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수난을 당하고 있는 것은 광화문광장일까, 시민들의 입일까.
[기자수첩]수난을 당하고 있는 것은 광화문광장일까, 시민들의 입일까.
  • 정유진 기자
  • 승인 2021.03.18 2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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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뉴스=정유진 기자]한때는 촛불집회로 대통령도 바꾼 바 있는 광화문광장이 연일 계속되는 공사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문화재 보존 등을 위한 불가피한 보수공사도 아닌, 소위 ‘재구조화 공사’에 들어가는 혈세만 무려 800억 원에 가깝다고 하니 이는 시민으로서 좌시할 문제가 아니라는 여론이 있다.

사진=정유진 기자
서울시는 6일 0시부터 광화문광장 서측도로를 폐쇄하고 동측도로 양방향 통행을 시작했으며, 서측도로는 ‘공원 같은 광장’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사진=정유진 기자

광화문광장 공사로 인해 수많은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지난 10일 광화문광장 서측 차로에서 익명을 요구한 서울 시민은 “전에도 좋았는데 돈 들여가며 왜 이렇게 (공사를)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잘 타고 다니던 버스 정류장도 이젠 못 찾겠다”며 길을 헤매던 중에 기자의 인터뷰에 응했다.

현재 광화문광장 공식 사이트에 접속해보면 “코로나19 지역확산 방지”를 위함이라며 “광장 사용신청 미접수 중입니다”라는 공지가 게시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시민과 단체들이 집회 및 시위를 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만 있는데, 정말 코로나19 때문이라면 방역지침만 준수하면 될 것을 굳이 시민들의 목소리까지 틀어막을 일인지 의문이다. 그리고 코로나19가 그렇게 걱정되면 애초에 이런 대형 공사부터 지양하는 것이 맞지 않았을까.

대치3지구 재건축 문제로 작은 임시천막에서 여전히 투쟁 중인 이종언 위원장은 “요새는 더욱 집회 자리를 마련하기가 어렵다”며 “지금 광화문광장에서 하는 공사, 정말 필요해서 하는 게 맞나 싶어요. 실은 시민들이 광화문광장에 못 모이게 하려고 하는 공사 아닐까요?”라는 농담 반, 진담 반인 말을 하기도 했다.

광화문광장과 관련하여 ‘낢’이라는 유명 웹툰 작가가 ‘도심 속의 숲처럼 새롭게 변화될 광화문광장’을 홍보하는 ‘낢다른 광화문광장 이야기’라는 제목의 브랜드 웹툰을 지난해 말부터 연재했다가 매우 낮은 평점과 혹평을 얻은 사건도 있다. ‘광화문광장 공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문재인 정부에 대한 욕설’, ‘낢 작가는 돈만 주면 다 그리냐’ 등의 부정적인 댓글이 줄줄이 이어져 연재는 오래가지 못하고 지난 1월 완결되었다.

광화문 촛불로 일어선 자, 촛불의 위력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터이다.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로 인해 한 달 후면 후임 시장이 시정을 이끌어간다는데, 전임 시장의 공약 사업을 밀어붙임으로써 서울시는 과연 무엇을 얻으려 하는 것일까? 광화문광장 공사 현장을 보고 있자면 ‘진실은 전쟁의 첫 번째 희생자’라는 명제가 문득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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