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 살인사건 “딸의 억울한 죽음 진실 밝혀달라”
낙지 살인사건 “딸의 억울한 죽음 진실 밝혀달라”
  • 강지혜 기자
  • 승인 2012.10.10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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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인터뷰] 숨진 윤혜원씨 아버지의 피눈물

[에브리뉴스=강지혜 기자]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다”

이른바 ‘낙지 질식사 사건’으로 숨진 윤혜원씨의 가족들은 아직도 울분을 터뜨리고 있다. 

윤씨가 남자친구와 낙지를 먹다 질식해 사고사로 숨진 줄만 알았던 가족들은 거액을 노린 남자친구의 계획적인 범행이라는 정황이 드러나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3일 인천지방법원 형사12부로 진행된 공판에서 여자친구 윤혜원(당시 22·여)씨를 산낙지로 질식사시킨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모(31)씨에 대해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다. 

 
   
 ▲ 사진은 특정 기사와 관련없음 @Newsis
 
 

검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김씨는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고 범죄 행위가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이뤄져 또 다른 동일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기에 재발되지 않도록 사형을 구형한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은 “윤씨의 몸에서 낙지가 들어간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의사 의견 등으로 미뤄 볼 때 김씨가 코와 입을 막아 윤씨를 질식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윤씨는 김씨와 지난 2010년 4월 19일 인천 남구의 한 모텔에서 낙지를 먹다 기도가 먹혀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같은 해 5월 5일 사망했다. 

당시 이 사건은 낙지를 먹다 기도가 막혀 질식해 사망에 이른 단순 변사사건으로 내사종결됐고 윤씨는 부검도 없이 화장됐다. 

하지만 윤씨가 사망하기 한 달 전 생명보험에 가입했으며 보험 수익자가 법정 상속인에서 김씨로 바뀐 사실이 드러나자 윤씨 가족들은 타살 의혹을 제기하며 경찰에 재수사를 요구했다. 

이에 경찰이 검찰에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고 검찰은 김씨를 이번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 사건 발생 2년 만에 구속했다. 

그러나 김씨는 “윤씨가 숨진 것에 대해서는 도의적 책임을 느끼며 유족들에게도 미안하지만 살해한 것은 아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꽃다운 나이에 자신의 꿈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억울하게 세상을 등진 윤씨. 

윤씨의 아버지는 11일 김씨에 대한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에브리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다시 한 번 이번 사건에 대해 입을 열었다. 

한편 인천지법 형사12부(박이규 부장판사)는 11일 김씨에 대한 1심 공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앞서 지난달 3일 인천지검은 A씨에 대해 사형을 구형한 바 있다.

다음은 윤씨의 아버지와의 일문일답. 

▲ 김씨에 대한 선거공판을 앞두고 심정은 어떠한지.

 -힘들다. 착잡하다. 신경을 많이 써서 잠도 제대로 못자 몸도 지친 상태다. 

▲ 딸이 살해당한 것에 대한 의심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부검을 하지 않고 화장을 한 것인지.

-그렇다. 낙지를 먹다가 질식해 사망한 사건들이 종종 보도되지 않나. 내 딸도 그렇게 사고사로 세상을 떠난 거라고 믿었다.

▲ 두 사람을 어떻게 만나 사귀게 됐나.

- 딸의 친구가 김씨의 형과 교제하던 중 딸을 김씨에게 소개시켜줬다. 그렇게 두 사람은 만나게 됐다.

▲ 평소 김씨와 윤씨가 교제하면서 미심쩍은 부분은 없었나.

- 없었다. 딸 나이면 남자친구가 있을 나이다. 그저 다른 아이들처럼 교제한다고만 생각했다. 김씨는 딸에게 지역재력가이며 직장생활을 하는 남성으로 소개했고, 당연히 그런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알고 보니 김씨는 반 지하형태의 10평정도 되는 빌라에서 월세로 살고 있었다. 집세도 밀려 있었다. 모두 다 거짓이었다.

▲ 그렇다면 언제 김씨가 딸을 살해했다는 확신이 들었나.

- 보험증서를 보고 확신했다. 딸이 죽기 전 보험가입을 시키고 사고 당한 날로부터 이틀 뒤에 2억원을 보험사에서 받아간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그때 계획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재수사를 요구하게 된 것이다. 김씨는 보험금을 받은 뒤 잠적한 상태였고 그 돈으로 할머니와 고모에게 각각 전셋집을 장만해줬다. 그리고 그 돈으로 약혼녀라는 여자와 그 가족들이 괌으로 여행까지 갔다고 한다. 딸이 중환자실에 입원했을 때 울며불며 슬퍼하던 김씨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나는데. 영혼결혼식까지 올리겠다고 했다. 그때 가족들에게 보인 김씨의 모습은 ‘착하다’였다. 너무 착해서 다들 어디 부족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할 정도였다.

▲ 영혼결혼식까지 올리겠다던 김씨에게 다른 여자가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검찰에서 체포영장이 내려졌을 때 김씨는 약혼녀의 집에서 발견돼 연행됐다. 약혼녀에게 보험금의 일부인 7000만원을 줬다고 한다. 기가 막힌다.

▲ 김씨의 고모를 통해 보험가입을 했다고 하는데. 고모와의 관계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김씨는 혐의를 전면 부정하고 있기 때문에 고모와의 관계는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다.

▲ 결심 공판에서는 어떠한 이야기가 오고갔으며, 새로운 진실이 밝혀졌는지.

-검사 측에서 딸의 사망원인이 낙지하고는 무관하다고 얘기했다. 베개를 이용한 것 같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병원 기록에도 기도에서 낙지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 검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잔혹한 범죄라고 표현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 이상의 표현도 맞지 않다. 지금 심정으로는 어떠한 표현으로도 안 된다.

▲ 결심 공판에서 김씨의 태도에 대한 비난이 나오고 있는데.

-재판이 5일간 진행됐는데 김씨는 남의 재판을 구경하러 온 사람처럼 성의가 없었다. 약혼녀 역시 진술하러 재판장에 참석했으면서도 다리를 흔들어가며 건성건성 대답했다. 김씨의 형도 마찬가지였다. 재판 중인데 핸드폰으로 오락하고 전화를 받고하더니 결국 출입금지명령을 받았다. 당시 재판관은 “여기는 한 생명이 억울하게 죽은 사건에 관해 심판하는 자리니 정숙해 달라”고 했음에도 불량한 태도를 보였다. 재판이 끝나고 나서 김씨는 멀리 떨어진 약혼자와 하이파이브 하는 재스처까지 취했다.

▲ 김씨는 전과자로 알려졌는데.

-강도, 특수강도, 절도, 강도미수 등의 전과가 있다고 한다. 특히 여성을 상대로 범죄를 많이 저지른 것으로 알고 있다.

▲ 평소 딸의 성격은 어떠했나.

-애교 많고 귀여운 아이였다. 수수했고 쑥맥이었다. 평소 입을 가리고 부끄럽게 웃는 아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안 사실이 IMF가 터져서 가정형편이 어려울 때 제때 치과치료를 받지 못해 치아가 마모돼 입을 가리고 웃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참 미안하다. 그래서 낙지같이 딱딱한 것은 입에도 일절 대지 않았고 카스텔라나 부드러운 과자만 먹던 아이다. 정말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미심적인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김씨를 믿었다. 딸 아이가 김씨와의 사랑만으로도 짧은 생이었지만 행복했을 것이라고 믿었는데...

▲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지치지 않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우고 있는데 힘들지 않나.

-어느 부모든 자식이 억울한 일을 당하면 더하면 더했지 뭐든 할 수 있다. 당장 내일 죽더라도 딸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은 것은 부모의 마음이다. 그래야 딸이 좀 더 편한 곳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

▲ 언론을 통해 이번 사건이 많이 알려진 뒤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 그런 관심들이 많은 힘이 된다. 지치고 힘들 때 메일이나 댓글을 읽어보면 많은 위로가 된다.

▲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있는 사실 그대로 진실을 말해줬음 좋겠다. 그리고 작은 딸이 이번 일로 큰 상처를 받고 우울증까지 겪었다. 작은 딸이 마지막까지 잘 버텨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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