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상 성차별은 생존권을 위협하는 범죄”라고 외친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
“채용 상 성차별은 생존권을 위협하는 범죄”라고 외친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
  • 정유진 기자
  • 승인 2021.03.15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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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뉴스=정유진 기자]금일(15일) 오전 11시, 동아제약 본사 앞에서는 '동아제약 성차별 면접' 논란과 관련하여 “동아제약은 채용성차별 해소 종합 대책 수립하고 내부 성차별을 점검하라!”고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 주최로 열렸다.

사진=정유진 기자
전국여성노동조합 김유리 조직국장은 "이번 사태에 분노한 여성들은 행동에 나서고 있다. 여성에게 생리대는 팔겠지만, 채용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냐며 동아제약 제품들을 공유하고, 이번에 네고된 생리대도 환불하는 등 불매운동을 펼치고 있다"고 알렸다. 사진=정유진 기자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팀 정슬아 활동가는 “동아제약이 작년 11월에 진행했던 면접 과정에서 인사팀장이 성차별적이고 부적절한 질문을 던진 바 있다”며 “그 상황 이후 동아제약의 태도는 본인들의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면접에 참여했었던 피해 당사자가 느꼈을 감정을 단순히 불쾌한 감정, 불만 섞인 분풀이로 치부하는 데 그쳤으며 그래서 우리가 오늘 이 자리, 동아제약 건물 앞에 모이게 되었다”고 말했다.

연대발언을 시작한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홍시내 사무차장은 “여성들은 채용, 임금, 승진, 퇴직의 모든 과정에서 차별을 경험한다. 그중 채용·면접 과정에서의 차별은 여성 노동자를 입직 단계에서부터 배제하는 것으로, 노동시장 진출 자체를 원천봉쇄하여 여성차별을 더욱 공고히 한다”며 “면접 과정에서의 성차별적 발언은 ‘결남출(결혼·남자친구·출산계획)’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낼 만큼 만연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출산계획을 묻고, 계획이 있다고 하면 근무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 평가하고, 계획이 없다고 하면 가족과 출산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자기주장이 센 이기주의자로 평가한다. 2030 청년 여성들은 어떤 답을 하더라도 부정적인 평가에 놓일 수밖에 없다”며 “채용 상 성차별은 여성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다. 고용노동부는 언제까지 면접에서의 성차별적 발언을 좌시할 것인가. 동아제약 채용 및 인사제도 전반에 대한 점검과 수사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울여성노동자회 활동가 여름 씨 또한 “저는 ‘노동 존중사회 실현이 꿈이라고 하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채용 성차별에는 눈 딱 감고 있는 고용노동부의 직무유기’를 성토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며 “2021년 3월 6일, 유튜브 채널 ‘네고왕2’ 동아제약 편에 달린 댓글로 2020년 동아제약 채용 면접 당시 성차별이 있었음이 알려졌다. SNS를 통해 이 사실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나도 성차별을 당했다’는 증언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고 설명했다.

“(청년 여성들은)‘상사의 불필요한 스킨십이 있으면 어떻게 할 거냐?’, ‘직장에서 성희롱을 당한다면 어떡할 거냐?’, ‘커피를 타오라고 하면 타올 거냐?’ 등 저질스러운 질문을 듣고 답을 해야 했다”며 “이뿐 아니다. 미투 때문에 여자는 채용하지 않는데 그냥 한번 불러봤다는 증언, 결혼할 생각이 있냐고 물어 그렇다고 답하자 면접관이 ‘여자들은 결혼하고 애 낳고 금방 회사를 관둬서 문제’라고 했다는 증언 등 ‘직무수행과의 연관성, ’개별면접자의 능력치‘, ’이전 경력과의 연관성‘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성차별적 발언들이 난무했다”고 했다.

활동가 여름 씨는 “우리는 이미 2017년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채용 성차별을 시작으로 금융권의 채용 성차별을 목도한 바 있다. 그러나 법을 어긴 기업에 내려진 처벌은 고작 벌금 500만 원에 그쳤다”며 “지금 한 여성의 용기로 동아제약의 채용 성차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고용노동부도 사안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였을 것이다. 바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고, 실효성 있는 면접·채용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사진=정유진 기자
동아제약 채용성차별 피해 당사자(가운데)도 본인의 입장문을 직접 낭독했을뿐만 아니라 기자회견에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했다. 사진=정유진 기자

기자회견에 참가한 활동가들은 “동아제약은 채용성차별 해소 종합 대책 수립하고 조직 내 성차별을 점검하라”, “노동부는 동아제약 채용성차별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즉각 실시하라”는 구호를 외친 뒤 전국여성노동조합 김유리 조직국장의 발언 순서로 이어졌다.

김 국장은 “앞서 말한 한국가스공사와 금융권의 채용 성차별은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였지만, 고작 벌금 500만 원이 끝이었다.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내버려 둔 결과 결국 오늘의 동아제약 사태까지 벌어지게 된 것”이라며 “이번에야말로 채용성차별을 뿌리 뽑고 다시는 이런 사태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도 마이크를 잡고 “동아제약은 문제를 회사의 구조적인 성차별 관행이 아닌, 면접관 개인이 면접 매뉴얼을 벗어난 문제로 축소하고 호도하였다”며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하지 않으면 해결을 바랄 수가 없다. 문제는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기업 내에 박혀있는 구조적인 성차별이다. 동아제약은 문제를 인정하고 책임을 통감하며 피해자와 국민 앞에 정확히 사과하라. 다시는 이런 잘못된 행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전면적인 개선책을 강구하고 성평등한 채용과 인사제도 확립을 약속하라”고 비판하면서 요구사항도 제시했다.

또한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동아제약의 성차별 면접'을 폭로한 피해 당사자도 “지난 일주일 동안 저는 동아제약이 피해자인 저를 ’탈락하여 분풀이를 하는 사람‘ 정도로 취급하기 위한 술수를 쓰는 것을 보며 깊은 환멸감을 느꼈다”고 토로하며 “해당 질문이 ’성차별적 오해‘를 불러일으킨 질문이 아니라 명백한 ’성차별‘ 질문임을 인정하라. 여성들은 바보가 아니다. 여성의 돈은 필요하지만 여성에게 성차별은 하고 싶다는 동아제약은, 잘못을 인정하고 저에게, 그리고 저와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여성들에게 진정성 있게, 똑바로 사과하라. 이러한 차별에 우리는 더 이상 참지 않을 것이다”라고 입장문을 낭독했다.

다음으로 한국여성노동자회 배진경 대표는 “이런 봄날에 이런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나 슬프고 개탄스럽기 이를 데 없다”며 공개의견서를 읽었고, 그 후에는 사회자가 “이제 의견서를 동아제약과 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각각 전달할 예정이다. 해당 문건은 2021년 3월 22일까지 회신을 요구한다고 명시했다. 일주일 뒤인 22일 답변이 어떤 내용으로 올지에 따라서 후속 활동도 준비하고 있다. 또 피해 당사자가 노동부에 진정서를 넣었기에 이후 대응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공동행동에서 함께할 것”이라며 기자회견을 마쳤다.

사진=정유진 기자
사회자는 "저기 동아제약 건물 한쪽에 여성가족부에서 준 '가족친화 우수기업' 현판이 붙어있다. 저들이 말하는 '가족친화'가 무슨 의미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사진=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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