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최준석 “세빛둥둥섬·서울시청사 우리 시대 슬픈 건축물”
건축가 최준석 “세빛둥둥섬·서울시청사 우리 시대 슬픈 건축물”
  • 강지혜 기자
  • 승인 2013.01.09 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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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건축사사무소 최준석 NAAU대표

[에브리뉴스=강지혜 기자] 도심 속 빽빽이 들어선 빌딩과 아파트를 보면 숨이 막힌다. 

똑같이 생긴 듯해 보이는 건축물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각 다른 모습과 이야기를 담고 있다. 

건축사사무소 NAAU의 대표이자 ‘서울의 건축, 좋아하세요?’의 저자인 최준석 씨는 건축을 통해 도시의 숨은 표정을 읽어 낸다. 

도시 유목민들의 게토 ‘플래툰 쿤스트할레’, 길 위의 철학 ‘예화랑’, 길의 대화법 ‘쌈지길’, 침묵을 주는 소리 ‘종묘 정전’, 시간의 정원 ‘선유도 공원’ 등 그가 보는 서울의 건축은 특별하다. 

그는 서울이라는 도시, 그리고 건축을 보는 눈이 바뀐다면 팍팍한 도시의 삶이 새롭게 변화될 것이라고 말한다. 

<에브리뉴스>는 최준석 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가 보는 건축과 그의 철학, 삶을 들여다봤다.

▲서울의 건축물을 담은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건축물에 대한 기술적, 공학적인 해설을 하는 느낌이 아니라 건축을 어떤 생각으로 보는 지에 대한 것들을 제공하고 싶어서 쓰게 됐습니다. 서울이라는 익숙한 도시를 타깃으로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서울이란 도시는 어떤 곳이라고 생각하는지.  

-외국인들은 한강 아파트 보면 에너제틱하다는 생각을 한다고 합니다. 밀도가 높은 아파트가 빡빡하게 세워있는 것을 보면 도시가 들끓고 있다는 그런 느낌이요.

그런데 우리는 우리 것에 대해 보여줄게 없다, 보잘 것 없다는 생각들을 합니다. 잘 보면 그렇지만은 않아요. 각각의 건축, 문화 등 좋은 것들 많습니다. 욕먹을 것들도 있지만 이처럼 이야깃거리가 넘치는 곳이죠. 우리의 삶도 재밌지 않나요. 그런 관점으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곳인 서울은 더더욱 그렇죠. 살아있는 곳입니다. 

▲건축가를 정의 내린다면.  

-건축가는 사람이 집에 맞추는 게 아니라 사람에게 맞는 집을 만들어주는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러기 위해 그 사람의 삶, 가치관, 철학 등에 대해 건축가는 자세히 얘기를 듣고 파악해 지어야 합니다. 그 사람에게 맞추는 것이 아닌 잘 맞는 집을 지어 주는 사람이지요. 

▲영화 건축학 개론에서도 건축의 출발은 내 주변과 사람을 먼저 보살피는 것이라고 설명하는데.  

-영화 속에서 교수가 건축학 개론 첫 시간에 이렇게 말하잖아요. “건축의 출발은 주변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라고 말이죠. 그게 정말 맞습니다. 거기서부터 건축이 시작합니다. 영화 속 내용은 정말 일반인들을 위한 건축학 개론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내가 내 집을 지으려면 내 주변, 나에 대한 애정, 관심, 생각 등에 대해 고려해야 합니다.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축물은 몇 개를 꼽는다면.

-능동 어린이대공원의 ‘꿈마루’입니다. 이곳은 집이지만 집이 아니고 공원도 아니고 길도 아닌 조금 이상한(?) 공간입니다. 집과 공원, 길 등이 결합된 복합적인 공간이죠. 마치 열린 야외 속에 필요한 만큼의 테두리를 가진 특별한 공간들이 띄엄띄엄 놓여 있는 듯 한 곳입니다. 

그밖에 부암동 환기미술관, 윤동주 문학관을 좋아합니다. 

▲ 꿈마루/제공=휴머니스트

▲서울의 최악의 건축물은. 

-음. 최악의 건축물보다는 안타까운 건축물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습니다. 

우선 ‘세빛둥둥섬’을 꼽고 싶습니다. 낭패스럽습니다. 당시 서울시는 파리의 에펠탑처럼 이 인공섬이 서울의 대표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했죠. 하지만 지금은 전시행정에 불과하다는 비판과 함께 유명무실한 상태입니다. 한강은 이미 그 자체로 충분한 랜드마크입니다. 세빛둥둥섬과 같은 인공적 덧칠에 신중했었어야 했는데 이 인공섬은 마치 닭이 낳은 오리알처럼 고독한 모습으로 한강에 나타났습니다. 

또 한 곳을 꼽자면 ‘서울시청사’입니다. 어쩜 저렇게 손발이 안 맞고, 저렇게 만들어졌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미적은 호불호가 있지만 그런 차원에서 말씀 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상식적인 균형감이 결여돼 있고 전문적인 관점에서 옆면과 뒷면의 디테일이 조악합니다. 시공 상태가 성의 없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서울시청산데 변두리에 있는 아울렛 창고 같아 보였습니다. 아마 턴키방식으로 공사가 진행됐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턴키방식은 주도권이 건설사에 있어 설계자나 건축가가 명령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어서 본래 의도대로 지어지지 않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 시대가 살고 있는 서울이 이 수준밖에 안되나 하는 생각이 들어 서울시청사를 보면 슬프다는 생각이 드네요. 

▲건축가라면 화려하고 특이한, 개성이 넘치는 곳에서 살고 있을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저는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유명한 건축가들도 상당수 아파트에 살고 있어요. 금전적인 부분 때문인 게 크죠. 사실 한국에서 집을 짓는 것은 높은 땅값 때문에 돈이 많이 들어요. 특히 서울에서 내가 맘에 드는 주택을 짓긴 어렵습니다. 일터가 서울이다 보니 건축가들도 상당수 아파트에 살아요. 건축가들이 겪고 있는 딜레마죠. 

▲국내 건축·주택 문화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우리나라 현실에서 땅은 좁고 인구는 많다보니 아파트가 필요하죠. 그러다보니 아파트가 지금까지 기형적으로 많이 만들어 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처럼 아파트를 대량공급하고 사람이 만들어진 집에 맞춰 사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비쌀 이유가 없어요. 

하지만 아파트를 돈벌이 수단으로 만들고 있어요. 유일하게 재산증식 할 방법인 냥 선전해서 사람들을 매달리게 하고 아파트 한 채 마련하는데 평생을 걸게 만들고 말이죠. 이런 문화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어떤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요즘 집값이 떨어진다고 하지요. 아파트에 재미를 못 보니 땅콩주택이 인기를 끌고 있어요. 이런 이유도 다른 주택문화에 관심을 갖고 있지요. 집값하락으로 인한 관심이지만 이러한 것들을 계기로 다양한 건축, 집의 문화가 생겨야 합니다. 

아파트에 살 수 밖에 없는 사람은 그 곳에 거주하고 외곽이 좋으면 , 마당을 원하면, 단독주택에서 살고 말이죠. 다양한 집의 문화가 생겨 다양한 집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본업인 건축설계를 열심히 하는 것 외에도 책 작업을 계속 할 예정입니다. 다음번엔 서울에 관해 좀 더 대중적인 에세이를 선보이고자 합니다. 저 말고 다른 건축가와 함께 핑퐁 에세이를 쓸 계획입니다. 서울 40여곳을 얘기하며 산책하는 기분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될 것 같네요. 

파리나 동경에 서점에 가면, 현지 건축가가 2~3년 다니면서 그곳의 건축에 대해 소개하고 독자들에게 어떻게 생각하는 책들이 있을 것 같지만 없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서울에 관한 이야기들을 책으로 내면서 서울의 건축에 대해 알고 싶고 여행하고 싶은 사람들이 책을 읽고 하루 이틀 정도 돌아볼 수 있는 그런 책, 계속해서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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