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철거에는 인권 따위 없더라" 증언 쏟아져
[에브리뉴스=정유진 기자]15일 오전 8시도 되기 전, 보문5구역에 사시는 박옥순 할머니는 요즘처럼 일교차가 큰 날씨에 옷조차 제대로 입지 못했는데 본인 집 화장실을 쓰겠다는 말조차 묵살당하고, 지갑이나 핸드폰은 물론 마스크조차 챙기지 못한 채 철거원들에 의해 본인 집에서 쫓겨났다.
보문5구역 김남희 대책위원장은 ”몸도 아프신 할머니 집뿐만 아니라 우리 대책위 사무실, 강신후 회원님 가게도 싹 쓸어갔다. 아침 일찍부터 가타부타 말도 없이 문 따고 쳐들어가서 사람이 있든 없든 가재도구를 빠짐없이 빼내는 작업이 진행됐다“며, ”지금이 2021년도인데, 인권이라는 것이 아예 없다고 느껴지니까...정말 너무나 망연하다. 말로는 설명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한차례 철거 용역들이 쓸고 지나가자 박옥순 할머니와 보문5구역 대책위원회 일동은 재개발 인허가를 내어준 서울시 성북구 성북구청 주거정비과 사무실로 달려가 ”이승로 구청장을 만나게 해달라“, ”철거민 이주 대책부터 마련하라“ 등의 요구사항을 목놓아 외쳤지만, 성북구청 주거정비과 측은 ”우린 법대로 했다“, ”국토교통부에 가서 직접 법을 바꾸세요“라는 말만 반복하며 오늘 있었던 철거 집행은 어디까지나 '합법적인 절차'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조용자 회원은 "주거정비과 사무실 사람들을 향해 '앉아서 펜대만 굴리고 있으면 뭐하냐. 나랏돈 받는 공무원이면 진짜 민생을 봐야 할 것 아니냐', '철거민이 이렇게 발생을 했는데 어떻게 아무 대응이 없냐'고 했다"며, 그러나 "그들의 '입 닫고 귀 닫고 있는' 모습에는 변함이 없었고, 심지어 주거정비과 사무실 한쪽에서는 공무원 중 일부가 태연히 민원인에게서 민원을 받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구청장실이 있는 성북구청 6층은 외부인은 아예 진입 자체가 불가한 곳이어서 대책위 회원들은 목소리를 높여 투쟁가를 부르고 “이승로 나와라”, “철거민도 사람이다”라고 외치거나 벽이나 바닥을 두들기는 수밖에 없었는데, 그마저도 주거정비과 측 공무원들은 “구청장님 지금 자리에 안 계신다”, “구청장실에는 방음 처리가 되어있어 어차피 안 들린다”고 일축할 뿐이었다.
오늘 당장 갈 곳도 없어 모텔에 갈 것을 구청 측에서 제안받았다는 박옥순 할머니는 “이렇게 억울할 데가 없어요, 도대체 어디에 하소연하나. 60년 넘게 산 엄연한 내 집에서 무슨 큰 죄라도 지은 죄수처럼 느닷없이 몸만 끌려 나왔다”며, “시커먼 옷 입은 수십 명이 벌떼처럼 몰려와 놀란 나더러 그저 나가라고, 나가라고만...설사 내가 진짜 죄인이어도 그렇게는 안 할 것”이라 말했다.
금일 박옥순 할머니와 함께 본인이 운영하던 옷 가게가 철거당한 강신후 회원은 “철거 48시간 전에 고지한다는 것도 우리한테 ‘알려줄 의무가 없어 안 알려줬다’고 하더라. 그리고 인권지킴이? 오늘 아침 철거 현장에서 인권지킴이라고 적힌 조끼를 입고 있던 건 구청 직원들이었다”며, “재개발조합, 경찰, 구청 다 한패고, 우리만 서민이라는 죄로 급작스럽게 내 터전, 쌓아온 삶의 가치, 이웃사촌과 나눈 정들이 깡그리 짓밟힌 것”이라고 분노를 금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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