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칼럼] 꿈과 불면증
[한방칼럼] 꿈과 불면증
  • 김주호 원장
  • 승인 2012.10.1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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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뉴스=김주호 원장] 현대 사회는 스트레스와 함께 하는 사회이다. 그 어느 곳에서도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서는 삶을 영위할 수조차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정신질환이 늘어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데, 정신질환이라는 것이 꼭 소위 ‘미친 병’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잦은 스트레스로 인해 머리가 아프거나, 잠들기 힘들거나, 몸 어딘가에 통증이 있거나, 숨쉬기가 힘들고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하는 등등의 증상이 있어 병원을 찾아도 전혀 이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러한 경우도 일종의 신경정신질환으로 봐야 한다.

현대 사회의 신경정신질환 중 대표적인 것이 불면증이다. 사실 잠을 못 잔다는 것이 워낙 사람마다 개인차가 크므로 한 마디로 정의하긴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일단 의학적인 정의는 이렇다. 불면증은 주로 불안, 어려운 수면의 시작, 어려운 수면의 유지, 수면 후의 피로함, 체중감소, 만성피로감, 거친 피부 등의 증상을 중 몇 가지가 동시에 나타나는 질환을 일컫는 신경정신과적 용어다. 또한 불면증은 그 단순히 수면만 어려운 증상 하나로만 나타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우울증이나 기타 다른 질환들과 합병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한 연구에 따르면 불면증은 10명중 3명이 경험할 만큼 보편적인 질환이기도 하다.

예전에 20대 대학생에게서 심각한 고민을 상담 받은 적이 있다. 그 학생은 곧 있을 학교 개강에 자격증 시험, 취업걱정 때문인지 스트레스로 인한 위염까지 진단받았으며, 내시경을 권유받았으나 찜찜한 마음에 하지 않았다고 한다. 요즘 들어 하루하루가 무기력하고 저녁때가 되면 기력이 딸리고 두통과 함께 어지러움이 몰려와서 계획한 일들을 잘 수행하지 못할 때가 많다. 심할 때는 호흡곤란으로 숨쉬기가 괴로운 지경이 되는 경우도 있다. 몸이 힘든 상태인데도 밤에 자려고 하면 잠도 들지 못하며 겨우 잠든다 해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꿈을 꾸는데 그게 또 기분 좋은 꿈이 아니고 무언가에 쫒기거나, 누군가가 날 죽이려고 따라오는 등의 기분 나쁜 꿈이다. 만날 그런 꿈이 반복되니 이제 정말 지친다. 잠만이라도 푹 자고 싶다는 것이었다.

꿈을 꾸는 이유는 뇌가 수면 중에도 계속 깨어서 활동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이 자는 동안에 꿈을 꾸지만 대부분의 꿈은 기상 후에 완전히 잊어버려 꿈을 꾸었는지 기억조차 못하는 상태가 됩니다. 적당한 꿈은 낮 동안의 감정적 상태를 자는 동안에 완전히 정리하고 중화시켜주는 역할을 하지만 꿈이 많다고 스스로 느낀다는 것은 그만큼 숙면을 취하지 못하여 얕은 잠을 잔다는 뜻이므로 컨디션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는 것은 신체적으로 어떠한 질환이 있거나, 혹은 정신적 압박감이나 스트레스에 짓눌려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상담을 청한 학생 역시도 이미 짐작하고 있었던 것이지만 악몽의 원인은 대부분 스트레스로, 이러한 질환을 가진 사람들은 큰 일이 있을 때 쉽게 긴장하고 가슴이 떨리는 경험이 잦으며, 성격도 비교적 내성적이고 조용하여 스트레스를 안으로 삭이는 스타일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우 같은 양의 스트레스에도 몸이 훨씬 예민하게 반응하므로 신체적 정신적으로 받는 타격이 커지며 그만큼 불면증 같은 정신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사람마다, 증상마다 원인이 다르므로 해결책 또한 다르다. 숙면에 도움을 준다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정보들만 해도 여러 가지가 있다. 카페인이 들어 있는 커피나 초콜릿 같은 음식을 피하고, 수면 전에 따뜻하게 데운 우유나 대추차 같은 것을 마셔준다든지, 수면 전에 따뜻한 샤워를 한다든지, 수면 예정시간 2시간 전부터는 TV 시청이나 운동, 게임 같은 활동을 자제하고 조용한 활동 위주로 한다든지, 일과 후에 적당한 운동을 한다든지 하는 등등 많은 방법이 권장되고 있다. 잠들 때의 마음가짐 역시 중요하다. 실제 불면증을 가진 사람들은 실제 자신이 잤던 시간보다 적게 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잠을 자야 한다’는 강박적인 사고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잠에 대한 생각이 잠을 오지 않게 만드는 악순환을 만들어 내기도 하므로 그러한 생각을 버리기 위한 적절한 명상이나 요가 같은 것도 권장된다.

그러나 역시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생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제일이다. 본인 스스로 현재 무엇이 나에게 있어 정신적 육체적인 스트레스인지, 그리고 그 스트레스를 잘 조절하는 법이 무엇인지를 먼저 찾아내야 한다. 일단은 작은 스트레스에도 예민하게 반응하지 말고, 큰 일이 닥치더라도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자신감을 갖는 것이 중요하며, 스트레스를 삭이지 말고 주변 사람들이나 조언을 줄 만한 사람에게 도움을 청해 보는 것도 좋다.

불면증을 가진 사람들은 흔히 ‘잠만 좀 푹 자게 해 달라’는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아무런 정신적, 육체적 원인 없이 그냥 잠만 안 오는 경우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한 원인들을 해결하면서 가다 보면 불면증은 자연히 치료된다. 도저히 스스로 해결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느낀다면 의학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으나 우리가 흔히 ‘수면제’라고 부르는 약들은 근본적인 치료라고 보기 어려우며 실제로 불면증을 해결한다기보다는 그냥 단순히 잠이 들도록 만들어주는 역할에 그치는 경우도 많다. 불면을 이렇게 대처하다 보면 신체적으로는 더욱 피로감이 심해지고 정신적으로도 우울이나 불안감 내지는 기타 악감정이 전혀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장기적으로는 약의 도움 없이 불면을 해결하기가 대단히 어렵게 된다.

한의학에서는 꿈에 시달려 잠을 못 자는 원인을 신체 오장육부의 균형이상과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기인한 문제로 보는데 그 원인이 여러 가지다. 특히 위의 학생 같은 경우는 심장(心)과 쓸개(膽)가 거듭된 두려움으로 인해 허약해지는[심담허겁心膽虛怯] 케이스이다. 심담허겁으로 인한 불면은 심장과 비장(脾)의 혈기가 부족해서 생기는 불면증과 더불어 현대 사회에서 가장 흔한 불면증 유형 가운데 하나인데, 심담허겁의 경우 대표적으로 꾸는 악몽이 '누가 나를 잡으러 쫓아오는 듯한' 꿈이라고 옛 의서에도 설명되어 있다.

산조인, 원지, 석창포, 연자육, 합환피 등 불면증에 좋은 약재들이 한방에는 많이 있다. 물론 이런 약재들을 약재시장이나 마트에서 사서 달여 먹기만 해서 불면증이 낫는 것은 아니다. 제대로 관리되고 유통된 한약재들을 본인 몸의 상태에 따라 여러 가지 조합으로 합방하여 효과를 내는 것이 한의학의 묘미인 만큼, 가까운 한의원에서 제대로 진단을 받고 한약을 복용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한방치료는 수면제만큼 효과가 신속하지는 않지만 스스로의 노력과 적절한 상담과 더불어 장기적으로 병행한다면 불면증에 가장 근본적이고 좋은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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