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국정원 선긋기→민생행보’에 담긴 속뜻
박근혜 대통령, ‘국정원 선긋기→민생행보’에 담긴 속뜻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3.08.2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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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국정원 비판 원천봉쇄한 朴대통령, ‘경제성장’ 담론 쥐고 주도권 장악

▲ 박근혜 대통령@Newsis

[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광폭행보다. ‘침묵의 정치’ 비판을 받았던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6개월인 지난 25일을 기점으로 ‘박근혜식 정치’에 속도를 내고있다.

국정원(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태의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취임 6개월을 맞아 실시한 각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60∼70%대로 비교적 높게 나타나자 광폭행보를 통해 국정주도권을 쥐겠다는 속내로 풀이된다.

민주당 등 야권에선 박 대통령의 고공 지지율을 “신기루”, “환상거탑”이라고 비판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속내는 복잡하다. 특히 박 대통령이 취임 6개월을 맞은 다음날인 26일 국정원 사태 등 정치현안에 작심한 듯 ‘선긋기’에 나서자 민주당 내부에선 자칫 국정주도권을 잃게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난 1일부터 장외투쟁에 나선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27일 ‘노숙투쟁’ 선언과 ‘‘선(先)양자회담-후(後)다자회담’ 등의 승부수를 던진 까닭도 박 대통령의 선제적 공세와 무관치 않다.

다만 민주당의 승부수가 박 대통령의 광폭행보 이후 나온 터라 국정원과 NLL(서해 북방한계선) 정국에서 수세에 몰린 민주당이 현 국면을 타개할지는 미지수다.

朴대통령, 국정원 사태에 기존 입장 되풀이?…확실한 선긋기

눈여겨볼 대목은 26∼27일 박 대통령의 행보와 워딩(말)의 미묘한 변화다. 박 대통령은 취임 6개월 직후인 2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국정원 대선 개입 사태와 관련해 “대선 때 국정원의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판 첫날이기도 하다.

이는 청와대 측이 민주당으로부터 서한을 받은 지난 6월 24일 이정현 홍보수석을 통해 나온 “국정원이 어떤 도움을 주지 않았다”라는 발언과 같은 맥락이지만, 주어의 ‘미묘한 변화’를 통해 확실한 ‘이슈와의 제3자화’ 전략에 나섰다는 평가다. 이전보다 더 높은 수준의 선긋기로 범야권의 국정원 비판을 원천봉쇄했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이어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인 ‘민생정치’를 앞세워 민주당 측에는 ‘원내 회군’을 우회적으로 압박했고, 새누리당 측에는 ‘9월 정기국회 정상화’ 시그널을 내려 보냈다.

박 대통령의 ‘민생정치’ 발언 이후 이날 새누리당의 원내대책회의에선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비판하는 발언이 쏟아졌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다. 9월 (정기)국회는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드는데 한 마음, 한 뜻이 돼야 한다. 민주당의 조속한 결산국회 참여를 당부한다.(최경환 원내대표)”, “국회 방치는 민생을 방치하는 것이고 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피해로 돌아갈 것이다.(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민주당은 더 이상 민생을 볼모로 삼으면 안 된다.(홍문종 사무총장)”

 

▲ 물량 밀어내기 관행 근절을 촉구하는 아모레퍼시픽 대리점 관련자들@Newsis

이는 박 대통령이 강조한 “민생안정을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존재하는 것”이라는 발언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새누리당이 청와대와 발맞춰 현 정국을 ‘민생 VS 정쟁’ 구도로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청와대에 할 말은 하겠다”고 공언하며 수평적 당·청 관계를 천명한 새누리당이 박 대통령의 시그널 맞추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수직적 당·청 관계는 향후 국정운영에 상당한 부담으로 남을 전망이다.

민생을 강조한 박 대통령은 이날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국가안보자문단회의를 열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해 논의한 데 이어 같은 날 오후엔 피터 마우러(Peter Maurer) 국제적십자위원회 총재를 접견해 이산가족 상봉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박근혜 정부의 높은 국정지지율 요인인 대북 행보에 나선 것이다.

국정원 사태 등 정치현안에는 선을 긋고 ‘민생경제 강조-원칙 있는 대북정책’ 행보에 나선 박 대통령은 오는 28일에는 재계 10대 그룹 총수들과 오찬을 갖고 ▲투자활성화 ▲일자리창출에 힘을 보태달라고 경제인들에게 요청할 계획이다.

지난해 대선 당시 경제민주화와 한국형 복지를 앞세운 박 대통령이 이날 재계와의 오찬에서 그간의 긴장관계에 마침표를 찍고 ‘경제성장’을 하반기 경제정책 운용의 최우선 목표로 둘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이유다.

앞서 박 대통령이 지난 4월 1일 국회 정무위원회·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과 오찬에서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재계와 중소기업 중) 어느 한 쪽을 누르고 옥죄는 게 아니”라고 한데다가 당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져 이번 박 대통령과 재계 총수 회동이 경제정책 전환의 변곡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박근혜 정부가 하반기 정국에서 가시적인 (경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 같은 관측에 힘이 실린다.

박근혜 정부 첫 세제개편안을 주도한 ‘현오석 경제팀’이 경제민주화보다는 경제성장에 방점을 찍었고, 지난 26일 기획재정부가 재벌의 면세점 사업에 대한 독점적 기득권유지를 골자로 하는 ‘관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 그간 박근혜 정부가 경제정책의 전환을 시도하는 정황은 속속 포착됐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박 대통령과 재계 총수의 회동에 대해 “경제민주화가 후퇴할까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고 당 내부에 그런 기류가 많이 있다”라고 전했고, 앞서 당 정책위원회도 박근혜 정부 6개월 평가 당시 “박근혜 정부가 취임 이후 경제민주화를 헌신짝처럼 버렸다”고 맹비난한 바 있다.

경제전문가인 홍종학 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재부의 관세법 시행령 개정안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의 친재벌 성향이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한 뒤 “면세사업에 대한 기준, 매장 수 대신 면적 도입을 통한 재벌대기업 규제의 강화, 시내면세점에 대한 경쟁입찰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관세법 개정안 발의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박 대통령은 취임 6개월 직후 ‘국정원 사태의 확실한 선 긋기로 야권의 비판 원천봉쇄→민생정치를 앞세워 민주당 압박→지지율 상승 요인인 대북 행보의 반복화→재계 총수와의 회동을 통해 경제성장 담론 주도’ 등의 행보에 나선 셈이다. 박 대통령의 하반기 국정운영도 이 범위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광폭행보가 승부수가 될지 자충수가 될지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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