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압송전선 위 배전공들의 목숨 건 사투..."죽거나 장애인이 되거나"
고압송전선 위 배전공들의 목숨 건 사투..."죽거나 장애인이 되거나"
  • 윤창원 기자
  • 승인 2012.09.11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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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간 55명 감전사...1400여명 팔.다라 등 잃고 심각한 부상

[에브리뉴스=윤창원 기자]한국전력(이하 한전)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고압송전선 공사에 신공법(고압전류를 끊지 않은 상태로 작업)을 도입한 이후 하청업체 배전공 전기원노동자들의 사고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전국건설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3년간 55명이 감전사하고 1400여명이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

박종국 전국건설노동조합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최근 1~2달 사이에도 20여명의 노동자가 감전사고를 당해 신체 일부를 잃는 등의 부상을 입은 배전공이 하루가 멀다하고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2만2900볼트의 고압 전류가 흐르는 곳에서 목숨을 내놓고 일하는 배전공에게 한전은 안전장비 하나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옷깃만 스쳐도 감전사고가 일어나는위험천만한 작업을 위해 (배전공들이) 한전이 지정한 업체에서 고가의 안전장비를 고가에 구매하고 있다"고 배전공들의 열악한 작업환경을 전했다.

예산절감 때문에 지뢰밭에서 일하는 배전공

현재 전류를 끊지 않고 고압송전선 공사를 진행하게 하는 곳은 우리나라뿐이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면 미국의 경우 전원을 차단한 뒤에도 잔류 전하에 의한 감전의 위험이 있을 때 방전선륜 또는 방전기구에 의해서 안전하게 잔류 전하를 제거시키고 작업하는 정전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990년대까지만 해도 고압전류가 흐르는 송전 설비 공사가 필요한 구간을에 임시 송전선으로 연결한 뒤, 전류를 차단하고 공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한전이 작업 시간과 비용이 늘어난다는 이유로 전류를 끊지 않은 상태에서 보수공사를 지시하면서 배전공들이 감전사고로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는 일이 늘어났다는 게 박 국장의 설명이다.

배전망 유지와 보수를 주요 업무로 하는 공사업체는 한전과 단가 계약을 하며 2년마다 입찰을 통해 선정된다.

박 국장은 "한전 측에서는 배전 공사에 배정된 예산을 축소하려 하고, 하청업체도 더 많은 이윤을 남기려 하다 보니, 점차 배전공사 업무에 투입되는 인원이 줄어들고 있다"며 "한 사람이 처리하게 되는 공정이 늘어날수록 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증가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박 국장은 "하청업체들이 편법으로 자격증만 빌려 인원을 채우는 식(부당전적)으로 인건비를 착복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하고, "한전은 업체와의 유착관계 때문에 이러한 불법 하도급 행위를 조장, 묵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장실사제도부활을 한전 측에 요구하고 있지만 약 700여개의 배전단가업체와의 유착관계로 인해 사실상 묵인되고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전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다”

박 국장은 "업체 측의 횡포를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며 "입찰을 하려면 업체당 의무보유인원인 9명을 확보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은 입찰이 떨어진 회사의 직원을 자회사(페이퍼컴퍼니) 직원으로 돌려막기 식으로 9명을 채우는 사실상 유령직원 9명으로 입찰에 성공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년 평균 4~5회정도 이직을 하게되는 셈"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은 이 사실을 모르는 있어 4대보험 및 금융혜택에 불이익을 받고 있다. 실질적으로 이직을 하는 것이 아닌 서류상의 이동 때문에 모를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고 꼬집었다.

이런 사실을 알고도 묵인하고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늘어놓는 한전은 예산절감을 이유로 배전공을 사지로 내몰며, 국민의 세금으로 ‘업체 배불리기’에 급급하고 있다는 게 박 국장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한전 측은 “고압전류를 끊지 않아 하청업체 배전공 수십 명이 숨진 작업방식을 앞으로도 바꿀 생각이 없다”고 밝히고 "사고를 당한 배전공들은 '업체(하청업체) 관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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