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가내수공업 ‘총’, 3D프린터가 재앙인가
[칼럼] 가내수공업 ‘총’, 3D프린터가 재앙인가
  • 오힘찬 칼럼니스트
  • 승인 2013.05.15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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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뉴스=오힘찬 칼럼니스트] 기술의 발전 때문인 폐해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 것은 인간 역사에서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최신식 기술을 무기로 만들어 사냥이나 영토 확장하는데 주력했으며, 이 기술을 일상생활에 사용하는 쪽으로 돌려놓는 식은 과거와 현재도 변함없다. 단지 주종 관계의 피지배적인 사회가 아니라 민주적이고 개인의 의견을 모아 합리적인 방향을 이끌 수 있는 시대가 옴으로써 기술을 나은 방향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가능해졌고, 기술 발전에 따른 폐해를 비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기술이 발전하여 가정에서 을 만들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직접 총을 만들어 쏴버리거나 집단이 총을 제작해 악용하는 상상을 하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런데 실제 총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3D 프린터 기술을 이용해 총기 제작을 연구해 온 그룹인 디펜스 디스트리뷰티드(Defense Distributed)'리버레이터(Liberator)'라는 이름의 플라스틱 총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리버레이트는 16개의 플라스틱 부품을 조립해 제작되었으며, 금속 장치가 필요 없었지만, 규제 당국의 방침에 따라 금속 부품을 추가했다. 장난감을 만든 느낌이지만, 실제 발포가 가능하며, 사람에게 향했을 때 심각한 사고를 유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정부는 이를 심각하게 생각해 제동을 걸었지만, 이미 설계도는 10만 건이나 다운로드 되어 전 세계에 퍼진 상태다. 여기서 한가지 궁금한 점이 있을 텐데, 설계도만으로 일반인이 총을 만드는 것이 가능할까?

리버레이터를 제작한 3D 프린터의 가격은 $8000이지만, 소형 3D 프린터는 $500에 구매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프린터의 가격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3D 프린터는 잉크 프린터와 같이 값을 입력하면 결과물을 출력하는 것으로 플라스틱이나 실리콘, 알루미늄, 석고 등의 재료를 사용하여 원하는 물건을 디자인하기만 하면 그대로 출력해준다. , 설계도만 가지고 있다면 총을 제작하는 것은 전적으로 3D 프린터의 몫이며, 가정에서도 총을 생산해내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프린터의 성능이나 재료에 따라 미세한 오차가 나타날 수 있고, 모든 3D 프린터로 총을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또한, 효율 면에 있어 현재의 3D 프린팅 기술은 기존 생산 방식에 뒤처져 있다. 차라리 튼튼한 나무에 고무줄을 감아 새총이나 만드는 것이 나을 정도다.

그럼에도 3D 프린터를 총을 제작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면, 기술이 좀 더 발달했을 땐 누구나 총을 생산하고 지니는 것이 가능해질지 모른다. 이것은 재앙일까?

상당히 무서운 얘기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층간소음으로 스트레스를 받던 사람이 화가 나 3D 프린터로 총을 제작해 위층 주민을 살해한다면 어떨까? 비현실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총을 만들지 못해 사람을 공격하지 못한다는 것이 오류라고 해보자. 굳이 총을 제작하지 않아도 공격할 수 있는 물건을 훨씬 많다. 총의 최대 장점인 거리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하나 더 예를 들어보자면, 누군가 연설을 하고 있는데 연설자에 반감을 품은 사람이 3D 프린터로 만든 총을 겨냥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총알이 연설자를 정확하게 맞출 수 있다거나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이런 것은 전혀 무서운 얘기가 아니다. 3D 프린터로 총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 자체는 그렇게 무서운 이야기가 아니라는 거다.

3D 프린터로 만든 총이 아니더라도 살해할 수 있는 도구는 많으며, 확실하게 살해할 방법은 수 없이 많다. 그러니까 방법이 하나 늘어난다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단지, 우리는 3D 프린터를 사람을 공격하는 데 사용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는 그 자체를 무서워 해야 한다. 사람을 공격할 생각이 있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공격할 마음을 먹었다면 3D 프린터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공격할 것이다. 그 자체가 공포인데 3D 프린터로 총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무서워할 필요가 있을까?

아마 이 의견에 대해 결국 그런 사람이 3D 프린터로 총을 만들 수 있으니 아무렇지 않다는 것은 웃기다고 답할지도 모른다. 인정한다. 하지만 그런 공포가 있다면 우리가 3D 프린팅 기술 자체가 공포가 아니라 기술을 어떤 방향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발달시켜야 하는지 분명해진다. 이미 총은 만들어졌다. 되돌릴 수 없다면 기술의 옳고 그름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옳은 방향이 될 수 있도록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며, 기술 발전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사람을 공격한다는 자체에 대해 사회적인 안전망을 이뤄내는 것이 필요할 뿐이다.

3D 프린터는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사람을 죽이는 기술이 아니라 살리는 기술이 될 수 있다. 보청기부터 인공 귀, 인공 장기를 만들어 내는 것까지 가능해졌으며, 심지어 약품 데이터를 이용해 의약품을 가정에서 제조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기술의 가치는 달라진다. 그렇다면 올바른 가치를 지닐 수 있도록 우리의 노력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그 노력은 분명 기술에 대한 반감이 아니라 사회에 향한 평화와 안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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