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은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긍정의 힘"
" 예술은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긍정의 힘"
  • 소설가 이호준
  • 승인 2012.09.07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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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토크]희망을 연주하는 작곡가 이옥영 교수

[에브리뉴스=이호준] 이옥영(53)씨는 부산 사하구에서 나고 자라 작곡가로 활동하며 후진양성에 힘쓰는 부산토박이 작곡가중 한 사람이다. 그런 그녀에게 평생의 어젠다[agenda]를 안겨준 악기가 피아노였는데, 임신 중에도 피아노교습소를 운영하셨던 어머님이 계셨기에 말보다 피아노를 먼저 깨우치게 된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을 것이다.

“가난한 산동네를 다니며 교회개척에 평생을 바쳤던 아버님 뒷바라지를 위해 어머님이 피아노 교습소를 운영하셨죠. 그래서인지 피아노하면 항상 동네 언니 오빠들 차지로 북적이던 좁은 교습소를 분주하게 누비시던 어머님이 먼저 떠올라요. 저는 항상 그런 어머니 주위를 놀이하듯 맴돌았죠.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제게 피아노 앞에 앉아야하는 숙제들을 내 주시곤 했어요. 그러다보니 6살 때부터는 아버님이 운영하시던 교회에서 피아노를 도맡아 연주하는 실력자가 되었었죠.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세상 궁금한 작은 상상들을 피아노를 통해 표현하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그렇게 피아노는 숙명처럼 내 인생을 채워왔던 것 같아요.”

숙명처럼 내 인생을 채웠던 피아노

영옥씨가 유년기를 보냈던 동네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 바쁜 사람들이 모여 살던 산동네, 누군가의 천재성을 알아보기보단 당장 앞가림할 것들이 더 중요했을 것이다. 종교적 사명감에 그들의 삶속으로 파고 들어가야 했던 아버지는 교회를 개척해야 했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뒷바라지와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야했을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음악신동의 탄생일수도 있었을 영옥의 특출한 피아노실력은 가난한 산동네 지친 일상 속 소통창구역할이 우선 되어야했을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내주위에는 항상 피아노와 아버지의 신념과 일상에 지친 사람들의 노래가 있었어요. 피아노를 빼면 별 할 이야기가 없는 유년기였죠. 그런 공동체에서 음악보다 중요한 것은 생각할 수도 없었죠. 대학입시도 그렇게 고민하지 않았어요. 당연히 음대를 선택했고,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한양대 작곡가를 목표로 공부를 했죠.”

목표했던 한양대 작곡가에 들어가기 위해서 영옥씨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서울 유학길에 올랐다. 가난 때문에 악기레슨은 엄두를 낼 수 없어 당시 서울대작곡가를 다니고 있던 사촌오빠에게 레슨을 받기위해 서였다. 그렇게 이모님과 사촌오빠를 비롯한 여러분들의 보살핌 덕분으로 목표했던 한양대에 들어가 작곡을 공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대학4학년 땐 ‘님의꽃’이란 창작곡으로 “제3회 대학가곡제(1983년)”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작곡가에게 현실은 표현해야할 주제

“그렇게 한양대 작곡가를 졸업하고 부산으로 내려왔어요. 부산에 가면 최소한 내 유년시절기억의 전부였던 산동네사람들에게 행복을 선사하는 작곡활동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었죠. 하지만 지방에서 더군다나 작곡경력도 미천한 신인이 활동할 무대는, 참! 꿈같은 생각이었죠. 결국 가난한 집안에 손을 벌려 동아대대학원을 거쳐 ”불가리아국립소피아음악원”에서 공부를 마쳤죠. 그리고 다시 부산으로 돌아왔어요. 물론 당시 레지던트였던 남편의 적극적인 후원과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었죠. 하지만 지방에서 작곡가로 활동한다는 것은 여전히 좌절과 인내의 연속이더군요.”

대학원으로, 불가리아국립소피아음악원으로 소위 음악적 스펙을 쌓았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활동할 무대가 없었고, 한 가정에 어머니로, 한 남편의 부인으로서 지켜야 할 자리가 더 컸다. 현실과 타협하지 않으면 주위 모든 사람들이 힘들어질 판, 결국 대학시간강사를 선택해야했다. 열심히만 한다면 우려와는 다르게 작곡활동과 후진양성이란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의 발로였다.

“지금도 유학을 갔다 와도 설 자리가 없는 것이 예술계의 현실입니다. 지방은 더하죠. 손쉽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곤 학원을 운영 하던가 대학 강단에 서는 것인데, 그 조차도 수요가 한정 되어있어 경쟁 아닌 경쟁을 해야 되요. 근데 우리가 작곡이나 하고 악기를 연주할 줄 알았지 어디 장사를 하기위한 경쟁을 배우기나 했나요. 그런 현실에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사람들을 더 황폐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20년의 시간강사 생활

수도권 국립대학 70%, 수도권사립대 60%, 지방사립대 50%미만이란 전임교원 채용율만을 놓고 봐도 시간강사를 착취하지 않고서는 교육이 불가능한 것이 대학 강단. 그나마 강단을 지켜야 할 교수들 또한 신입생을 유치한다, 졸업생을 취업시킨다, 학교로, 기업체로 뺑뺑이 도는 것이 주 업무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그렇게 대학을 졸업하고 석사, 박사 유학을 다녀와도 국내 대학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많이 받아야 70~80십만원짜리 시간강사가 전부다. 더욱이 교수가 되기 위해선 실력과 스펙도 중요하지만 억억하는 뒷돈 거래를 받아드려야 하는 것이 현실이며, 그조차도 돈 많은 1%의 고민이라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잘못되었다는 것을 왜 모르겠어요. 20년을 시간강사로 대학 강단을 지켜왔는데, 한때는 관습화 된 부조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싸우기도 했었죠. 하지만 모두들 피해자일 뿐이더군요. 저는 그런 부조화 속에서 혼란을 겪어야하는 학생들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교육에 더 힘쓰기로 결심했죠. 아직은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부조리라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 것이죠. 저는 지금도 믿습니다. 싸워서 바꾸는 것도 좋지만, 유능한 인재양성이 관습화 된 부조리를 바꿀 최선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그렇잖아요. 변해도 그것을 수용할 능력이 부족하다면 또 다른 부조리를 양상 하는 꼴밖에 더 되겠습니까.”

그렇다. 세월 따라, 사람 따라 세상이 변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고, 시간문제일 뿐이다. 세상의 못된 관습 또한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가치를 위해 누군가는 치열하게 싸워야하겠지만, 누군가는 변화를 수용할 인재를 길러내는 것 또한 중요할 것이다.

그래도 예술은 이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긍정의 힘

“사회의 안정과 번영을 추구할 수 있는 상상력은 제도가 아닌 예술적 자질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눈만 뜨면 범죄뉴스가 넘쳐나는 현재의 대한민국사회를 보세요. 돈과 권력을 추구하는 사회가 얼마나 무섭고 두려운 것인지 여실히 증명하고 있잖아요. 모두다 마이다스를 꿈꾸며 살고 있지만 과연 만족하고 사는 사람이 있을까요? 분노와 타협하고 외로움을 감추려는 눈속임으로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요? 이런 분노를 치유하고 꿈과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예술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불신의사회, 경쟁의사회에서 도태와 소외라는 단어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긍정의 힘이 예술이라 믿기에 희망을 작곡하고 연주한다는 작곡가 이영옥씨, 그녀가 대학 강단에서, 지역을 지키는 작곡가로서 퍼트리고 있다는 긍정의 힘이란 무엇일까? 가난한 삶의 아름다움을 가르쳐주신 아버지와 함께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는 어머니의 가르침처럼 치유의 약이고 희망의 밀알이길 바라며, 하루라도 빨리 지역문화분권이 이뤄져 예술인들의 올곧은 가치가 정당하게 보호받고 인정받았으면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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