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카메라만 지켜보지 않는다
[칼럼] 카메라만 지켜보지 않는다
  • 오힘찬 칼럼니스트
  • 승인 2013.07.17 13: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에브리뉴스=오힘찬 칼럼니스트] 회사에도, 편의점에도, 병원에도, 길거리에도 우리를 지켜보는 눈이 있다. 감시 카메라 말이다. 장소에서 벌어지는 일을 기록하고, 그 기록을 토대로 당시 상황을 파악하거나 범인을 검거하는 등에도 활용한다. 분명 이점이 있지만, 우리는 항상 노출되어 있고 기록되고 있다는 사실이 썩 좋지만 않다. 그런데 우리를 지켜보는 것은 카메라만 아니다. 

뉴욕타임즈는 '패밀리 달러(Family Dollar)', 카벨라스(Cabela’s), 워비파커(Warby Parker)와 같은 대형 체인 매장이 무선 근거리 네트워크를 이용해 고객을 파악하는 기술 실험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일종의 빅데이터 분석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 고객이 자신의 기기를 매장 와이파이와 연결한 것으로 쇼핑 패턴을 분석하는 것이다. 

'그럼 와이파이에 연결하지 않으면 되겠네?'라고 대답하겠지만, 스마트폰이 계속해서 와이파이 신호를 찾으므로 굳이 연결하지 않더라도 매장 가까이 있는 고객 정도는 파악하는 정도는 가능한 것이다. 물론 세부적인 데이터를 얻을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많은 매장이 이를 시도하고 있다. 거기다 입체 카메라까지 사용하면 나이를 파악하는 것도 가능해져서 어떤 나이의 고객이 어디에 얼마큼 머물고, 어디로 이동하는지 추적할 수 있다. 

내가 쇼핑하는 것까지 추적 당한다고 하니 무섭기도 하고, 기분 상하기도 하지만 현 상황에서 이 데이터를 활용할만한 구체적인 방안은 없다. 고작해야 동선에 관심 끌 만한 할인 품목을 추가하는 정도지만, 그것이 데이터를 분석하는 비용을 감당할 만큼 영향력 있진 못하다. 

매장의 이런 시도들이 무의미하게 끝이 날 수 있다. 그리고 전혀 우리에게 피해가 오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카메라가 아닌 다른 무언가로 우리를 볼 수 있고, 그것을 연구하며, 시험한다는 사실이다. 이들이 이런 데이터를 가지고 우리에 피해를 주기 위해 꾸미고 있다는 음모론을 내세울 생각은 없다. 그러나 우리가 알게 모르게 그런 수집 반경에 들어가게 된다면 어떨까 묻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대형 마트에 갔는데 와이파이 연결만 가지고 동태를 분석하려 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신기하다고 손뼉을 칠까? 누구나 찝찝하고 사생활을 침해당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가령 이런 분석은 내가 저녁에 뭘 먹을 것인지, 어떤 라면을 좋아하는지, 사료에 따라 어떤 동물을 키우는지 알아내는 수준까지 발전해갈 수 있다. 그럼에도 그 사실을 우리가 느끼는 것은 매우 어렵다. 

간단하게 설명하자. 우리는 수많은 자신의 권한을 아무렇게 넘겨버린다. 대형 매장에서 와이파이를 연결하는 것 또한, 내 스마트폰의 네트워크 권한을 매장에 넘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런 기술이 실험 중일 뿐이니 '대형 마트에 가면 와이파이를 차단하세요'와 같은 주장까지 할 필요는 없다. 단지 우리가 통신 기기를 사용하고, 이를 통해 무언가에 접속하고 전달하는 권한을 누구에 넘기는 것을 간과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 

필자는 기술이 발전하는 것에 매우 관심을 두고, 더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기술이 우리의 인식 범위와 우리의 결정에 충분히 합당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도 한다. 당신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 그리고 그 지켜보는 것에 있어 내 권한을 얼마나 행사할 수 있는가? 무작정 이런 관점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유용하게 사용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 유용하게 사용될 가능성을 기술이 가지기 위해선 우리 스스로 우리는 지켜보는 것에 대해 좀 더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에브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기사제보 : 편집국(02-786-6666),everynews@everynews.co.kr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에브리뉴스 EveryNews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800 (진미파라곤) 313호
  • 대표전화 : 02-786-6666
  • 팩스 : 02-786-6662
  • 정기간행물·등록번호 : 서울 아 00689
  • 발행인 : 김종원
  • 편집인 : 김종원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종열
  • 등록일 : 2008-10-20
  • 발행일 : 2011-07-01
  • 에브리뉴스 EveryNews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1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에브리뉴스 EveryNew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everynews@every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