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창조경영학과로 주크버그를 만들겠다?
[칼럼] 창조경영학과로 주크버그를 만들겠다?
  • 오힘찬 칼럼니스트
  • 승인 2013.05.08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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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힘찬 칼럼니스트
[에브리뉴스=오힘찬 칼럼니스트] 요즘 어느 뉴스를 봐도 자주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창조'다. 정치 트렌드인지 산업 트렌드인지 교육 트렌드인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자주 등장하니 따라가긴 해야 하나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인 서울대도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않겠는가? 창업전문인재 양성을 위한 '창조경영학과' 신설안이 물 위로 떠올랐다.
 
 서울대는 '창조경영학과'의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병도 경영대 학장은 '똑똑한 인재가 창업해야 창조경제가 가능하다'면서 이를 위한 학과 신설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뿐 아니라 지역 거점 대학 5곳 정도도 창조경영학과를 신설해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서울대 경영대 졸업생 중 2.5%인 4명만이 창업에 뛰어들었으니, 창조경제라는 슬로건에 들어맞는 학과를 만들어 인재들이 창업 트레이닝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창업을 위한 학과'다.
 
 수년 전에는 빌게이츠를 만들어야 한다 하더니 얼마 전에는 스티브 잡스를, 이번에는 페이스북의 CEO 마크 주크버그를 만들겠다고 한다. 그리고 그 발판을 창조경영학과로 삼겠다는 것이다. 어떤 식의 교육이 이행되고, 이것이 창업 성과로 이어질지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본질적인 부분만 보자.
 
 '창업도 이제 특정 학과를 나와야 가능한가?'
 
 이는 매우 중요하다. 물론 창조경영학과를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창업을 할 수 없다는 소리가 아니다. 다만, 서울대 측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창조경영학과가 창업 인재 양성을 위한 곳이라 한다면 창조경영학과라는 명찰을 달고 있는 학생은 창업을 위한 준비가 된 학생으로 보일 수 있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바는 초·중·고등학생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전문 분야의 지식을 더 쌓고 거기서 창의력을 길러 내 이후 자연스럽게 창업을 준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창업을 하고 싶어서 창조경영학과로 진학해야 한다'는 '창업 입시 주의'를 낳을 수 있다. 무엇보다 서울대는 1000억 원의 엔젤투자를 예정하고 있는데, 이것이 경영학과를 위한 투자로 돌아선다면 창업을 위한 투자 조건으로 창조경영학과를 나와야 한다는 생각을 예비 창업자들에게 심어줄 것이고, 창업 투자 불균형을 낳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도대체 창업하고자 하는데 이런 것들이 왜 필요하단 말인가? 이미 수많은 창업 컨퍼런스와 세미나는 넘치도록 많다. 하지만 기본적인 요리에 대한 이해와 솜씨가 부족한데 창업 세미나를 쫓으며 이론만 가지고 있다 해서 요식업에 뛰어드는 것이 제대로 된 창업인가?
 
 박근혜 정부와 미래창조부가 내세우는 창조적인 분야는 IT라고 할 수 있다. 서울대는 창조경영학과가 의무적으로 공학, 자연과학, 인문학 등 인접 학문을 복수 전공하도록 하고, 졸업 전에 기업형 창의계획서를 제출해 심사를 통과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한다. 창업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관련 학문에 대한 지식 습득까지 이뤄질 수 있으니 괜찮아 보인다. 하지만 필자는 마크 주크버그가 창업 교육을 받았다는 얘긴 들어 본 적이 없다.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기술에 모든 것을 쏟았고, 그것이 새로운 것을 낳아 성공적인 스타트업으로의 발판이 되었다. 즉, 아무리 여러 분야의 인접 학문을 가르친다 하더라도 전문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이 부족하면 아이디어가 제한되고, 아이디어가 제한되면 '창조'라는 것은 나올 수가 없다. 그냥 도토리 키재기나 하는 벤처 기업을 양성할 뿐 주크버그는 나올 수 없다는 얘기다.
 
  이공계 계열의 처우를 개선하고 기존 관련 학과를 활성화하는 방안이나 먼저 내놓는 것이 옳다. 학과를 하나 신설한다고 창조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니 그저 우습다.
 
 김병도 학장은 '학생들이 점수에만 매달려 안정적인 직장을 찾으려 하는 현상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학생들은 안정적인 직장이 아니라 안정적인 창업을 위해 점수에 매달려야 할 판이다. 그리고 창업을 위한 입시와 투자를 위한 진학 경쟁도 불사해야 한다.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졸업한 학생들이 제대로 된 창조 기업을 만들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무엇하나 창조경영학과라는 우스꽝스러운 것을 만들어야 할 증명이 되지 못한다.
 
 위험 부담이 없는 스타트업은 없고, 모두가 그런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통해 가치를 이뤄냈다. 애플이나 구글, 페이스북 등의 세계적인 가치 회사들 모두가 그러했다. 하지만 그들이 세계적인 기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위험 부담을 덜어내게 한 사회적 구조나 학과가 아니라 위험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도전을 부추기고 그것이 가치적인 일이라는 것을 사회 분위기가 이끌어줬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누구나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창업에 뛰어들 수 있게 했고, 그 아이디어에 대한 자연스러운 엔젤투자가 이뤄졌으며, 세계적인 창업 스타들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창업조차 위험 부담을 덜고 온갖 잡지식을 뭉쳐 똑똑하다는 인재를 데리고 투자까지 직접 하며 안정적인 스타트업을 시도하라는 창조경영학과가 옳은 방향이란 말인가? 이것은 오히려 창업에 대한 남아있는 사회적 열의마저 빼앗는 것이며, 창업마저 학과를 따져 안정적여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이 나라의 창조적 경제 징래는 어둡다.
 
 이제는 이따위 탁상이론이나 주장할 것이 아니라 달라질 때도 되지 않았는가? 다시 생각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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