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막고, 여기는 안 막고’…거리두기 이상한 풍경
‘여기는 막고, 여기는 안 막고’…거리두기 이상한 풍경
  • 안정훈 기자
  • 승인 2021.09.16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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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공원인데도…벤치 못 앉게 막은 곳, 안 막은 곳 공존

[에브리뉴스=안정훈 기자] 같은 공원인데도 어디는 벤치에 앉지 못하게 테이프를 감아놓고, 다른 곳에서는 사람들이 앉아 장기를 두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부천시 행정명령의 모호함이 만든 실태다.

지난 14일 경기 부천시 부천장미공원에서 어르신들이 모여 장기를 두고 있다. 정자 앞에 붙은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방역수칙 당부 팻말. (사진=안정훈 기자)
지난 14일 경기 부천시 부천장미공원에서 어르신들이 모여 장기를 두고 있다. 정자 앞에 붙은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방역수칙 당부 팻말. (사진=안정훈 기자)

정부와 지자체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야외활동을 제한하기 위해 공원 등의 벤치를 차단선으로 감아놓고 실회체육시설 이용을 제한했다. 아이들 놀이터, 독서실 앞 벤치 등도 이에 포함됐다.

시민들의 대면접촉을 막음으로써 감염병 확산을 막겠다는 취지이지만 모든 공원의 모든 벤치를 막긴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경기 부천시의 공원에서는 같은 공원임에도 벤치를 막아둔 곳과 막지 않은 곳이 공존하는 상황이다.

14일 낮 부천장미공원을 걷던 60대 시민 김씨는 “늘 누군가는 앉아있다. 장기를 두는 사람도 보이고”라며 “막아놨다고 해서 막혀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날 어르신들은 공원에서 담배를 피우며 장기를 두기도 했다.

공원 정자는 차단하고서도 바로 옆의 놀이터는 방치해두기도 부지기수다.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이 뛰놀 공간은 개방해놓고, 그 옆 보호자들이 앉는 정자는 차단한 부조화스러운 풍경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시민들의 발길은 더욱 공원으로 쏠리는 추세다. 30대 시민 정씨는 “10시만 되면 친구와 대화 나눌 곳도 없어진다. 할 얘기는 남았는데”라며 “그런데 마침 집 근처에 공원이 있다면 어디로 가겠나”라고 반문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람들을 공원으로 내몰고 있다는 의견이다.

지자체에서도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부천시 관계자는 “방역조치이기는 해도 공원이라는 곳이 가족이나 지인이 담소를 나누는 곳”이라며 “(지자체에서는) 방역을 내세우지만, 시민들에게는 공원 외의 공간이 없는 게 현실이라 반발이 심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4인 이상이 모여 담소를 나눌 공간부터 선제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단속보다 시민들이 (방역지침에 맞춰) 자율적으로 공원을 이용하도록 계속 계도활동하고 있다”며 “시민들이 찾고 방문하는 공원을 통제하는 자체가 모순이긴 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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