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게임 발언’ 사태, 청년층과의 괴리 폭발했다
윤석열 ‘게임 발언’ 사태, 청년층과의 괴리 폭발했다
  • 안정훈 기자
  • 승인 2022.01.03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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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게임은 질병 아냐” 3일 “새로 시작” 연이틀 청년층에 사과

[에브리뉴스=안정훈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3일 페이스북을 통해 “솔직하게 인정한다. 제가 2030의 마음을 세심히 읽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2030, 청년층으로부터의 지지가 하락하고 있다는 데서 나오는 자성이다.

국민의힘과 윤 후보는 이수정·신지예 등 젠더갈등에서 페미니스트로 분류되는 인사를 지속적으로 영입하면서 ‘이대남(20대 남성)’층의 반발을 샀다. 이대남으로부터 인기를 얻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나 홍준표 의원과 척을 진 것도 이대남 반발의 주원인 중 하나다.

청년세대가 윤 후보에 거리를 두는 가장 큰 이유는 윤 후보와 청년세대 사이의 괴리 때문이다. ‘120시간 발언’부터 시작해 이대남의 반발을 산 인사 영입, 지난 1일 게임 전문 매체 ‘인벤’과의 인터뷰를 통해 윤 후보와 이대남 사이의 세대차이는 수시로 재확인됐다.

언론 인터뷰로 드러난 ‘게임’으로 말미암은 인식차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2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축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제휴=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2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축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제휴=뉴스1

지난해는 ‘트럭시위’가 펼쳐지면서 게임업계와 유저가 정면충돌한 해이다. 국내 게임업계 빅3로 분류되는 넷마블·넥슨·NC소프트 모두 유저들의 ‘트럭시위’를 겪었다. 넷마블은 ‘페이트/그랜드 오더’로, NC소프트는 ‘H2’와 ‘리니지M’으로, 넥슨은 ‘마비노기’, ‘메이플스토리’ 등으로 유저와 마찰을 빚었다. 그 외에도 그라비티 등의 게임회사가 유저들의 트럭시위를 겪었다.

이와 함께 게임유저 사이에 화두로 떠오른 것이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정보 공개 여부였다. 뽑기로 아이템이 나오는데, 이에 대한 확률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정 아이템을 뽑기 위해 유저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들이는데 확률이 나오지 않으니 유저의 의심을 사는 것이다.

이로 인해 유저는 물론 정치권과 국회에서도 문제 제기가 나오고 있지만, 지난 1일 윤 후보는 ‘인벤’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확률형 아이템 규제가) 대다수 게임업체의 혁신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유저들의 요구사항과 대치되는 역주행 행보를 보인 것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2일 이를 두고 해당 서면 인터뷰가 윤 후보에게 보고도 되지 않은 인터뷰라고 주장했다. 윤 후보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불투명성과 같이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불합리한 문제에 대해서는 확률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향으로 게이머들의 의견을 존중토록 하겠다”고 정정했다.

윤 후보는 게임중독에 대한 발언도 했다. 앞서 ‘인벤’과의 인터뷰에서 윤 후보는 “게임질병에 관한 개념이 사회 보편적으로 마련된다면 건강보험 기준 정비나, 또는 게임이용 장애 현상을 보이는 사용자들에 대한 예방교육,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적절한 홍보 등이 필요할 것”이라는 등의 주장을 했다. 또 “게임이용장애를 질병 코드화하는 경우 게임업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도 했다.

그러나 2일 해당 발언에 대해서도 “게임은 질병이 아니다”며 해당 발언을 정정했다. 윤 후보는 특히 “제가 자랄 때 운동장에서 했던 놀이들처럼 요즘 세대는 집이나 PC방에서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게 가장 대중적인 취미생활이 됐다”며 자신의 인식이 바뀌었음을 강조했다.

‘이대남’의 실망, 누적된 것이다

지난해 2월 오전 게임 '라그나로크 온라인' 유저들이 서울 마포구의 그라비티 본사 앞에 전광판이 설치된 트럭을 세우는 '트럭시위'를 진행했다. 사진제휴=뉴스1
지난해 2월 오전 게임 '라그나로크 온라인' 유저들이 서울 마포구의 그라비티 본사 앞에 전광판이 설치된 트럭을 세우는 '트럭시위'를 진행했다. 사진제휴=뉴스1

3일 윤 후보가 청년층을 직접 겨냥해 사죄한 것은 누적된 실망이 원인이다. 게임업계에 대한 윤 후보와 이대남 사이의 인식차이는 이번 ‘인벤’ 인터뷰로 말미암은 게 아니다. 켜켜이 쌓인 게 폭발한 것이다.

게임 유저들의 윤 후보 불신은 국민의힘이 지난해 12월 신의진 연세대학교 소아정신과 교수와 손인춘 전 의원을 영입하면서 시작됐다. 신 교수는 게임을 술·마약·도박과 함께 중독유발 물질로 분류하는 ‘중독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고, 손 전 의원은 셧다운제 확대를 담은 ‘게임중독 예방 및 치유지원에 관한 법안’을 발의했다.

유저, 특히 이대남들은 국민의힘이 두 인물을 영입한 걸 두고 국민의힘이 게임을 질병으로, 즉 유저를 질환자로 규정했다고 받아들였다.

이같은 윤 후보의 행보는 게임 전문 유튜브 채널에 나와 유저 친화적인 주장을 펼친 이재명·안철수 대선후보와 상반된 결과를 낳았다. 이 후보와 안 후보는 지난달 ‘G식백과’ 게임 전문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게임업계에 대한 본인의 이해도를 강조했다.

두 후보 모두 최대 이슈인 ‘확률형 아이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규제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후보는 유저의 권익 보호를 위한 창구의 필요성을 주장했으며, 안 후보는 게임업계 근로환경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경쟁자들이 유저 친화적 행보를 보일 때 윤 후보 측은 인사에서부터 언론 발언까지 역주행 행보를 이어갔다. ‘젠더 갈등’에 대한 문제점도 중첩된 상황이다.

한편, 국민의힘은 청년세대 표심 되찾기에 나섰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3일 선대위 개편을 천명했으며, 논란이 됐던 신지예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이 사퇴했다. 지도부에서는 김도읍 정책위의장, 김기현 원내대표가 사퇴했다. 윤석열 후보도 “앞으로 기성세대가 잘 모르는 것은 인정하고 청년세대와 공감하는 자세로 새로 시작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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