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취급 받는 알코올중독자의 애환
외계인 취급 받는 알코올중독자의 애환
  • 박지영 기자
  • 승인 2012.10.12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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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터뷰-1]허 근 신부, 사회적 편견과 낙인에 중독치료 기피

▲<해가 붉은 얼굴로 인사하네>저자이자 가톨릭 알코올 사목센터 소장 '허 근' 신부
[에브리뉴스=박지영 기자] 알코올 중독은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들 그리고 나아가 사회에도 많은 피해를 주고 있다. 알코올 중독은 진행성이며, 만성적이고, 치명적인 질병으로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영적인 면에서 심각한 손상과 많은 문제들을 가져오고, 결국 불행한 죽음을 맞이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알코올 중독자들이 알코올 중독에 대한 인식부족, 사회적인 편견과 낙인 등으로 중독치료를 기피하고 있다.

이에 가톨릭알코올 사목센터 소장인 허근 신부가 알코올 중독자들과 가족들에게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과 도움을 주고자 한권의 책을 펴냈다. 이 책의 제목은 『해가 붉은 얼굴로 인사하네』이다. 제목은 지난 날 저자 자신이 아침부터 해가 질 때까지 술을 마시던 모습을 떠올리며 지난 2001년 펴낸 시집의 내용 중 한 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해가 붉은 얼굴로 인사하네』는 알코올 중독시절 자신이 얼마나 ‘거짓된 모습으로 살아왔는지’와 알코올 중독이란 질병에 걸린 과정들, 병원에서의 회복 체험, 단주치료를 받고 매일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한 회복자의 성찰내용 등 진솔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가톨릭알코올사목센터에서 알코올중독자들에게 단주치료를 하고 있는 허근 신부를 찾아가 알코올 중독과, 최근 발표한 ‘알코올 중독 회복을 위한 통합 운영 프로그램 개발’연구에 관한 논문에 대해 자세히 들어보았다.

- 간단한 책 소개를 한다면.
▲ 이 책의 내용은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일어났던 부끄러운 사건들,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병원에 입원했던 경험들, 입원하여 치료를 받으면서 체험한 것들, 알코올중독에 관한 지식, 나처럼 알코올 중독에 빠져 상처 입은 사람들이 가톨릭알코올사목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알코올중독에서 회복하여 단주를 하며 새로운 삶을 사는 내용을 담았다.

- 책을 쓰게 된 계기가 있다면.
▲ 알코올 중독문제를 인식하고, 단주를 결심하게 하고, 생활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알코올 중독자들의 가족에게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과 도움을 주고 회복의 길로 안내하기 위해서 이 책을 발간하게 되었다.

-알코올 중독자들이 쉽게 술을 끊지 못하는 이유는.
▲ 알코올 중독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코올 중독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손가락질을 하고, 편견과 낙인을 찍고, 폐인 등 외계인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이로 인해 자신이 알코올중독자임을 인정하면서도 치료를 거부하고, 부정하기 일쑤이다.

또한 알코올 중독자라고 하면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취급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신의 모습이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이 싫고, 인간관계를 술로 맺어온 사람들은 술이 빠지면 어색함이 감돌기도 하고, 자신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술을 빼앗기기 싫은 마음도 든다. 그리고 수치심. 사회의 편견과 주변의 시선을 거부하는 것이다. 알코올 중독자라고 했을 때 자신에게 올 불이익이나 편견... 알코올중독에 대한 왜곡된 생각들이 만들어 낸 것이다.

알코올 중독자 뿐만 아니라 모든 중독자들의 특성 중 하나가 자신의 중독 사실을 부정한다는 것이다. “난 알코올 중독자 아니다.”, “ 마음먹으면 언제든지 술을 끊을 수 있지.”, “내가 알코올 중독자면 우리 회사 직원들 모두가 알코올 중독자다”라고 말한다. 주변에서는 문제가 있다고 말을 하지만... 정작 이 사실을 제일 늦게 깨닫는 것은 본인이다. 부정을 하기 때문에 치료도 늦어지고, 어떤 경우는 중독 말기에 이르러 큰 사고를 저지르거나 불행하게도 자살하거나, 죽게 된다.

-알코올 중독 사실을 공개하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 같다.
▲ 책을 통해 나 자신의 알코올중독 사실을 솔직하게 고백하면 다른 성직자들이나 교회에 누가 되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물론 있었다. 하지만, 성직자인 내가 먼저 나서서 중독자임을 솔직하게 고백하면 ‘다른 중독자들도 용기를 가지고 나처럼 자신의 중독을 인정하고, 치료를 받고 회복하여 몸과 정신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 않겠느냐’하는 심정으로 나의 알코올 중독 사실을 공개하고 내가 어떻게 치유되었는지를 썼다.

-가톨릭은 술에 관대한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는 어떤가.
▲ 성서를 보면 부정적으로 말하는 장면들도 나오고, 술로 인한 피해를 여러 곳에서 언급하고 있다. 창세기라는 성서를 보면, 롯의 딸들이 자기 아버지를 술에 취하게 만들어 근친상간의 죄를 범한다. 또 아브라함이 술에 취해 아들에게 저주를 내리는 잘못을 저지른다. 이처럼 성서는 술로 인한 퇴폐와 타락, 부도덕성을 경고하고 있다. 이렇듯 성서는 음주의 절제를 말하고 있다. 반면 다른 종교들보다 음주에 대해 관대한 것은 사실이다. 알코올중독은 문화권의 음주 습관과 음주관용성, 음주에 대한 사회적이고 도덕적인 관념, 음주문화와 상당한 관련을 가지고 있는데, 가톨릭의 경우 신부들이나 신자들이 술에 대해 매우 허용적이다.

본당신부시절 신자들과의 술자리가 있으면 내 앞에는 5~6잔이 쌓인다. 어느 날 모임에서는 “야! 내가 준 술잔은 왜 안 돌려주는 거야, 나를 무시하는 거냐?”며 화를 내어 술판이 싸움판이 되기도 했다. 대부분 종교적인 모임이 끝나고 2차로 술집을 가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하자면 아일랜드계 미국인들은 과음으로 높은 알코올중독비율을 보이고 있다는 통계가 있는데, 유대인들은 반대다. 자신뿐만 아니라 자녀들에게도 책임 있는 음주방법에 관한 교육과 적정음주를 지킴으로써 알코올중독비율이 낮다.

-알코올 중독은 질병인가.
▲ 알코올중독은 진행성이고, 만성적이고, 치명적인 질병이다.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영적인 면에서 심각한 손상과 많은 문제들을 가져오고, 결국 불행한 죽음을 맞이한다.
중독이란 유해한 화학물질이 인체에 들어가 병을 유발하는 경우는 ‘intoxication'이라 하고, 해로운데도 조절력상실로 강박적인 음주사용을 ’addiction'이라고 한다. 중독을 둘로 나누어 술, 마약, 담배, 음식과 같은 것들은 물질중독이라 하고, 종교, 일, 도박, 섹스, 쇼핑 등과 같이 것들을 과정중독이라고 한다.

세계보건기구는 “알코올중독이란 전통적 음주 습관이나 사회에서 인정하는 범위보다 과음으로 사회와 가정에 지장이 있고, 이상을 초래하는 경우이다.”라고 했다. 1968년 미국의학협회는 알코올중독을 질병개념에 입각하여 정의하고 분류했으며, “알코올중독은 만성적이고 과도한 알코올사용에 관련된 장애이며, 신체적·사회적·심리적인 기능장애를 수반하는 질병이다”라고 정의했다. 미국정신의학회는 1994년에 발간한 DSM-IV에서 “알코올 중독은 내성, 금단증상, 알코올사용으로 충동적 행동을 수반하는 경우다”라고 했다.

알코올중독은 강박적인 음주로써 신체와 정신적 의존상태, 통제력상실, 내성, 생활불능상태가 되어 신체적, 심리적, 영적, 가정적,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공통적인 특성이 있지만 알코올중독에 해단 정확한 지식을 가지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다면 얼마든지 회복이 가능한 질병이다.

-치료방법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나.
▲ 항주제, 단주치료, 단주치료모임 이 세 가지가 핵심적인 단주치료의 방법들이다. 먼저 항주제는 술을 마지고 싶은 갈망감, 충동, 술을 마시는 횟수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예전에는 알코올중독자들이 ‘알코올빙’이나 ‘알코올스탑’을 먹으면서 술을 계속 마셔 사망하기도 했다. 술을 끊는 약을 국에 타서 몰래 먹였다가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요즘 병원에서 처방하는 약은 부작용이 거의 없다. 물론 약으로 모두 해결하는 것은 아니지만, 단주의지가 있는 사람이 항주제를 먹으면 단주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알코올중독자 치료의 첫 번째 단계로는 해독치료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그동안 술로 인한 독성과 술에 대한 갈망을 없애는 치료가 우선 되어야 한다.
알코올중독이란 질병은 만성적이고 치명적인 질병이지만, 제 때에 그리고 적절한 방법으로 치료를 받으면 얼마든지 회복할 수 있는 질병이다.

문제는 중독자가 치료를 받고 단주를 실천하는 것이 단주회복의 길이다. 알코올중독치료는 술을 안 마시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알코올중독 치료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때, 가족의 도움을 받을 때 우리는 알코올중독으로부터 하루 빨리 회복을 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알코올 중독자들 본인 역시 회복하려는 마음도 있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주위사람들은 편견과 비난만 하기보다는 특히 주위사람들이나 가족들이 회복된다는 희망과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나 역시 혼자서 술을 끊으려고 나름대로 결심하고 그랬지만 단주결심 하루도 못가 술을 마신 경험을 볼 때, 알코올중독이 되면 자신의 의지만으로는 술을 끊을 수가 없다.

만일 우리가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질병에 걸리면, 이런 병들을 우리 의지만으로 치료를 할 수 있겠나? 심장병환자가 심장박동을 내 마음대로 조절하고, 혈압을 떨어뜨리고, 당뇨병환자가 인슐린을 자기 의지대로 분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알코올중독이란 질병을 치료하고 회복하는 본인의 의지도 필요하지만, 의지만으로 알코올 중독으로부터 회복을 할 수 있는 질병이 아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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