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부부간 폭력ㆍ폭언은 절대 안 돼…이혼사유”
대법 “부부간 폭력ㆍ폭언은 절대 안 돼…이혼사유”
  • 표민혁 기자
  • 승인 2012.06.2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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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민혁 기자] 남편의 폭력과 폭언에 시달리다 이혼소송을 냈으나 1심과 항소심은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대법원은 폭력과 폭언을 하지 않겠다며 남편이 작성한 각서의 내용이 극악한 점, 아빠의 폭력을 본 아이들이 정신과 치료를 받는 점 등에 주목해 이혼청구를 받아들였다. 애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부부관계에서 폭력과 폭언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법원에 따르면 2001년 결혼한 A(42,여)씨와 B(39)씨는 부부간 불화로 2003년 12월 A씨가 딸을 데리고 집을 나와 별거했는데, B씨가 찾아가 함께 살기를 청했다. 이에 A씨는 2004년 1월 B씨로부터 “손찌검을 하지 않는다. 절대 욕하지 않는다. 소리지르고 윽박지르고 성질부리지 않는다”는 내용의 각서를 받고 다시 합쳤다. 그러던 중 2010년 5월에는 부부싸움으로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고, A씨는 당시 안면 타박상, 목의 압박에 의한 타박상 등으로 진료를 받았다. 결국 A씨는 그해 7월 두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왔고, B씨는 A씨와 아이들의 소재를 알지 못해 지금까지 한 번도 만나지도, 전화통화도 못했다. A씨는 “남편은 결혼하고 1년도 안 지나서부터 폭언을 하고 폭력을 행사했고, 2004년 1월 각서를 작성한 후에도 폭언과 폭행은 계속됐으며, 특히 2010년 5월 술에 취해 성관계를 요구하며 일방적으로 때렸고, 한 달 뒤에도 뺨을 수십 회 때리며 강제로 성관계를 했다”며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B씨는 “신혼 초기에 싸우다가 한 번 뺨을 3~4대 때렸고, 가끔 욕설을 한 것은 사실이나, 아내의 주장과 같은 폭언이나 폭행은 없었으며, 2010년 5월에는 부부싸움을 하다 서로 몸싸움을 한 것이고, 6월에도 폭행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B씨는 “그동안 말과 행동으로 마음을 아프게 한 것에 대해 사과하며,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이에 대해 1심인 전주지법 남원지원은 2011년 9월 A씨가 남편 B씨를 상대로 낸 이혼 및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사실조회 결과에 의하면 원고가 2010년 5월 피고에 의해 ‘안면 타박상, 목의 압박에 의한 타박상’ 등을 입은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그런 점만으로는 원고의 주장과 같이 피고가 술에 취해 성관계를 요구하며 일방적으로 때렸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또 원고가 배우자인 피고로부터 혼인관계의 지속을 강요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폭행이나 학대 또는 중대한 모욕을 받았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는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일관되게 이혼할 의사가 없다고 하면서 원고가 가정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점, 피고의 부모와 형제자매들은 원고와 피고의 혼인생활의 유지를 강력히 원하고 또한 혼인생활의 유지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강력하게 이혼의사를 밝히고 있는 점만으로는 부부공동생활 관계가 더 이상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이혼청구는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이에 A씨가 항소했으나, 전주지법 제2가사부도 지난 2월 1심 판결을 유지하며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이혼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 대법원 “부부관계에 있어 폭력 행사는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정당화될 수 없어”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상습적인 욕설과 폭력을 이유로 A(42,여)가 남편 B(39)씨를 상대로 낸 이혼 및 위자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와 피고의 혼인관계는 파탄에 이르렀다”고 판단,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라”며 전주지법 가사부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민법 제840조 제3호 소정의 이혼사유인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라 함은 혼인관계의 지속을 강요하는 것이 참으로 가혹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폭행이나 학대 또는 모욕을 받았을 경우를 말한다”고 밝혔다. 또 “민법 제840조 제6호에 정한 이혼사유인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 함은 부부간의 애정과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할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를 말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기록에 의하면, 피고의 폭력적인 행동이나 폭언ㆍ욕설 등 문제로 원고가 2003년 12월 딸을 데리고 나가 별거했는데, 당시 피고가 작성한 각서에 의하면 폭력을 행사하지 않고, 욕설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거기에 기재된 욕설의 내용이 부부간에 이루어진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극악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 이후에도 원ㆍ피고 사이의 혼인생활은 피고의 음주나 폭언 등의 여러 가지 문제로 그리 원만하지는 않았던 점, 피고가 2010년 5월 폭력 사건도 술에 취한 피고가 원고에게 부부관계를 요구했는데 거절당하자 싸움이 시작돼 폭력 사태에까지 이르게 된 점, 이에 원고가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간 뒤 이혼소송을 제기하며 현재까지 이혼의사를 굽히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한 2002년생인 딸은 2011년 6월 병원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았는데 진단 의사는 그동안 폭력 장면에 노출돼 공포감과 두려움을 경험해 왔고, 심리적 상처를 입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보인 점, 2005년생인 아들도 같은 병원에서 적응장애 및 주의력장애 진단을 받았는데 그 원인이 폭력에 노출돼 불안감과 공포감을 느꼈으며 부모가 싸운 것을 무섭다고 표현한 점, 특히 딸이 “아빠가 술을 먹고 엄마에게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며 때렸고, 그런 문제로 항상 무섭고 불안했다”고 진술한 점도 판단에 작용했다. 재판부는 “애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부부 관계에 있어서 폭력의 행사는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라는 점에 비춰 보면, 피고의 행위는 원고에 대한 심히 부당한 대우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원고와 피고 사이의 혼인관계는 피고의 폭력 행사로 애정과 신뢰가 상실돼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됐고,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원고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혼인파탄의 원인에 대한 원고의 책임이 피고의 책임보다 무거운 것으로도 보이지 않으므로 이러한 사유는 민법의 재판상 이혼사유에 해당한다”며 “그럼에도 이와 다른 판단을 한 원심판결에는 재판상 이혼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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