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형법 추행죄, 폐지되고 없어져야 할 법이 아직 있는 것”
“군형법 추행죄, 폐지되고 없어져야 할 법이 아직 있는 것”
  • 안정훈 기자
  • 승인 2022.06.13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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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성소수자 색출사건’ 파기환송 됐지만…국회·헌재, 폐지 나서야
尹, 검찰총장 후보자 시절 “성소수자 이유로 차별·불이익 안 돼”

[에브리뉴스=안정훈 기자] 2017년 육군에서 벌어진 ‘성소수자 색출사건’에서 대법원은 피해자들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지만, 관련 법규가 여전히 성소수자에 차별적인 조항인 만큼 삭제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군형법 제92조의 6’, 이른바 군형법상 추행죄는 군인 또는 준군인이 상호 간에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하는 경우 형사처벌한다는 조항이다. 이 조항은 ‘항문성교’를 구체적으로 거론해 남성 군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 등이 동성애 차별적이란 이유로 지적받았다. 

특히 육군은 지난 2017년에는 성소수자 군인들이 영외에서 성행위를 했음에도 해당 조항을 들어 수사를 했다. 사적 공간에서의 성행위이고, 강제성이 없음에도 불문곡직하고 성소수자를 처벌하는 것이냐는 비난이 나오기도 했다.

군형법 제92조의 6, “폐지되어야”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성소수자 군인 색출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의미와 과제' 토론 참석자들이 토론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안정훈 기자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성소수자 군인 색출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의미와 과제' 토론 참석자들이 토론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안정훈 기자

해당 법 조항에 대해 임태훈 군인권센터 센터장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성소수자 군인 색출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의미와 과제’ 토론회에서 “대법원 대법관들이 11:2로 이 사건이 명백한 (군의) 잘못이라고 지적하고 있고, 아주 늦었지만 대법원이 성소수자, 즉 동성애자의 성적 지향이 보편·타당하다는 걸 선언하고 성적자기결정권에 해당한다고 선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제 국회가 그 화답을 이 법안에 대한 폐지로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태훈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원장은 이날 토론에 대해 “매우 시의적절한 기획”이라며 “헌법재판소가 군형법상 추행죄에 대해 여러 차례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고 위헌법률심판을 5년 넘게 미루는 상황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비록 전원일치는 아니더라도 전향적으로 이 규정의 위헌성을 논증해 보였다”고 했다.

이날 토론에서 좌장을 맡은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애당초 폐지되고 없어져야 할 법이 아직 있다는 게 (문제다), 헌재에서 다툴 정도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분도 있고”라며 “여전히 피해를 보고 내몰리고, 소외되고 배척당하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보다 국회가 먼저 이 법을 없앴어야 했다”며 폐지를 촉구했다.

발제를 맡은 강태경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군형법 추행죄에 대해 “동성애는 법이 개입할 수 없는 지극히 사적 영역이라는 사회 통념이 자리잡고 있다. 대한민국 법체계의 의미적 적합성을 해치는 제도”라며 “이런 표현적 해악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제거(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2002년과 2011년, 2016년 해당 법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는데, 이를 바로잡으라는 비판이다.

이서윤 서울남부지방법원 판사는 해당 조항이 “문헌 자체로 특정 성행위를 처벌하는 듯한 규정”이라며 “조속히 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봤다. 그는 “소위 조직논리상 우리가 어떤 집단이나 인물, 가치관을 배척할 때 그게 정말 잘못됐기 때문인 일은 많지 않다. 대부분 그게 튀기 때문이고, 기존 규칙에 반기를 들고 위협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라며 “다른 목소리를 내는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일임에도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 주신 분이 있었기에 올해 판결이 존재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앞서 폐지된 영창제도가 폐지된 점을 거론하며 “국회와 헌재가 서로 눈치보고 미룰 일이 아니다. 누구든 먼저 나서서 이 법(군형법 추행죄)의 위헌성을 많이 확인할수록 좋다”며 “대법원도 판결하고, 헌재도 판결하고, 국회가 폐지하고, 이를 통해 우리 역사상 성소수자를 차별한 이 악법이 얼마나 잘못된 건지 확인하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경환 법무법인(유) 태평양 변호사는 “군형법 추행죄는 그간 동성애 처벌 조항이었다. 동성애 인식이 변해서 이 부분의 처벌을 유지하는 게 타당치 않다는 논리가 전개된 데에 의의가 있다”며 4월 재판 결과를 평가했다. 그러면서 “(군형법 추행죄) 이 조항이 아니어도 성적 군기나 질서유지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박사과정 연구자 정성조씨는 이번 판결이 “앞으로 향후 과제에 대해 얘기할 때도 단순히 지금 한 사건의 피해자를 넘어 한국사회에 있는 관련 규범, 법, 제도, 기반, 역할, 국가폭력에 대항하는 정치적 책임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봤다.

尹, 검찰총장 후보자 시절 “성소수자 이유로 차별·불이익 받지 않아야” 밝혀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성소수자 군인 색출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의미와 과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안정훈 기자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성소수자 군인 색출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의미와 과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안정훈 기자

해당 법 조항에 대해서는 윤석열 대통령도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19년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 후보자 시절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받거나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윤 (당시) 후보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검찰총장 후보자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군형법 제92조의 6 폐지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받거나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들도 폐지안에 긍정적인 답을 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임 센터장의 발언에 “오늘 토론회가 기반이 돼서 관련 입법이 시급히 진행될 수 있도록 국회에서 힘을 모으겠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차별금지법 논의를 강조했으며, 권인숙 민주당 의원은 “국회가 성소수자의 자기결정권을 이해하는 결의를 실천하는 공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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