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인터넷 장례를 생각해볼 때
[칼럼]인터넷 장례를 생각해볼 때
  • 오힘찬 칼럼리스트
  • 승인 2013.04.17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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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뉴스= 오힘찬 칼럼리스트]'잊혀질 권리'가 화제다. 온라인상의 개인정보에 대한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써 잘못되거나 감추고 싶은 정보에 대해서는 개인의 요구에 따라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잊혀질 권리는 유럽에서부터 논란이 된 것으로 웹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남긴 사적인 정보의 삭제 권한이 기업에 있다는 것을 문제로 삼고 있다. 즉, 사용자가 사망 시 유족이나 지인이 이에 대한 삭제 요구를 하더라도 기업이 권한을 가지고 있는 이상 삭제할 의무가 없으므로 실행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런 논란이 생기게 된 것은 인터넷 사용자의 폭이 넓어지고 그 수가 늘어났으며, 그 수에 따른 웹 서비스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초기의 웹만 보면 익명성에 따라 오픈 된 환경임에도 개인이 가려졌던 반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발전으로 개인의 정보가 노출되어 공유되기 시작했고, 그것이 쌓여 개인을 증명하는 프로필이 되면서 지워질 수 있는 권리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 하는 의견이 나올 수 있었다. 잊혀질 권리에 대해서 이미 여러 국가가 준비 중이고, 사망 뒤의 개인정보 보존에 대한 논의는 인터넷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잊혀질 권리라는 것은 제도적인 방침일 뿐이다. 개인의 입장에서 ‘인터넷 장례’를 생각해볼 순 없을까?

지인과 독거노인의 장례를 치뤄주는 서비스를 보다 문듯 ‘인터넷 상의 장례도 가능하지 않을까?’하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의 개인 공간을 사망 후 정리해줄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사망 후 자신의 정보를 정리해주고, 유족과 지인들에 통보해주는 역할 말이다. 그리고 그 정보는 웹을 떠도는 발자취로 남아있을 수 있게 하는 일종의 장례말이다. 그것은 단순히 삭제하여 잊혀지는 게 아닌 좀 더 세부적인 접근이다.

구글은 지난 11일, '휴면 계정 관리(inactive account manager)'를 선보였다. 구글 사용자는 사용이 중단된 후 3개월, 6개월, 1년 단위로 사전에 휴면계정이 될 시점을 정할 수 있고, 휴면계정이 되면 계정의 정보를 유족이나 지인들에게 상속시키거나 삭제할 수 있는 기능이다. 사용자가 사망하더라도 정보를 구글이 직접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처리해주는 것이다. 오픈을 준비 중인 ‘레미니스(ReminisMe)’와 같은 서비스도 있다. 이 서비스는 가입자가 사망하게 되면 예약된 메세지를 유족과 지인에게 전달하거나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사망에 관한 이야기의 포스팅을 대신해준다. 유튜브를 통한 영상편지나 페이스북의 담벼락을 통해 추모할 수 있도록 제공할 예정이다. 일종의 사이버 유언장인 셈이다. 정책의 반영을 통해 유족이 기업을 상대로 사망자의 정보에 대한 권리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직접 자신의 사망을 대비해 권리를 행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과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인터넷 장례 서비스가 등장하게 된 배경은 인터넷이라는 공개 된 장소에 올라간 정보가 사용자가 사망했을 시, 이후에도 악용될 우려가 있고, 그렇게 된다면 반인륜행위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특정 인물이 사망했는데 그의 과거 정보를 캐내기 위해 그가 이용하던 서비스들을 해킹해 들춰냈다고 하자. 마치 묻힌 관을 끄집어내는 것과 다르지 않다. 굳이 해킹이 아니더라도 사용자의 사망을 확인할 수 없다면, 여전히 온라인상에는 살아있는 사람으로 남게 될 것이다. 실제 사용자는 없는데 사념체처럼 인터넷을 돌아다니고 있다 생각하면 오싹하지 않는가?

그럼에도 일부 기록은 웹에 남겨두고 자신을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는 사람은 적잖다. 그러므로 유족이나 지인들의 결정이 아닌 사용자 본인이 이 문제에 대해 결정하고 사망 후에도 집행할 수 있는 서비스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런 인터넷 장례 서비스들이 등장한다는 것은 곧, 사용자가 이런 인터넷 장례 문제를 스스로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아직 적용 범위에 대한 논란으로 공중에 떠있는 잊혀질 권리 법안이 자신의 인터넷 장례를 해결해 줄 것이라 맡겨두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단 말이다.

인터넷 장례는 웹의 질서를 지키고, 이 세상에 없는 사용자를 웹에서 편안하게 해주는 장치이다. 누구에게는 자신의 주위 사람들만 함께 공유하고 싶은 기억일 수도 있고, 죽어서도 웹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며, 정보를 정리하고 자신의 마지막 업데이트에 마침표를 찍길 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자신이 사망했을 때 웹에 자신에 대한 정보가 얼마나 남았으면 좋을지, 그리고 누구에게 전달되었으면 좋을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없다면 이제는 인터넷 장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적어도 페이스북에 멋진 비문 정도는 원하는 데로 남길 수 있는 준비는 해야 하지 않을까? 누군가 대신 해주길 바라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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