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진 기자]살인과 아동성범죄 중 어느 죄를 더 엄하게 처벌해야할까.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지난해 11월 14일~12월 9일 국민 1,000명과 판·검사, 변호사, 형법학 교수 등 전문가 900명을 대상으로 양형기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문가와 일반 국민의 형량에 대한 인식이 서로 상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13세 미만 아동 대상 강간범죄와 보통 동기에 의한 살인범죄 중 어느 쪽이 더 중하게 처벌돼야 하는지'를 묻는 문항에 국민의 60% 이상은 아동 대상 성범죄를 살인죄와 동등하거나 더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문가들의 61.1%는 살인죄를 더 엄중히 처벌해야한다고 답해 일반 국민들과의 상당한 인식 차이를 드러냈다.
대법원은 이와 같은 인식의 차이가 영화 `도가니' 등을 통해 일반인들 사이에 아동 대상 성범죄도 살인죄 못지않게 엄벌해야 한다는 인식이 폭넓게 자리 잡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일반인이 전문가보다 성범죄에 대해 더 높은 형량을 기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인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렀지만 피해자와 합의된 경우(처벌불원) 전문가들은 이를 반영해 집행유예가 적정하다고 답한 비율이 81.1%에 달했다. 그러나 일반인은 실형을 받아야한다고 택한 비율이 58.2%였다.
한편 의붓아버지의 딸 성폭행과 같은 친족관계 강간에 대해 일반인들은 징역 7년 이상의 실형이 선고돼야 한다는 의견이 48.6%인 데 비해 전문가 그룹의 42.1%는 징역 2년~3년6월의 실형이 적정하다는 의견을 냈다.
살인, 뇌물, 위증 등 다른 범죄의 경우는 일반인과 전문가 사이에 큰 인식 차이가 없었다.
전문가들은 향후 양형기준 마련이 시급한 범죄군을 묻는 조항에 대해 명예훼손 및 모욕범죄, 변호사법 위반, 부정수표단속법 위반, 환경 범죄, 국가보안법 위반 순으로 답했다.
대법원은 오는 30일 성범죄 수정 양형기준 뿐 아니라 향후 마련될 3기 양형기준(폭력, 교통, 증권·금융, 지식재산권, 선거, 조세범죄 등) 설정에 이번 설문조사에 나타난 국민 의견과 정서를 적절히 반영해 최종 의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에브리뉴스 Every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에브리뉴스 EveryNews에서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받습니다.
이메일: everynews@kaka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