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자연 품은 산책로 “부암동의 빛과 그림자”
도심 속 자연 품은 산책로 “부암동의 빛과 그림자”
  • 문세영 기자
  • 승인 2013.05.08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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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취재] 유동인구 증가한 부암동의 과제

▲ 부암동의 옛 정취가 남아있는 고택과 정겹게 널린 빨래
[에브리뉴스=문세영 기자] 서울 한복판에 청량한 공기와 맑은 물이 흐르는 곳이 있다. 종로구 소재에 위치한 부암동은 인왕산과 북악산 사이에 자리해 그 쾌적한 환경을 보전토록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이다. 고층건물 신축 및 증축에 제한을 두고 녹지를 유지하다보니 도심 복판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차분한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 1970~1980년대를 환기시키는 고즈넉한 분위기의 고택들과 옛 정취가 정갈하게 자리한 이곳은 최근 몇 년간 데이트코스로도 각광 받고 있다.

부암동에 위치한 북악산 자락의 백사실계곡에는 도롱뇽, 맹꽁이, 개구리 등이 서식할 정도로 청정한 자연생태환경이 보존되고 있다. 마천루가 즐비한 서울에 거주하며 심신이 지친 시민들은 수수한 정서를 찾아 주말에 고향을 방문한다. 하지만 교통체증과 넉넉하지 못한 시간적 여유로 그런 기회조차 쉽지 않다. 굳이 고향으로 시골로 떠나지 않고 도심 안에서 한적하고 푸근한 장소를 만나볼 수 있는 곳이 부암동이다.

부암동은 때가 덜 탄 자연풍광뿐 아니라 문화예술 공간도 형성돼 있다. 1992년 완공된 환기미술관 본관은 주변의 자연환경을 적용해 부드러운 곡선의 형태로 건축됐다. 현재 한국 근·현대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수화 김환기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김환기의 시대별 대표작 70여점과 그의 유품들이 전시 중이다. 김환기 그림 속 투박하면서도 정제된 유채의 질감이나 한지와 보드 등 종이 질감에 따라 달라지는 색과 면, 추상성과 자율성은 미술관 내에서 직접 대면해야만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아울러 차분하고 조용한 부암동의 분위기는 김환기의 풍부한 예술적 울림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면서 김환기의 행로를 쫓게 만든다.

▲ 라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박노해 께로 사진전
라 갤러리에서는 세계 이곳저곳을 유랑했던 방랑시인 박노해의 께로 사진전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인간이 살 수 있는 가장 높고 척박한 해발 5천 미터의 안데스 산맥에 비밀스럽게 살고 있는 께로족을 담은 사진들은 물질세계와는 동떨어진 야생의 생명력을 실감케 한다.  

서두르는 자는 고산증으로 숨이 차 죽고 게으른 자는 해가 떨어지면 얼어 죽습니다. 코카 잎을 씹으며 께로스이 리듬으로 걸어가야지요

께로 마을의 청년이 수확한 감자를 소금과 옥수수로 바꾸러 가는 길, 등에 진 감자의 무게를 느끼며 무심코 던진 이 한 마디는 부암동 언덕길을 숨 가쁘게 올라와 갤러리 사진을 관람하고 있는 필자에게 삶의 리듬을 조율하며 살길 넌지시 기원했다. 이처럼 갤러리 관람객들은 께로마을의 사진과 갤러리 입구에 놓인 박노해의 시집을 읽으며 어느 곳을 향해 어디까지 올라왔는지 본인의 살아온 동선을 조용히 가늠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라 갤러리는 최근 KBS 예능 프로그램 인간의 조건출연진인 개그맨 김준현과 양상국이 찾아 더욱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자동차 없이 살기를 체험하던 출연진들은 부암동 숙소 근처를 탐방하던 중 갤러리에 들러 사진 속 티베트인들의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며 인생을 회고하는 시간을 가져 화제가 됐다.

인간의 조건멤버들이 묶었던 부암동 숙소 G하우스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 부암동은 지난 몇 년간 방송 노출 빈도가 부쩍 증가했다. 백사실계곡도 KBS '12일' 1시즌 멤버인 가수 은지원이 개구리, 도롱뇽 등의 사진을 찍으러 가는 미션을 수행하면서 알려져 도심 속 청정지역 명소가 됐다.

▲ 평일에도 관광객으로 붐비는 카페 '산모퉁이'
지난 2007MBC에서 방영된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주연배우 이선균의 집으로 등장했던 부암동 카페 산모퉁이는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부암동의 주 관광지다. 산유화카페는 SBS런닝맨멤버들이 미션을 수행한 장소로 알려져 찾는 손님들이 늘었다.

이처럼 부암동이 촬영장소로 빈번히 사용되고 소개되면서 국내 방문객뿐 아니라 중국·일본 등의 해외 관광객들의 방문도 잦아져 유동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30~40년 전의 소박한 모습을 간직한 동네가 나날이 상업화되고 있는 것이다. 부암동 산책길을 걷다보면 야외마당이 외부에 그대로 노출된 주택에 정겹게 널린 빨래들을 볼 수 있다. 저개발의 흔적이 남아있는 노후한 다세대주택도 그 모습 그대로 남아있다.

소박한 주택가들의 자리를 대신해 카페들이 자리 잡으면서 형성된 카페촌이 산책길 공간들을 함께 공유한다. 평일에는 부암동 본연의 모습을 유지하며 평온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편이다. 하지만 평일 오후 유명한 카페들 인근 도로에 일렬로 주차된 승용차들이 주말의 혼잡한 상황을 짐작케 했다. 부암동의 도로는 산책 목적으로 한가로이 거닐 수 있는 정도의 좁은 폭으로 이뤄져 있다. 도로 한 쪽에 주차할 시 차량 이동에 진로방해가 될 뿐 아니라 도보를 이용하는 시민들에게도 제법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근처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원성도 높아지고 있다. 부암동 산책로에서 강아지 한 마리를 데리고 유유히 산책하던 한 주민은 주로 평일에 이렇게 산책을 한다. 주말이 되면 관광객들 차량이 산책길을 메운다. 시끄럽게 떠들거나 집 앞에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경우도 있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 부암동 산책길 도처에 널려있는 주차금지 표지
그래서인지 산책길 곳곳에 주차금지 표지판이 놓여 있었다. 그 중에는 주차금지. 주변 카페, 식당 오신 분들. 민원신청 후 견인합니다라며 주차금지 대상을 직접적으로 명시한 경우도 있어 인근 주민들이 장기간 주차난에 시달리고 있음을 방증했다.  

쓰레기 무단투기를 금하는 안내문도 골목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부암동 주민센터에는 이와 관련 민원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어떤 시민은 집 차고에 거의 매일 음료수 깡통이 놓여 있다며 심리적 보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도심 속 휴식공간을 찾아 부암동을 찾는 시민들, 또 멀리서 서울 명소를 일부러 찾아온 해외 여행객들의 발길을 돌리기는 어려운 일이니 다른 대책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부암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청소 인력과 장비를 확충하고 순찰을 통한 단속을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암동의 깨끗한 환경을 보전하고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불법주차 단속을 강화하고 안전사고를 방지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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