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코딩 교육, 현실반영의 문제
[칼럼] 코딩 교육, 현실반영의 문제
  • 오힘찬 칼럼니스트
  • 승인 2013.04.24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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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뉴스=오힘찬 칼럼니스트] 창의적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박근혜 대통령은 창조경제를 언급하며 싸이의 젠틀맨을 모범 사례로 꼽는가 하면, 미래부는 한국의 잡스와 빌게이츠를 만들겠다며, 초중등학생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개발 교육을 시행할 방침이라고 한다. , 코딩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프로그래밍에 쉽게 접근하고 이를 통해 창의적 인재를 만들어 내겠다는 뜻이다. 일명 '코딩 교육 논란'이다.

필자는 어릴 적부터 코딩을 배우는 것은 굉장히 좋다고 생각한다.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영역을 넓히는 것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배움으로써 창의적 생각을 구현하는 것의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은 경우 조기 코딩 과외가 있을 정도로 코딩 열풍이 불고 있는데, 이는 단순히 대박을 노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만들기 위함이 아니라 창의적 활동을 통한 가치 창출을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내기 위함이다. 더는 프로그래밍 활동이 컴퓨터 속 마우스를 움직이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영역에 묶여 있는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기초를 배워뒀을 때 응용할 수 있는 방향이 넓어지므로 배워두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것이 우리나라 현실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을까?

프로그래밍은 미술이나 음악, 혹은 글쓰기와 같다. 이들의 공통점이 무엇인가?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에 있다. 중요한 것은 화가가 되지 않을 것이니 미술이 필요 없다고 말하거나 작가가 되지 않을 것이니 글을 쓸 필요가 없다는 사회 분위기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고등학교 친구 녀석이 나보고 뜬금없이 온라인 쇼핑몰을 할 생각이니 웹페이지를 만들어 달라고 도움을 요청한 것이었다. 나는 답을 보냈다. '웹페이지 하나 만들어 내는 건 일도 아니다. 하지만 네가 그것을 운영할만한 능력이 갖추고 있나? 혹은 네가 의도한 구성을 구체적으로 나에게 설명할 수 있나?' 회신은 없었다. 이 친구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웹페이지를 만들 수 있는 능력만 있다면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 수 있고, 옷을 팔기만 하면 거기서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적어도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웹페이지의 기초적인 시안과 개요 정도만 제대로 보여줬어도 필자는 검토 정도는 해봤을 거다. 하지만 그 친구는 자신 생각을 표현할 미술 능력과 글쓰기 능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더 큰 문제가 있다. 그냥 다른 온라인 쇼핑몰들처럼 무작정 옷을 파는 쇼핑몰을 만들어 돈만 벌면 된다는 것이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기보다는 기존의 가치에 편승하여 양산하는 것에 머무르기만 한다는 얘기다. 굳이 표현하자면 창의적인 생각도 하지 못했을뿐더러 생각을 구현할 기술조차 가지지 못한 것이다.

초중등학생에게 코딩 교육을 시행한다고 하자. 그들에게 생각을 구현할 기술은 가르칠 수 있다. 하지만 창의적 생각을 통해 이 기술로 무언가를 구현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얼마나 될까? 미술과 음악과 같은 활동조차 성적을 뒷받침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되는 상황에서 코딩 교육이 창의적 인재를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건 심각한 비약이다. 단지 성적을 뒷받침해줄 부분이 하나 생겨날 뿐이다. 혹 그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치자. 하지만 창의적 생각을 하지 못하는 이상 필자의 친구처럼 똑같은 온라인 쇼핑몰만 만들어 내려 할 것이다. 그게 무슨 창조 경제며 창조 가치가 될 수 있을까?

코딩을 가르치겠다는 의도는 좋다. 하지만 창의적이고 독보적인 생각을 키울 수 없게 가로막는다면 코딩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미 국내 IT 업체들이 해외에서 성공한 모델을 그대로 베껴 우리나라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형태와 무엇이 다르냐는 말이다. 코딩이 정규 과목으로 수업에 포함된다고 하자. 꽉 틀어 막힌 입시 위주의 시간표에 갑자기 창의적 수업이라면 코딩을 끼워 넣는다고 창의적 인재로 성장하는가? 달달 외우기만 하는 암기식 수업을 하다가 '이번 교시는 창의적 생각을 발산하여 소프트웨어를 구현해보세요.'라고 한다고 그런 활동을 아이들이 해낼 수 있느냐 말이다. 그냥 프로그래밍 언어도 달달 외워 입시 전형으로 작용하는 쪽을 생각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핵심은 이렇다. 생각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가르친다고 창의적 인재가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창의적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하기만 하면 알아서 미술이든 음악이든 코딩이든 창의적 생각을 구현할 기술을 배우게 된다. 그게 창의적 인재다. 그럼 어떻게 해야 창의적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을까? 답은 명료하다.

내버려둬라. 그리고 아이들의 생각을 인정하고 그 생각에 어떤 가치가 있는지 우리가 찾아줘야 한다. '창조'라는 말의 뜻을 되새겨보라. 전에 없던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창조다. 우리가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것조차 새로운 것이라면 그건 이미 창의적 생각이고, 그 창의적 생각을 구현해낸다면 창조적인 것이다. 그것이 대박을 터뜨려 돈을 만들어야 하고 최고가 되어야 하고 실용성이 없어도 좋다. 적어도 그렇게 창의적인 생각을 인정하고 가치가 커진다면 자연스레 대박이 되고 커다란 창조 가치가 되지 않을까? 물론 사회에 찌들어 고착된 생각에 틀어박힌 우리로서는 아이들의 무궁무진한 생각을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그것을 이해하는 것이 아닌 인정했을 때 아이들은 더 큰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일 테니까. 그런 현실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현실이 반영되었을 때 비로소 코딩 교육도 진짜 창조 경제를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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