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이석기 수사에 담긴 ‘꼼수’ 논란…여론전 펼치나
국정원, 이석기 수사에 담긴 ‘꼼수’ 논란…여론전 펼치나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3.09.09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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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이석기 수사 둘러싼 국정원의 끝없는 의혹, 왜?

▲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린동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규탄 11차 범국민대회'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촛불과 피켓을 들고 있다. 이날 대회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구속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것이며, 민주당은 대전역 서광장에서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 촉구 제6차 국민결의대회'를 열었다.@Newsis

[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묘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잠자고 있던 ‘내란음모’ 혐의를 33년 만에 끄집어낸 국가정보원(국정원)이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연일 ‘여론전’에 나선 정황이 포착됐다.

이 의원에 대한 내란음모 혐의의 실체적 진실 여부와는 별개로 국정원이 심리전에 돌입한 듯한 인상을 주자 정치권 안팎에선 국정원의 속도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석기 사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반전될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애초 국정원이 이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사전구속영장청구’ 등을 전광석화 같이 몰아붙일 때까지만 해도 정치권 안팎의 분위기는 앞서 국정원 측이 밝힌 “결정적 증거”에 힘이 실린 모양새였다.

국정원의 속전속결 수사에 발맞춰 새누리당이 ‘종북척결’ 프레임을 전면에 내걸고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고리 삼아 민주당을 강하게 몰아붙인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반면 지난해 19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에 나선 민주당은 행여나 ‘종북세력’으로 몰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 속에 선 긋기에 급급하고 정의당 등 일부 진보정당도 여기에 동참했다.

통합진보당은 싸늘한 여론 속에 ‘공안정국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고군분투 중이다. 자칫 이석기 사태로 야권 모두 공멸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어 이정희 대표 등이 당의 명운을 걸고 최전선에 섰다. 여야 모두 복잡한 셈법으로 얽힌 셈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 의원 등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국정원 등 공안당국이 의도했든 안 했든 ‘여론전’에 나선 정황이 포착되면서 끝없는 의혹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국정원, 이석기 수사 ‘합리성·정당성’ 갖췄나

장면 하나) 내란음모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 의원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지난 4일. 국정원과 경찰 등 수백 명(통합진보당 측 주장)이 구인영장을 들고 국회 의원실로 들이닥쳤다.

당시 국회 이 의원실에 있던 우위영 보좌관 등 당직자 10여명은 “변호인도 없는 상황이니 변호인이 도착할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국정원 수사관들에게 요청했다. 또한 통합진보당 측은 5일로 예정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자발적’으로 나갈 것이라고 말한 상태였다.

하지만 국정원은 구인영장이 발부된 이 의원에 대해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전격적인 신병확보에 나섰다. 앞서 실시한 압수수색과 마찬가지로 속전속결로 진행된 ‘이석기 구인영장’ 집행 과정에서 같은 당 김재연 의원이 실신하기도 했다.

이날 국회에서 만난 통합진보당 한 관계자는 당시 상황을 상기하며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폭력을 휘두르는 모양은 깡패집단과 다를 바 없었다”고 힐난한 뒤 “무차별적으로 밀고 들어오는 일군의 검은 양복들의 실체가 무엇인지 아직도 모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 헌정사상 처음으로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국회의원이 지난 5일 오후 경기 수원남부경찰서에서 경찰에 둘러싸여 나오고 있다.@Newsis

장면 둘)
이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지난 5일. 수원지법 오상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사안이 중대하고 범죄혐의 소명된다. 증거인멸 및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당시 이 의원은 수원남부서를 나오면서 “이 도둑놈들아, 이 도둑놈들아. 국정원 날조사건, 이렇게 폭력적으로 할 수 있나”라고 저항했고 이 모습은 그대로 카메라에 담겼다. 통합진보당 측은 “수원구치소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이 의원에게 수갑을 채우는 등 인권유린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 의원이 구인영장이 발부된 지난 4일부터 수원구치소에 구속 수감된 5일까지 ‘국회의원회관→수원지법(구인절차)→수원남부서(영장실질심사 대기)→수원지법(영장실질심사)→수원남부서(영장실질심사 마친 후)→수원구치소’ 등을 오갔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A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면 ‘A지검’에 구금된다. 하지만 이 의원은 명확한 이유 없이 수원지검 대신 수원남부서를 오갔다.

이 과정에서 공안당국 수사관과 이 의원 포함 통합진보당 당원들의 격렬한 대치만 언론에 노출됐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국정원의 ‘여론전’도 이 부분과 궤를 같이한다.

법원 한 관계자는 9일 <에브리뉴스>와 통화에서 이와 관련해 “관례상 ‘A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면 ‘A지검’에 구금된다”면서 이석기 사태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홍성규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이 의원의 구인영장 집행 당시 국정원의 수사 행태와 관련해 “오로지 아수라장 폭력사태를 유도해 9시뉴스에 내보내겠다는 파렴치한 이미지 조작정치를 위해서”라며 “국정원은 반인권 반민주적 행태, 치졸한 이미지 조작 정치를 즉각 중단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런 가운데 국정원이 검찰 수사와 기소에 앞서 이 의원에 대한 범죄 혐의의 범위를 점차 넓혀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내란예비음모 혐의에서 시작한 국정원의 ‘이석기 수사’는 내란선동에 이어 ‘여적죄(與敵罪)’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홍 대변인은 이 의원에 대한 죄목 변경에 대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진보정치인 이석기 의원만 잡아가두면 된다는 본심을 너무 솔직하게 드러낸 것”이라며 “어떻게든 감옥에 넣어 처벌하기 위해 법을 찾겠다? 황당무계한 작태”라고 말했다.

진보논객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국가정보원(국정원)이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게 ‘여적죄(與敵罪)’ 적용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더 황당한 혐의”라고 주장했다.

진 교수는 전날(8일)에도 자신의 트위터에 “여적죄는 북한이 ‘적국’이라는 전제가 필요하고현재 적국과 교전 중이라야 적용가능하다는 반론이 존재. 한국전쟁 이후 적용된 예가 없는 사실상 사문화한 법조항. 내란음모가 여의치 않으니, ‘내란선동’부터 ‘여적죄’까지 일단 걸어놓고 보자는 생각”이라고 전한 바 있다.

여론심리전 논란에 휩싸인 국정원의 정치적 승부수가 어디로 흐를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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