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민혁 기자] 혈우병 치료제인 유전자재조합제제가 다른 약품에 비해 비싸다는 이유로 건강보험 적용에 연령 제한을 둔 보건복지가족부 규정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법의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의 위임에 따라 고시로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을 제정해 A형 혈우병 치료제에 대해 요양급여를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그 중 ‘리콤비네이트주’, ‘애드베이트주’ 등의 유전자재조합제제에 대해서는 그 대상 환자를 ▲처음 혈우병약제를 투여 받는 환자 ▲면역능이 저하돼 감염의 위험성이 큰 HIV(후천성면역결핍바이러스) 양성 환자 ▲1983년 1월1일 이후에 출생한 환자로 한정하고 있다.
그 결과 A형 혈우병 환자이나 1983년 1월1일 이전에 출생한 K씨 등은 유전자재조합제제의 요양급여 대상 환자 기준에 해당하지 않아 혈액제제에 대해서만 요양급여의 적용을 받고 있다.
이에 K씨 등은 “1983년 1월1일 이후 출생한 A형 혈우병 환자에 한해 유전자재조합제제에 대한 요양급여를 인정한 보건복지부의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으로 인해 평등권, 행복추구권 등이 침해됐다”며 2010년 11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27일 “보건복지가족부의 고시 조항은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재판관 7(위헌) 대 1(각하)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관은 9명이나 작년 7월 조대현 헌법재판관이 임기만료(6년) 퇴임한 이후 후임 재판관이 임명되지 못해 1년 가까이 장기공백 상태로 있다.
재판부는 “종래에는 A형 혈우병 환자들에 대해 유전자재조합제제를 요양급여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다가 처음 혈우병 약제를 투여 받는 자와 면역능이 저하돼 감염의 위험성이 큰 HIV 양성 환자에게도 유전자재조합제제를 요양급여 대상으로 확대ㆍ개선하고 다시 이 사건 고시 조항에서 ‘1983년 1월 1일 이후에 출생한 환자’도 요양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은 제도의 단계적인 개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요양급여를 받을 환자의 범위를 한정한 것 자체는 평등권 침해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그 경우에도 수혜자를 한정하는 기준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 그 혜택으로부터 배제되는 자들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며 “그런데 이 사건 고시 조항이 수혜자 한정의 기준으로 정한 환자의 출생 시기는 그 부모가 언제 혼인해 임신ㆍ출산을 했는지와 같은 우연한 사정에 기인하는 결과의 차이일 뿐, 이러한 차이로 인해 A형 혈우병 환자들에 대한 치료제인 유전자재조합제제의 요양급여 필요성이 달라진다고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A형 혈우병 환자들의 출생 시기에 따라 이들에 대한 유전자재조합제제의 요양급여 허용 여부를 달리 취급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차별이라고 할 수 없어, 이 사건 고시 조항은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위헌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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