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권자의 분노는 ‘설화’ 때문만이 아니다
[기자수첩] 유권자의 분노는 ‘설화’ 때문만이 아니다
  • 안정훈 기자
  • 승인 2023.04.07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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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사진제휴=뉴스1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사진제휴=뉴스1

[에브리뉴스=안정훈 기자] 양두구육(羊頭狗肉: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 신군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윤리위원회 징계를 받게 된 결정적인 단어다. 윤석열 대통령 등을 이처럼 빗댄 이 전 대표는 지난해 10월 당원권 정지 1년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최근 국민의힘 지도부를 보며 “이준석 사태 때는 그렇게 모질게 윤리위를 가동하더니, 그 이상으로 실언, 망언을 한 김 최고위원은 어떻게 처리하는지 한 번 지켜보자”고 했다.

홍 시장에게서 윤리위 발언이 나온 건 당의 형편없는 처지 때문이다. 김재원 최고위원의 ‘전광훈 목사’ 발언, 태영호 최고위원의 ‘제주 4.3사건’ 발언, 조수진 최고위원의 ‘밥 한 공기 다 먹기’ 발언 등의 설화가 이어졌다. 김영환 충북지사와 김진태 강원지사는 자신의 지역에 산불이 났는데도 음주, 골프를 하다 각각 적발됐다.

설화를 넘어선 방만은 지지율로 보여지고 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보다 낮게 나오면서 김기현 지도부가 출범 한 달 만에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이것을 알고 있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그는 김진태 지사가 화재 당시 골프 및 음주를 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사안의 경중에 따라 책임을 묻는 조치를 취할 것을 사무총장에게 지시했다. 윤희석 대변인은 “김 대표는 당의 기강 확립을 위해 앞으로도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않는 언행에 대해 일체의 관용 없이 일벌백계로 임할 것임을 다시 한 번 밝힌다”고 했다.

현실은 어떨까? 현재 윤리위는 이양희 윤리위원장을 포함해 윤리위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징계 수위를 논할 기관 자체가 없는 셈이다. 당초 윤리위의 임기는 지난해 10월까지였으나 비대위원회가 구성되는 등의 상황을 감안해 1년씩 연장해 올해 10월이 됐다. 그러나 윤리위원들은 임기가 반년 남은 상황에서 사의를 표했다.

그렇다면 정책은 어떤가. MZ세대 지지율이 낮다 하니 청년들을 찾아 맥주잔을 기울이고, 저출산 대책은 ‘30세 이하에 자녀를 3명 이상 낳으면 남성 병역면제’ 등의 비현실적인 안이 나온다. 조수진 최고위원의 발언도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대안을 설명하던 중 나온 실언이다.

유권자들이 국민의힘에 분노하는 것은 단순한 ‘말실수’ 때문이 아니다. 설화는 나오는데 정치인으로서 마땅히 내야 할 정책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언론에 나오면 논란만 조명되고, 논의되는 정책은 번번이 국민의 퇴짜를 맞고 있다.

유권자들은 지금의 국민의힘을 보며 어떤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알 수조차 없다. 납득할 공약은 나오지 않고, 설화는 계속된다. 제재는 “하겠다”만 나올 뿐이다. 총선까지 1년 남은 시점인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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