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법 개정안, 내용 모호·현행 노동법 체계와 배치”
“노조법 개정안, 내용 모호·현행 노동법 체계와 배치”
  • 김종열 기자
  • 승인 2022.11.21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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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파괴 행위도 용인?…“법치 근간 훼손 우려”
“노동법 체계와 맞지 않아 혼란 일으킬 것”

[에브리뉴스=김종열 기자] 국회에서 발의된 노조법 개정안들은 사용자의 재산권과 평등권을 침해하고 직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등 위헌 소지가 크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노조법 개정안은 폭력파괴행위에도 노조의 책임 상한과 노조원 개인의 면책을 포함하고 있어 법치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사용자개념과 노동쟁의 범위 확대는 내용이 모호하고 현행 노동법 체계와 맞지 않아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연구 의뢰받은 ‘노조법 개정안의 위헌성 여부에 대한 보고서’에서 21일 이같이 밝혔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 11월 12일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 참여한 모습. 사진제휴=뉴스1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 11월 12일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 참여한 모습. 사진제휴=뉴스1

손해배상청구 제한, 평등권·재산권 침해 등 위헌 소지

차 교수에 따르면 위법한 쟁의행위를 하면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것은 평등권, 직업의 자유(영업활동의 자유), 재산권 등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 소지가 크다. 

차 교수는 “불법행위에 대한 면책 특권을 노조에만 부여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며 “노조법 개정안은 합리적인 근거 없이 근로자에게만 특혜를 주고 있고, 그에 따른 사용자의 불이익에 대해서는 배려가 일절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약자 보호라는 법의 취지와 다르게 특혜 대상이 노조에만 한정돼 있어 시민단체나 보호가 필요한 다른 집단들과의 평등권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며 “개정안 도입은 사용자의 직업의 자유도 침해한다. 손해배상 제한으로 파업이 빈발하면 결국 사업자의 정상적인 영업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봤다.

차 교수는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가압류 신청의 제한, 신원보증인 면책 등의 조항들은 불법 쟁의로 사용자의 손해를 보전받을 권리인 손해배상청구권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사용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손해배상액 상한 신설과 감면 청구 등도 사용자가 그만큼 손해배상을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이므로 재산권에 대한 직접적인 제한이 된다고 했다.

“폭력·파괴행위 인정하면 노조 비타협적 활동 부추길 수 있어”

차 교수는 노조법 개정안에서 주장하는 노조의 폭력·파괴행위에 대한 면책은 법치의 근간을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법 개정안은 폭력·파괴행위의 경우에만 손해배상청구를 허용하고, 노동조합에 의해 계획되면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금지하고 있다. 폭력 파괴행위로 노동조합에 대해 손해배상청구를 할 때도 노동조합의 존립이 불가능하면 손해배상의 청구를 금지하도록 한다.

차 교수는 “불법을 합법화하는 것, 즉 정당하지 않은 내용을 입법화하는 것은 위헌으로 판단돼야 한다”며 “폭력·파괴행위가 수반된 행위를 인정하면 대립적 노사관계가 만연한 우리나라의 경우 노조의 투쟁적, 비타협적 활동을 더욱 부추기고 불법과 폭력이 사회 각 분야 전방위적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전했다.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전태일 흉상에 노조법 2·3조 개정(노란봉투법)을 촉구하는 머리띠를 두르고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제휴=뉴스1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전태일 흉상에 노조법 2·3조 개정(노란봉투법)을 촉구하는 머리띠를 두르고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제휴=뉴스1

사용자·노동쟁의 범위 확대 내용 모호

차 교수는 사용자개념과 노동쟁의 범위 확대는 내용이 모호하며 현행 노동법 체계와도 맞지 않아 노조법 개정 시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행 노동법 체계는 직접 근로계약 관계에 있는 당사자들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근로계약 관계가 아닌’ 하청 노동자도 교섭대상자로 인정하면 기존 법체계와 충돌한다. 

예컨대 원청이 수많은 하청업체와 거래하고 있을 때 교섭 창구 단일화를 어떻게 할 것인지, 원청 사용자는 모든 하청업체와 교섭 의무가 있는지, 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한 근로조건 협상이 파견법 위반은 아닌지 등 기존 법체계와 맞지 않아 실무상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영국·프랑스 등도 ‘불법의 합법화’ 사례 없다

차 교수는 폭력·파괴행위에 대한 책임감면은 영국과 프랑스 등 해외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고 했다. 특히 손해배상 제한의 근거로 영국 사례를 드는데 영국은 단순 불법행위에 대해서만 손해배상에 상한액을 정하고 있어 우리나라 노조법 개정안에서 주장하는 내용과는 다르다고 했다.

영국은 불법 쟁의행위를 한 노조에 대해 손해배상 상한이 적용된다. 그러나 손배 상한액은 개별 불법행위마다 별도 적용돼 복수의 불법행위시 손해배상이 합산된다. 노조원 개인은 손해배상 상한을 적용받지 않는다. 폭력파괴행위는 어느 법 규정에서도 노조와 노조원을 보호하지 않는다. 반면, 우리나라 노조법 개정안은 일반적인 노조의 불법 쟁의행위에 대해서는 노조와 노조원 모두 손해배상 책임을 면책해주고, 노조원 개인의 폭력과 노조의 시설 파괴 등의 행위에만 손해배상 상한을 두자고 주장하고 있어 이와 대비된다.

프랑스는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 제한이 입법화돼 있다. 그러나 손해배상 제한은 모두에게 주어지는 배상권을 부정해 평등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그해(1982년) 바로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차 교수는 “헌법에서 규정하는 근로삼권의 기본정신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실질적 대등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라며 “노사 간 사회적 균형을 무너뜨리지 않는 범위에서 제도와 규범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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