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 “구태 몰려와”…대선후보 품격에 지치는 유권자들
“히틀러” “구태 몰려와”…대선후보 품격에 지치는 유권자들
  • 안정훈 기자
  • 승인 2022.02.18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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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넘은 네거티브…제동 걸어야 할 당에서도 비방전 가세

[에브리뉴스=안정훈 기자] “누구처럼 마스크 벗고 싶은데 그럼 안 되겠죠.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말도 있고.”
“히틀러, 무솔리니 같은 파시스트틀 아시죠? 이 사람들이 뒤집어씌우는 것 세계 최고입니다.”

전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한 말이며, 후자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한 벌인앋. 두 사람 모두 선거기간 유세활동 중 상대방을 겨냥해 한 발언이다.

대선후보들이 유권자 앞에서…“파시즘”, “바늘도둑이 소도둑”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7일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미널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8일 전남 순천 연향패션거리에서 선거 유세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제휴=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7일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미널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8일 전남 순천 연향패션거리에서 선거 유세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제휴=뉴스1

당 대 당 간의 비방전도 점입가경이지만, 상대방을 향한 네거티브에 가장 앞장서는 것은 대선후보 당사자들이다. 특히 윤 후보는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엮어 ‘히틀러’, ‘무솔리니’ 등의 표현을 써 가며 비난했다. 그는 지난 17일 안성에서 유권자들에게 발언하던 도중 “정부, 여당 사람들은 법과 원칙에 따라 내 편 네 편 가릴 것 없이 부정부패를 일소한다니까 자기들에 대한 정치보복이라 한다”며 “정치보복은 누가 제일 잘하냐”고 물었다.

이어 “옛날에도 히틀러나 무솔리니 같은 파시스트들이 뒤집어씌우는 건 세계 최고”였다며 “자기가 진 죄를 남에게 뒤집어씌우고 짓지 않은 죄를 만들어 선동하는 게 원래 파시스트와 공산주의자들의 수법”이라고 했다.

같은 날 이 후보는 서울 청계광장 거리 유세에서 윤 후보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연설한 점을 비고았다. 그는 “자꾸 누구처럼 마스크를 벗고 싶은데 그럼 안되겠죠”라며, 이어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말도 있고”라고 했다.

이어 “마스크를 안 벗으면 안경에 성에가 낄 텐데, 그래도 규칙을 지켜야 한다”며 “불편하더라도 합의한 규칙을 지켜야 나라가 제대로 굴러간다”며 우회적으로 윤 후보를 비판했다.

윤 후보는 이 후보가 아닌 당과 정부이기는 해도 파시즘이나 히틀러, 무솔리니 등 학살자에 비유했다. 이 후보는 윤 후보를 직접 겨냥해 도둑이라고 비판한 셈이다.

말려야 할 주변인들…앞장서서 네거티브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5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수도권 추가 주택공급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휴=뉴스1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5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수도권 추가 주택공급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휴=뉴스1

대선후보 간 네거티브 대결이 과열되는 가운데 이들에게는 ‘브레이크’도 없는 상황이다. 제동을 걸어줘야 할 당에서조차 서로를 향한 비방전에 가세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 후보의 ‘어퍼컷 세레머니’를 두고 “어퍼컷 세레머니 하는 걸 보니 씨름선수처럼 튼튼한 장사 같은 신체던데, 어떻게 군대를 못 갔나”고 윤 후보의 병역 면제 사실을 비난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이 사이비 종교나 무속신앙과 연관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윤 의원은 ▲방송토론회 중 손바닥 왕자 ▲무속인이 캠프 관여 논란 ▲신천지 개입 논란을 두고 “국정을 무속이나 특정 종교인에게 맡길 순 없다”고 주장했다.

반대쪽에서도 민주당을 향해 공세를 거듭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하루 9차례 법인카드를 결제하는 등 업무추진비 사용 논란이 된 점을 들어 “엄청난 분신술”이라고 조롱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경기주택도시공사가 이 후보의 아파트 옆집을 불법 사전 선거운동의 ‘합숙소’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근거는 인터넷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서 경기주택도시공사 직원의 익명 게시글이다.

김 최고위원은 해당 내용을 두고 “이 지사(이 후보)님 댁에 기생충이 사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옆집에 기생충이 살고 있었나 보다”며 기생충에 비유해 비난했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 유권자들은 지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8일 오전 대구 칠성시장에서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휴=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8일 오전 대구 칠성시장에서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휴=뉴스1

비방전이 계속되면서 유권자들의 실망감도 커질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자조적인 말이 유권자들의 입과 언론을 통해 오르내리는 상황이다.

실제로 대선이 19일 남은 현재 주요 정당들은 대선 공약집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이 후보 측은 18일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73번째 공약을 냈고, 윤 후보는 지난 14일 40번째 ‘심쿵 약속’을 냈다. 그러나 이를 정리한 자료마저 없는 상황이다.

지난 1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만18세 이상 유권자 1510명을 대상으로 지난 7일부터 8일까지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유권자 10명 중 9명은 이번 대선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8명은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번 대선 분위기에 대해 ‘깨끗하다’고 답한 사람은 39.8%로, ‘깨끗하지 못하다’고 답한 이(50.5%)보다 낮게 나타났다.

깨끗하지 않은 이유로는 ▲정당-후보자의 상호비방 및 흑색선전(34.4%) ▲언론기관의 불공정한 보도(30.1%) ▲검찰 혹은 경찰의 소극적이고 편파적인 단속(13.3%) ▲후보자 팬클럽 등 사조직 개입(4.8%) 순이었다. 세 명 중 한 명 꼴로 흑색선전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셈이다.

앞서 우상호 민주당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은 입장문을 통해 “과도하거나 자극적 표현으로 상대 후보와 당을 공격하는 언사를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대본부장도 “표심에 영향을 주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부탁드린다”며 입단속을 당부한 바 있다. 다만 대선후보들이 앞장서서 ‘네거티브 공방전’을 벌이는 만큼 이들의 주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한편, 위의 여론조사는 선관위가 (주)한국갤럽연조사연구소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510명을 대상으로 지난 7일~8일 양일간 전화면접(CATI)로 표본프레임은 무선전화 가상번호(89.7%) 및 유선전화 RDD(10.3%) 방식으로 진행했다. 응답률은 20.0%,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이며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증값을 부여(2022년 1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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