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3자회담 제안 ‘묘수’에 담긴 함의
박근혜 대통령 3자회담 제안 ‘묘수’에 담긴 함의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3.09.13 11: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분석]朴대통령, 여야회담 핑퐁게임서 승리…하지만 ‘박근혜식’ 정치의 본질은…

▲ 청와대가 12일 박근혜 대통령의 G20과 베트남 순방관련 미공개 사진을 공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과 베트남 국빈방문을 위해 세 번째 해외순방길에 오르며 출입기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Newsis

[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지난 3일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여야 영수회담 제안→사흘 뒤 박근혜 대통령, 5자회담 역제안→이후 여야 간 핑퐁게임….’

파격적인 행보다. 취임 후 세 번째 해외순방을 마치고 11일 귀국한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날(12일) 바로 여야 대표와의 3자회동을 제안했다.

그간 이슈와의 3자화 전략을 통해 장기전을 고수한 박 대통령이 대치정국의 물꼬를 트기 위해 ‘선제적’ 대화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앞서 ‘5자회담’을 역제안한 뒤 근 한 달여간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행보에 비하면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 대통령이 3자회담을 제안한 전날(12일) 새누리당 내부에선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고 기습을 당한 민주당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거절’ 대신 ‘수용 유보’ 입장을 표명한 민주당은 13일 3자회담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김 대표는 오는 16일 국회에서 3자회담을 열고 정국정상화 방안을 논의한다.

그간 5자회담을 고수하며 민주당의 ‘양자회담’은 물론 새누리당의 절충안인 ‘3자회담’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박 대통령이 회담 형식을 깬 이유는 장기화된 정국경색에 대한 부담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전 국회의 장기화로 ‘9월 정기국회 파행→경제민주화 등 민생입법 통과 지연→여야 대치정국 심화’ 등이반복된다면, 그 부담은 결국 박 대통령과 정부여당 몫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어서다. 이정현 홍보수석이 전날 3자회담 제안과 관련, “다뤄야 할 민생법안도 많아 하루빨리 국회가 정상화되기를 국민들이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밝힌 이유도 이런 맥락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오는 10월 초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3 및 인도네시아 순방을 위해 해외 순방길에 오르는 만큼 추석 직전이 꼬인 정국을 풀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 퇴로 열어준 朴대통령, 그 의도는?

또한 해외순방을 기점으로 각 여론조사기관에서 발표한 국정지지율이 취임 후 최고치를 기록, 정국돌파의 자신감을 깔린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리얼미터>의 9월 첫째 주 주간집계(95% 신뢰수준에 ±2.0%)에선 67%, 같은 기간 <한국갤럽> 조사(95% 신뢰수준에 ±2.8)에선 64%를 각각 기록했다.

▲ 김한길 민주당 대표 @Newsis

박 대통령의 전격적인 3자회담 제안으로 청와대와 정부여당은 ‘대화정국 조성’이란 실리를, 원내외 병행투쟁에 나선 민주당은 ‘원내 복귀’ 명분을 각각 만들게 됐다.

이봉규 시사평론가는 박 대통령의 3자회담 제안과 관련해 “역시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 수가 김한길 대표보다 한 수 위다. 이것은 박 대통령의 승부수”라고 잘라 말한 뒤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이 승부수를 던지기 전에 (회담 제안을) 받았어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3자회담 제안 의제와 관련해선 “국정원 개혁 문제가 논의될 수 있다. 다만 박 대통령은 사과 대신 ‘국정원 개혁에 노력하겠다’는 선에서 이 문제를 마무리 지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거듭 “(박 대통령의 승부수로) 민주당은 회군의 명분을 챙기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박 대통령의 타이밍 정치에 담긴 함의다. 표면적인 3자회담 제안 배경은 ‘대화 정국’ 조성이지만, 이와 더불어 야권 갈라치기를 할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이기도 하다.

‘이석기 사태’로 휘청한 범야권은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분리로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 동력이 한층 낮아진 상황이다. 국정원이 내란음모 혐의를 받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수사에 총대를 멘 결과는 ‘야권의 분열’이라는 얘기다.

당장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에 선 긋기를 자처하고 나섰고, 진보진영도 분열에 분열을 거듭하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종북 프레임을 고리로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한 국회 제명안과 ‘통합진보당 해산’ 등에 사활을 걸 태세다.

새누리당의 강한 압박에 범야권이 궁지에 몰리는 형국인 셈이다. 이 와중에 박 대통령은 3자회담을 전격 제안했다. 국정원과의 커넥션 논란 속에서도 그간 고도의 정국관리 능력을 보여준 박 대통령의 3자회담 제안이 ‘묘수’, ‘신의 한 수’로 평가받는 이유다.

하지만 3자회담 최대 의제가 될 ‘국정원 개혁’과 관련해 박 대통령이 야권이 요구하는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 요구를 거부하고 국정원의 ‘셀프 개혁’을 언급하는 수준에서 회담이 마무리된다면, 대치정국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 내 강경파와 486그룹 내에선 전날까지만 해도 박 대통령의 3자회담을 ‘꼼수’로 규정하며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경한 분위기를 나타냈다. 한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이런 식으로는 테이블에 올라갈 수 없다”고 사실상 거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3자회담’이란 절묘한 묘수에도 박 대통령이 반대 지지층이 원하는 ‘대선 개입’ 사태의 진실과 ‘국정원 개혁’에 물타기로 일관한다면, 후보시절 내건 ‘국민대통합’ 등은 요원하다는 지적도 이런 까닭에서 나온다.

또한 박 대통령의 3자회동 제안 과정에서 새누리당이 정부여당 기능을 상실한 듯한 모양새를 비춰 수직적인 당청 관계는 하반기 국정운영의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야당은 물론 정부여당과도 충분한 소통 없이 정국승부수를 던진 박 대통령의 ‘원맨쇼’가 우려스러운 이유다.

< 저작권자 © 에브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기사제보 : 편집국(02-786-6666),everynews@everynews.co.kr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에브리뉴스 EveryNews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800 (진미파라곤) 313호
  • 대표전화 : 02-786-6666
  • 팩스 : 02-786-6662
  • 정기간행물·등록번호 : 서울 아 00689
  • 발행인 : 김종원
  • 편집인 : 김종원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종열
  • 등록일 : 2008-10-20
  • 발행일 : 2011-07-01
  • 에브리뉴스 EveryNews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1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에브리뉴스 EveryNew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everynews@every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