석 글씨에 대한 고증결과를 서울시(중구청)와 한국은행에 통보할 예정”이라며 “한국은행이 내부 검토 후 정초석 글씨에 대한 안내판 설치나 ‘정초’ 글 삭제 등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신청하면 문화재청은 관계전문가 등 다양한 의견수렴과 문화재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종합적으로 관리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 한국은행 본관은 1907년에 착공, 1909년 정초 후 1912년 조선은행 본점으로 준공된 건축물이다. 일제는 이를 통해 우리나라 경제 침탈을 자행했으며 광복 후 1950년 한국은행 본관이 됐다. 1987년 신관이 건립되면서 현재 화폐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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