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피해 주민들은 ‘김포공항 이전’ 원하지만…한숨 쉬는 이유
항공피해 주민들은 ‘김포공항 이전’ 원하지만…한숨 쉬는 이유
  • 안정훈 기자
  • 승인 2022.05.31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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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란다고 그게 되겠나” 자조…여당 반대, 야당은 혼선 계속

[에브리뉴스=안정훈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가 ‘김포공항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반대 기류이고 더불어민주당은 당내에서도 혼란인 가운데, 항공소음 피해지역 주민들만 간절한 상황이다.

지방선거 코앞, 갑자기 나온 ‘김포공항 이전’

31일 서울 강서구 신월동 시가지 위로 비행기가 지나가고 있다. 사진=안정훈 기자
31일 서울 양천구 신월동 시가지 위로 비행기가 지나가고 있다. 사진=안정훈 기자

김포공항을 통해 비행기가 오가는 서울 양천구 신월동과 경기 부천시 고강동은 특히 피해가 큰 지역이다. 두 지역은 특히 고도제한으로 개발이 금지되어 있어 낙후된 곳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주민들이 호소하는 주된 피해는 항공소음과 분진, 그리고 재산권 침해다. 두 지역 모두 오랫동안 산 주민이 많은데 개발이 금지되고, 항공피해는 계속되니 재산에 침해가 있으며 머리 위를 오가는 항공기의 소음과 분진으로 건강 및 생활권에도 피해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천시 고강동의 고강아파트 주민들은 지난 2019년도부터 주민 이주를 요구하고 있다. 항공소음에 이어 광명~서울민자고속도로 착공 계획이 알려지면서부터다. 항공소음에 고속도로 착공에 따른 발파공사까지 견딜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의 지도자급 인사 두 명이 지방선거와 보궐선거를 맞아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내세웠다. 인천국제공항이 김포공항 기능을 대신 수행하고, 김포공항에는 인천 계양구와 경기 김포시, 서울 양천구가 혜택을 볼 수 있는 서부권 대개발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특히 송영길 후보의 경우 지난 3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포공항을 이전해 제2의 판교로 준비하겠다”고 했다. 또 “주택 40만호 이상을 주변 시세 반값으로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도 했다.

주민들 “항공 피해 수십 년, 환영은 하지만…”

31일 경기 부천시 고강동 고강아파트 위로 김포공항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지나치고 있다. 사진=안정훈 기자
31일 경기 부천시 고강동 고강아파트 위로 김포공항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지나치고 있다. 사진=안정훈 기자

주민들은 긍정적인 분위기다. 전기세 감면 등의 보상이 이뤄지고 있으나 재산권과 생활권 피해를 겪는 상황에는 부족하다는 게 주된 이유다.

양천구 신월동의 김나연 항공기소음대책위원장은 김포공항 이전에 대해 31일 “주민들은 환영하는 추세”라며 “이곳(신월동)은 소음문제뿐 아니라 소음과 분진으로 앓는다. 재산도 문제다. 개발도 안 되고, 고도제한 때문에”라고 했다.

이어 “개발도 안 되고, 모든 피해를 주민들이 안고 간다는 부담이 있다”며 “지원보다 차라리 공항이 아예 없어지는 게 낫다. 그래서 ‘실현 가능할까’ 싶으면서도 주민들은 굉장히 좋아하고 환영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김포공항의 비행기가 보이는 부천 고강동도 비슷한 입장이다. 권경자 고강아파트 민자고속도로 반대 비상대책위원장은 “아파트 주민들은, 우리야 뭐 (공항이 인천으로) 이사를 가면 재개발 희망도 생기고 좋다”며 “아파트가 38년이나 됐는데 아무것도 못했다. 고도제한도 풀리면 뭐라도 하지 않겠나”고 했다.

지역 주민들 바라면서도 기대는 어려운 이유

31일 양천구 신월동 일대 전경. 다른 지역보다 고도가 낮다. 사진=안정훈 기자
31일 양천구 신월동 일대 전경. 다른 지역보다 고도가 낮다. 사진=안정훈 기자

다만 권 위원장은 “애초부터 공항을 옮길 것 같으면 인천공항 개항할 때 갔어야 하지 않나”며 기대감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그는 “다른 지역은 생각이 또 다르다. 부천 다른 지역 주민들은 공항이 가까워서 편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또 “공항을 옮길 돈으로 인근 주민들 이주나 시켜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김포공항 이전은 민주당 안팎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당내에서는 ‘엇박자’ 논란이 나왔다. 오영훈 제주지사 후보가 “제주의 미래와 자주권은 이재명, 송영길 후보에 있지 않다”며 반기를 든 것이다. 선거 전 마지막날인 31일에도 오 후보는 제주대학교 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방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정책 제시는 옳지 않다”며 “수도권 중심 논리를 강요하면 안 된다”고 반대 입자를 재차 강조했다.

국민의힘에서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송 후보의 경쟁자인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이날 자신의 SNS에 입장문을 내고 김포공항 이전을 “졸속공약”이라며 평가절하했다. 그는 “애초에 송영길 후보의 공약에는 ‘서부대개발’이라는 용어 자체가 없었다. 그런데, 문제가 되니까 이틀 뒤 ‘서부대개발’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중앙당은 이 후보를 특히 겨냥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후보가 김포공항마저 도망시키려고 하고 있다. 서울·경기·제주 등 전국 선거는 어찌됐든 나만 살아보겠다는 팀킬”이라며 “김포공항 이전으로 수도권 서부를 개발한다는 거창한 계획을 밝혔지만 국민들은 대장동 개발 ‘먹튀’를 재현하려는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한편, 송 후보는 여전히 해당 공약이 실현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저와 이재명 후보, 민주당은 수도권부터 제주까지 교통 인프라를 깔고 김포공항을 이전해 서울 서북권 1200만 평의 제2의 강남 제2의 판교를 합한 과감한 개발을 지난 가을부터 일관성 있게 준비했다”며 “후속 조치, 후속 솔루션을 마련하려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숙성시켜 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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