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야스쿠니 신사가 위치한 일본 도쿄 지요다구에서 일본 시민단체 회원 300여명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반대하는 가두시위를 벌였다.
이날 거리 행진에는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된 한국인들의 유족 8명도 동참했다. 이들은 일제 강점기 당시 한국인들이 일본에 의해 강제 징병돼 전쟁에 동원된 것이니 만큼 신사 명부에서 이들의 이름을 삭제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시민단체 회원들은 시위에 앞서 진행된 심포지엄에서 야스쿠니 신사를 ‘일본 군국주의 부활의 상징’으로 칭하며 군국주의를 미화하는 정치인들의 참배를 강력 비판했다.
이날 시위 현장에는 혐한단체 회원들이 욱일승천기를 들고 찾아와 시위 참가자들에게 욕설을 내뱉으며 방해공작을 펼쳤으나 다행히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일본은 아베 정권이 들어선 이후 우경화 양상이 심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30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경희대학교 영미문화학과 이택광 교수는 “아베정권은 과거 일본의 한국점령이 한국의 근대화를 도왔다는 입장을 기본적으로 깔고 있다”면서 “일본정부의 이 같은 입장이 극우집단의 발언권을 증폭시켰다”며 우경화가 심화되는 현상을 설명했다.
또 이 교수는 일본 내 우익세력은 소수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가두시위 참가자들처럼 일본 내 우경화 현상을 직접 비판하고 나서는 세력도 다수는 아니지만 우경화를 옹호하는 입장도 많지 않다는 것이다.
아베 정권 행보로 한일 양국의 감정대립이 고조되는 가운데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거목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역시 극우세력들의 위안부 경시태도를 비판하고 나선 바 있다.
지난달 미야자키 감독은 아베정권은 역사 감각이 부재하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적극 사죄하고 배상하는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일본 내에서 우경화 현상을 자체적으로 비난하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가운데 국내 네티즌들도 이를 반기는 반응이다.
네티즌들은 한국이 국정원 선거개입 촛불시위 규모를 확장시키고 있는 가운데 일본에서도 양심의 촛불을 밝히는 시민들이 있다며 이를 응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본정부가 지난 역사에 대해 반성하고 머리 숙여 사죄를 표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일본 지진 소식에 ‘일본 무너져라’ 막말을 퍼붓는 행위는 일본 양심세력들의 목소리를 죽이는 행동이라면서 그들을 응원하고 우익세력에 대해서는 보다 강력한 입장을 표명하자는 것이다.
한편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 도쿄 중심인 지요다구 황궁 북쪽에 위치한 신사로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 14명의 위패가 합사돼 있으며 천황숭배와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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