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록 금지 해, 말아?…‘음성권 보호’ vs ‘약자 방어수단’
녹취록 금지 해, 말아?…‘음성권 보호’ vs ‘약자 방어수단’
  • 안정훈 기자
  • 승인 2022.09.06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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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뉴스=안정훈 기자]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통화녹음금지법)이 논란인 가운데 윤 의원이 6일 “사회구성원간의 불신을 야기하고 사회의 도덕적 문화적 수준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윤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토론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또 “일상적으로 좀 과장해서 말씀드리면, 자기 통화를 녹음하는 많은 시민 분들이 그 통화와 녹취록이 유출시 민사상 불법행위의 책임을 질 수 있는 상황이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몰래 영상을 촬영하는 도촬에 대해선 엄격한 기준을 세워놓고, 이에 못지않은 불법녹음에 대해서는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6명의 토론자들이 법안에 대한 찬성 3, 반대 3인으로 나뉘어 토론을 진행했다. 주요 골자는 ‘음성권’의 경중을 어느 쪽에 두느냐였다. 내 목소리를 녹음할 권리와 내 목소리가 녹음되지 않을 권리의 갈등인 셈이다.

‘녹음의 취급’ 고민할 때…녹음 자체로 처벌?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토론회에서 토론 참여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안정훈 기자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토론회에서 토론 참여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안정훈 기자

통상적으로 녹음은 사회적 약자의 ‘방어수단’적 용도로 취급된다. 지난 2018년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의 딸이 운전기사에 대해 막말을 했을 때 음성파일을 공개한 게 대표적 예다.

반면 일각에서는 ‘공격용’으로 취급된다. 정치권에서도 보이는 현상으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녹취록 공방이 대표적 예다.

이날 토론에 나선 김유석 변호사는 “현행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은 성적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는 경우 성폭력범죄로 처벌하지 타인을 촬영하는 것만으로 처벌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평소 인사를 주고받고, 안부 묻는 정도의 녹음도 처벌해야 하나? 이건 아니라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정안이 우려하는 피해는 녹음 그 자체로 발생하기 보다, 실제로 녹음파일을 공개하거나 유출하는 경우에 발생하므로 녹음만으로 처벌할 게 아니라 이를 불법적으로 공개하거나 유출하는 것 등을 처벌하는 것만으로도 개정안이 의도하는 목적 달성에 충분하다”며 “녹음 후 녹음 사실을 통보할 의무를 부여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녹음 내용이나 경위가 충분히 감안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녹음 자체를 문제로 삼을 것인지, ‘동의 없는 녹음’을 문제로 삼아야 하는지, 녹음은 동의 없이 해도 ‘유출’을 하면 안 되는 건지, 삭제를 요구할 권리나 법적으로 강제할 것인지 등에 대한 논의를 포괄적으로 선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법이 제정될 경우 직장 내 괴롭힘 등 부조리를 겪었을 때 방어수단으로 녹음파일을 꺼냈을 경우, 그 자체로 결격사유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법안 원인은 정치권?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 김건희 여사와 증권사 직원의 녹취록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휴=뉴스1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 김건희 여사와 증권사 직원의 녹취록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휴=뉴스1

법안에 대해 정규재 주필은 우리나라 정치권의 분위기를 문제 삼았다. 원 장관과 이준석 전 대표의 녹취록 갈등 등을 거론하며 “사적인 일을 공적 공간인 정치마당에 끌고 들어오는 게 정치의 아주 고약한 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정치가 이런 수준으로 엉망이 되고 있는 건 사적 공간에 있어야 할 것들을 모조리 공적 공간에 꺼내 진흙탕처럼 꺼내서 싸우는 것(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민 변호사도 “국민의힘이 정권 잡으니 약자에 불이익을 주는 법안이 나온다는 비판도 있고, 법안 내용을 국민이 듣는 순간 비양심적인 사람들, 사회적 강자를 보호하자는 취지로 비춰지고 상당한 근거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법안이 윤상현 의원에 의해 처음 발의됐을 때 ‘자기 보호를 위한 수단’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앞서 윤 의원은 지난 2016년 녹취록과 관련한 논란을 빚은 바 있는데, 이로 인해 2020년 총선에서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하기도 했다.

근래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녹취록이 논란이 되고 있는 만큼 법안에 대한 우려는 해결 과제로 남은 셈이다.

‘사회적 약자 방어수단’엔 다수 공감

반면 ‘사회적 약자의 방어수단’이라는 점에는 다수가 공감대를 이뤘다. 법안 찬성 측도 직장 내 괴롭힘, 갑질, 성폭행 등의 문제로부터 자기보호를 위해 녹음하는 것에는 예외를 둬야 한다고 했다. 문수정 변호사는 “‘무조건 녹음하지 말자’, 그런 취지가 아니라고 믿고 싶다. 이 법안(통화녹음금지법)이 나아가야 할올바른 방향은 일단 위법성 조각 사유를 명문으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규재 주필도 “자기방어 수단으로 녹취하는데 녹음이, (자신을) 어찌 보호하는지에 대해 명시적으로 법으로 규정할지, 사법적 판단으로 볼지 등 충분히 대비하고 보완할 장치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민 변호사는 사회적 지위의 차이, 서비스 제공의 입장에 있는 사람 등을 거론하며 “이런 경우 (녹취할 때) 상대방 동의를 받기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동의 후 녹취’의 비현실성을 지적했다. 그는 “각각의 영역에서 우리의 말과 행동은 관계적이고 상대적인 성격을 갖는다. 거짓말하려는 사람, 무고 당하는 사람의 녹음 가능성 때문에 범죄가 상당히 줄어들게 될 것”이라며 “(녹취 가능성이) 사회 신뢰를 해체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높여주고 믿음을 강화시켜주는 역할도 분명 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현재 우리가 사회 균형을 나름대로 찾아가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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