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제2소위원장…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 계류상태
[에브리뉴스=안정훈 기자] 국민의힘 소속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위원들이 7일 정청래 과방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전체회의 전원 불참을 선언했다.
국민의힘 과방위원들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청래 의원은 과방위원장으로서 과방위를 독단적으로 운영하고 사유화했으며 위원장으로서 직권을 남용했다”며 “7월 27일, 29일, 8월 18일, 24일 무려 네 차례나 여당의 간사선임을 하지 않은 채 전체회의를 독단적으로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또 정 위원장이 야당인 민주당의 최고위원을 겸하고 있는 점도 문제 삼았다. 국회 관례상 정당 지도부 및 주요 당직자는 상임위원장을 동시에 겸하지 않는데, 정 위원장이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과방위원들은 “정 위원장은 지금까지 상임위원장으로서 위원회를 원활히 운영하지 못했고 권한을 오남용하며 국회 권위를 실추시켰다”면서 “교섭단체의 간사를 인정하지 않는 등 더 이상 상임위원회를 이끌어갈 권위와 도덕성이 무너졌다고 판단되므로, 과방위(원장) 사퇴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이날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2소위 위원장도 민주당 마음대로 정했다. 독자적으로 한쪽이 다 맡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수정 소지가 없는 한 끝까지 전체회의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 “정청래 위원장은 독불식 운영의 전형을 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소속 과방위원들은 4선 권성동, 재선 박성중·추경호, 초선 김영식·윤두현·하영제·허은아·홍석준 의원의 8명이다.
과방위 파행 이면의 여야 갈등…핵심은 2소위원장
과방위는 지난 7월 후반기 국회가 개원한 이래 5번째 파행이 기정사실화했다. 앞서 4차례 파행했으며 국민의힘 측 과방위원들이 이날 불참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정 위원장도 이전부터 수차례 사퇴 의사가 없음을 못 박은 만큼 5번째 파행도 예고된 셈이다.
핵심은 제2소위원회 위원장(정보통신방송소위)의 임명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18일 조승래 의원을 제2소위원장으로 임명하는 안건을 단독 의결했다.
민주당 측은 국회 전반기에 2소위원장을 당시 야당이던 국민의힘이 맡았으니, 후반기는 민주당이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야당(민주당)이 위원장을 가져간 만큼 제2소위원장은 상대 당(국민의힘)이 가져가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2소위를 둔 극한 대립의 이유는 공영방송(KBS, MBC)의 이사와 사장을 뽑는 방식을 새로이 정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문재인 정권에서 임명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의 ‘알박기 인사’ 논란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여야는 후반기 국회 시작 전부터 과방위원장 자리를 놓고 다퉜으며, 2년 임기의 과방위원장을 1년씩 교대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관례 깬 정청래, 물러설 의사 “없어”
정 위원장은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에서)‘계속 하겠느냐? 그만두겠냐’ 하고 나의 의향을 묻길래 ‘그만둘 생각이 없다. 계속하겠다’는 답변을 한 것이다. 사퇴압박을 받지도 않았다. 그냥 과방위원장 유지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국회 관례에 따라 최고위원을 겸직한 정 위원장에게 사퇴 의사를 물었지만, 이를 거부한 것이다.
‘정당 지도부 주요 당직자는 상임위원장을 겸직하지 않는다’는 국회 관례는 민주당도 지켜온 것이다. 박광온 전 위원장은 21대 국회 전반기 이낙연 대표 체제에서 사무총장을 맡으면서 위원장직을 사임했다. 한정애 전 환경부 장관도 2020년 보건복지위원회 상임위원장에 선출됐으나 이낙연 대표 체제의 정책위의장으로 임명되면서 위원장을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넘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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