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 20년 기록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위안부 할머니 20년 기록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 노정금 기자
  • 승인 2012.09.17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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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인터뷰] ‘이야기해주세요’ 사진전 안해룡 감독

“중국인 위안부 할머니를 만나 처음에 기억하는 한국말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첫마디가 ‘눈물’, 그 다음이 ‘주소’ 였다“

 

지난 10~14일, 서울 용산아트홀 대공연장과 전시장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할머니와 함께 하는 이야기해주세요 전쟁·평화·여성’ 제목의 사진전과 공연, 영화 상영회가 열렸다. ‘이야기해주세요’는 위안부 피해 역사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영상 저널리스트 및 사진가 안해룡 사진작가에 의해 기획 됐다. 안 작가는 1993년부터 뉴스현장을 뛰어다니며 사진을 찍고 자연스럽게 위안부 문제를 알게 됐고 위안부 할머니들과 함께한 시간이 어느 덧 20년째를 맞았다. 안 작가는 20년의 세월을 사진에 담았다. 지난 13일 사진전이 무르익었을 때 쯤 안 작가를 만났다.

“취재할 때는 담백해져요. 감정적인 부분을 가능한 개입을 안 하려고 해요. 중국에 계셨던 한 할머니(위안부)를 1995년 취재한 적이 있어요. 오지 산골에 계시는 분이었는데 이분이 산골에 계셨기 때문에 사람을 만난 적이 거의 없고 한국말도 잘 못했어요.”

“처음에 기억하는 말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눈물’이었고 그 다음에 하는 말이 ‘주소’ 였어요. 돌아가고 싶어서... 주소를 외우고 있었던 겁니다.”

안 작가는 위안부 문제를 다루면서 중국에서 만난 위안부 할머니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할머니는 ‘눈물’과 ‘주소’라는 한국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안타까움은 이루 말로 표현이 안 되는 것이다.
“위안부 할머니의 아픔을 다시금 상기시키며 되묻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들의 아픔을 보듬어 주는 것이 힘들지만 저는 영상과 사진으로 그들의 많은 것을 담고 기록해 놓았어요.”

언제부터 위안부 할머니들을 관심을 갖고 사진을 찍게 되었나요.
- 옛날 사진을 찍기 시작한 1993년 쯤 부터인 것 같아요. 뉴스현장에서 사진들을 찍고 한 가지 테마(위안부 문제)로 오랫동안 해 오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그 현장에 오래 있었던 것과 위안부할머니들이 오래있었기에 저도 오래 머물게 되었죠.

옛날 사진이라면.
- 제가 사진을 찍고 프리랜서로 활동을 할 때 뉴스 현장을 왔다 갔다 했어요. 1993년쯤부터 사진을 하기 시작했고, 영상은 1995년부터 하기 시작했어요.

 

안해룡 감독

사진전을 갖게 된 계기가 있다면.
- ‘니콘살롱’에서 재일 한국인 사진가 안세홍(41)씨의 일본군 위안부 관련 사진전 개최를 거부한 일이 있었어요. 이것에 반해 한국 사진가들이 뭔가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방식이나 한국사진가들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한국사진가들이 사진전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진가들이 모였으면 했고 또 하나는 언론사의 자료사진들도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이런 생각들로 이 사진전을 꾸려보았어요. 어쨌든 구본창, 허현주, 이상엽 등 6명의 작가와 함께 작업을 했고 3개 신문사(한겨레, 경향일보, 조선일보)와 함께 해서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니콘살롱’ 사건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 ‘니콘살롱’에서 사진전을 할 수 있는 지 여부를 판단하는 심사위원들이 있는데 심사위원들이 심사를 통과시켰음에도 돌연 사진전 개최 1개월 전에 취소하라는 통보를 주었어요. 이유, 설명도 없었고요. 재판을 통해서 사진전은 할 수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세계적인 카메라 일본 기업이 표현의 자유 자체를 부인하는 사태였어요. 니콘에 대해서 표현의 자유가 문제가 되었지만 일본위안부 문제에 관해서 일본 기업들이 갖고 있는 행태를 보여준 사태라고 생각한다.

작가님 작품세계가 궁금합니다.
- 저는 이 공간을 채울 수 있는 사진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어요. 한 사람이 어떤 사진전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위안부를 생각하는 사진가들이 이렇게 있었고 이런 상황들을 기록하는 작가들이 있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작가들이 기록하고 담아내는 잔상들을 함께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남자로서 여성들의 피해를 담는 것은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일단, 2002년 피해자 할머니들의 증언집을 만드는 작업에서 인터뷰하면서 만들었던 작품들을 내 놓았어요.

1,000회를 훌쩍 넘은 일본 대사관 앞 수요시위 관련 사진들도 있나요.
- 사진전에도 있듯이 수요시위는 언론사 사진이 많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위안부문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할머니들에게는 계속되는 아픔이라고 생각된다. 저는 할머니들이 수요시위에 안 나오셨으면 해요. 그들의 아픔을 자꾸 들춰야 되니까요. 하지만 수요시위를 하면서 우리사회에도 많은 사람들의 인식 속에 이들을 위로하는 있죠. 그래도 근본적인 치유는 되지 않는 다고 봐요.

사진 뿐 아니라 훌륭한 영상작품도 제작했습니다. 이러한 작업을 하다보면 위안부들의 심리적 심층 분석이 필요할 것 같아요.
- 사실 제가 상처를 다듬거나 질문하고 내용을 파악하는 것은 어려워요.

영상작품 중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가 많은 분들이 보고 공감을 했을 것 같은데, 이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 위안부 할머니들이 지금의 삶, 그 외의 삶이 어떠한 건지를 표현하고자 한 것이에요. 이미 사실은 다 알고 있는 것이고 45년 한국이 해방되고 어떠한 삶을 살고 어떠한 사람을 만났을까 하는데 초점을 맞추었어요. 그 때 상처가 어떻게 남아있나 하는 정도로 표현이 될 것 같아요. 상처를 다시 묻는다는 것은 저에게 하기 힘든 일이에요.

서울 용산아트홀 대공연장과 전시장에서 개최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할머니와 함께 하는 이야기해주세요 전쟁·평화·여성’ 사진전

앞으로의 계획은.
- 사진집을 만들고 싶어요. 한국사진가들을 포함해서 일본 및 다른 나라 사진가들이 참여하는 사진집을 만들고 싶어요. 할머니들을 기록해 왔던 사진가들이 합작한 거대한 기록집을 만들고 싶어요. 여러 사건들이 기억에 멀어지면 잊혀지잖아요. 지금 사람들은 20년 전 자체를 기억을 못합니다. 당시는 충격적인 사건인데 지금은 다 지워졌단 말이죠. 그 때 느꼈던 감성이나 그 어떤 것도 살아있지를 않아요. 그래서 학생들에게 그러한 새록함을 상기시키고 기억할 수 있게 만들어 주고 싶어요. 이런 것이 사진의 역할이자 기능이라고 생각해요.

사진가가 다른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사진가가 했던 사진의 기능으로 역할을 보여주고 이것을 하나의 책으로 남겨 놓는 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생각하면서 찍지 않았는데 지금에 와서 보면 기록으로 남겨놓는 것을 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일을 해야지 또 다른 역사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10년, 20년을 내다보고 작업을 하시겠네요.
- 현실에, 충실 있는 기록하는 작업을 하고 10년 뒤에 다시 끄집어서 보여줄 수 있는 작업을 하게 된다면 행복한 사진작가겠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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