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 산] 부처를 닮은 산, 불암산
[에브리 산] 부처를 닮은 산, 불암산
  • 안정훈 기자
  • 승인 2023.01.24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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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불암산 정상에서 바라본 서울 전경. 사진=안정훈 기자
지난 22일 불암산 정상에서 바라본 서울 전경. 사진=안정훈 기자

[에브리뉴스=안정훈 기자] 우리나라 스포츠 국가대표 선수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태릉의 뒤에 웅장히 솟은 불암산의 정기를 받는다는 것이다.

노원구 등 서울의 북쪽은 경기권에서 가장 산세가 높고 험한 지역이다. 수락산과 도봉산, 북한산 등이 밀집했으며 불암산 또한 그중 하나다. 등산 애호가 사이에서 불암산은 이들 산 중 상대적으로 쉬운 초보자 코스로 평가된다. 508m의 해발고도도 인근 산 중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대한민국의 위대한 축구선수 박지성은 이 산을 23분 만에 주파했다고 한다.

불암산은 교통이 편리해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산이다. 상계역, 당고개역, 화랑대역 등이 산책로와 인접해 등산을 하기 쉬운 곳이다. 이로 인해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가 완화된 최근에는 산을 오르내리는 청년세대를 숱하게 볼 수 있다.

봄이면 철쭉이 만개해 아름다워지는 불암산이지만, 필자가 오른 설 연휴의 불암산은 새하얀 눈으로 덮여있었다. 곳곳이 얼어붙었으며 계단 일부는 아예 얼음으로 덮이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일부 구간은 통행을 막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평이하지만, 정상부근은 주의가 필요하다. 가파른 절벽으로 이뤄진 바위산은 잠시라도 발에 힘이 풀리면 위험한 곳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정상에서 태극기로는 로프를 타고 올라야 하는데, 눈이 온 이날은 특히 더 위험했다.

정상에서는 경기 남양주시와 서울시가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서울의 경우 도심의 전경을 한눈에 담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남산타워는 물론 롯데타워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서울의 주요 산들보다는 낮은 편이지만 절경은 여느 산들에 뒤지지 않았다.

불암산 중턱 학도암 바위에 새겨진 마애관음보살좌상. 사진=안정훈 기자
불암산 중턱 학도암 바위에 새겨진 마애관음보살좌상. 사진=안정훈 기자

정상에서 상계역 방면으로 내려오다 보면 학도암이 나온다. 불암산을 찾는 사람들이 곧잘 찾는 사찰은 반대편의 불암사이지만, 이날은 학도암을 찾았다. 대웅전 뒤편의 마애관음보살좌상을 보기 위해서다.

거대한 암벽에 새겨진 마애관음보살좌상은 산속에서 고요하되 웅장하다. 14m에 달하는 거대한 돌부처는 서울, 즉 속세를 바라보고 있는데 자비로 중생을 구제하고 이끄는 역할의 관음보살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마애관음보살좌상에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해진다. 조선말기 명성황후가 고종의 왕비로 간택됐지만, 고종은 명성황후를 아끼지 않았다. 독수공방해오던 명성황후는 한 궁녀의 권유로 이곳 학도암에 경복궁 중건에 동원됐던 석공들을 이끌고 마애관음보살좌상을 조성하게 했다고 한다.

학도암에서 바라본 서울시 전경. 마애관음보살좌상이 속세를 바라보는 구도다. 사진=안정훈 기자
학도암에서 바라본 서울시 전경. 마애관음보살좌상이 속세를 바라보는 구도다. 사진=안정훈 기자

그 후 명성황후는 고종의 사랑을 듬뿍 받았고, 세 아이를 출산하게 되었다고 한다. 명성황후가 죽는 을미사변 후로도 고종은 홍릉에 전화를 해 명성황후를 그리워했다고 하니 돌부처의 영험함이 대단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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