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하는 박근혜 대통령, ‘역삼동 오피스텔’ 외면할까
귀국하는 박근혜 대통령, ‘역삼동 오피스텔’ 외면할까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3.09.1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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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11일 귀국하는 朴대통령 앞에 있는 두 가지의 길

▲ 베트남을 국빈 방문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호찌민에 위치한 한국 패션기업 한세베트남을 방문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Newsis

[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모든 길은 역삼동 오피스텔(국가정보원이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댓글 작업을 단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로 향하고 있다. 진실의 흔적이 드러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11일 오후 신경민 민주당 최고위원이 국회 정론관에 섰다. 그의 옆에는 같은 당 박영선·김현·진선미·박범계 의원 등이 함께 했다.

신 의원은 이날 국정원(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태와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모든 길은 역삼동으로 향하고 있다”고 반복적으로 말했다. 이들은 “국가정보기관을 불법적으로 대선에 개입시킨 국정원과 경찰, 새누리당의 삼각 커넥션 음모가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권영세(현 주중대사)-박원동(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김용판(전 서울경찰청장)’이 대선 개입 사건을 조율하고 ‘안 모(서울청 국정원 연락관)씨-박원동-차문희(2차장)’ 라인이 경찰의 축소·은폐 수사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국정원 대선 개입 이슈 재점화에 나선 모양새다.

하지만 신 최고위원 등의 의혹제기가 국정원 대선 개입 이슈를 불붙게 할지는 미지수다.

박 대통령 특유의 정치행보인 ‘이슈와의 3자화’ 전략 때문이다. 또한 ‘영남’이라는 강력한 지역주의를 기반으로 한 지지층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을 떠받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콘크리트 지지율’이란 수식어가 붙는 유일한 대통령이 아닌가.

‘58.8%→61.1%→59.3%→61.4%→67.0%→?’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한달 간(8월 첫째 주∼9월 첫째 주) 조사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변화 추세다.

60% 안팎에 머무르며 ‘안정된 지지율’을 보인 박 대통령은 9월 초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와 세일즈 외교를 본격화하면서 취임 후 <리얼미터> 주간집계 조사 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모든 언론은 박 대통령의 G20 정상회의 선도발언과 베트남 한복 외교 등을 집중 보도하며 박근혜 정부의 외교성과를 한껏 추켜세웠다.

또한 이 기간에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 측이 미납 추징금 1천672억 원을 완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새누리당 내부에선 “비정상화의 정상화 원칙 적용의 대표적 사례”라는 말이 나왔다. ‘전두환 추징금 완납’이 법과 원칙을 중시하는 박 대통령의 리더십 결과라는 얘기다.

朴대통령 앞에 있는 길 ‘공안정국 조성? 야당과의 대화?’

묘하다. 그런데도 국정 난맥상은 여전하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태도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를 둘러싼 음모도 경제민주화 퇴행과 청와대 인사 논란도 여전하다.

“신물이 나지만, 어쩔 수 없다.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문제제기도 저쪽(정부여당의) 공세도 이제 시작이 아니겠나.” 이날 국회에서 만난 민주당 한 관계자는 향후 정국주도권 전망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규탄 10차 국민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Newsis

맞다. 정국주도권을 둘러싼 힘겨루기는 이제부터다. 이날 귀국하는 박 대통령 앞에는 국정원 개혁과 이석기 사태 등 휘발유성 이슈가 산적해있다. 하지만 헝클어진 국정 난맥상을 풀 ‘묘책’은 요원하다.

키는 박 대통령이 쥐고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이슈와의 3자화’ 전략에 나서면서 정치권에선 각 정치사안마다 ‘청와대-국정원’ 등의 검은 커넥션만이 난무해버렸다.

선긋기에 급급한 박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불거진 퇴행적 민주주의 논란과 하위정치문화가 여의도를 집어삼킬 태세다. 그 어디에도 소통과 상생, 국민대통합은 없다. 공안정국만 난무하고 있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태의 모르쇠 VS 이석기 사태를 고리로 진행 중인 공안 드라이브’ 현재 정국은 딱 이렇게 양분됐다. 국정원 사태와 관련해선 ‘제3자화 전략’을, 이석기 사태에 대해선 ‘이석기 옹호=종북세력’ 논리가 정치권에 판을 치고 있다.

국정원은 이 의원 혐의에 ‘내란음모→내란선동→여적죄’로 죄명을 덧붙였고 법무부는 지난 6일 ‘위헌 정당·단체 관련 대책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다.

새누리당은 여기에 발맞춰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에 대한 제명 안을 국회 윤리특위에 제출했다. 국정원이 만든 ‘설국열차’ 안에 민주당 등 야권과 그 지지층이 옴짝달싹 못하는 형국이다.

문재인 민주당 의원의 말대로 박근혜 정권은 ‘반대편을 모두 종북세력’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반대편에게 ‘종북’ 딱지를 붙이는 분할통치,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역설적으로 이명박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지지율를 상회하는 상황에서 ‘왜’ 박근혜 정부가 공안 승부수를 띄워야 했는지 의문이다. 유신정권 시절 향수를 그리워한 나머지 ‘반대편 제거’를 통한 국정장악에 매몰된 것은 아닌지, 그 속도가 늦춰질까 조급증을 나타낸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박근혜 정부가 한낱 숫자에 불과한, 아침안개처럼 사라질 ‘지지율’에 한껏 취해 야권이나 반대 지지층과의 소통을 거부한다면, 박 대통령의 정치는 승부수가 아닌 자충수가 될 수밖에 없다.

‘다원화된 담론’과 ‘소통을 통한 실천적 목표의 재구성’, ‘새로운 참여, 개방 네트워크 추구’ 등을 통한 인민의 자기지배 없이는 민주주의 통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모르쇠 전략은 필연적으로 ‘소통 부재’로 이어지고 이는 ‘비사회적 행위’를 촉진한다는 점에서 그 칼날의 끝이 박 대통령 자신에게 향한다는 얘기다. 이날 귀국하는 박 대통령이 단독회담이든 3자회담이든 격에 관계없이 야당과 대화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한편 박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은 이날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터져 나왔다.

“우리 정치가 심각한 위기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모두 나서서 야당과의 대화를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청와대도 당에서 설득해야 한다.(정몽준 의원)”, “지금 신정부가 들어선지 7개월이 다 돼 가는데 화해라든지, 상생이라든지, 화합이라든지 하는 분위기와 말들은 거의 사라지고 대립·갈등·분열이 자리잡아가는 상황이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이재오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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