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파동’ 박근혜 정부를 보면 삼성이 보인다?
‘인사파동’ 박근혜 정부를 보면 삼성이 보인다?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3.10.0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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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朴정부, 특정인사-특정부처에 의해 ‘관리'…삼성과의 공통점은 무엇?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월 28일 청와대에서 대기업 회장단과 오찬간담회를 갖고 있다. 박 대통령 오른쪽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Newsis

[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총체적 난국이다. 혼외아들 논란에 휩싸인 채동욱 검찰총장은 청와대의 ‘찍어내기’ 논란 끝에 검찰을 떠났다.

박근혜 정부의 복지정책을 총괄하는 보건복지부 수장인 진영 장관도 기초연금 공약 파기 논란 끝에 ‘항명 파동’이란 오명을 뒤집어쓰고 사퇴했다. 이젠 그들 직함 앞에 ‘전(前)’이 따라붙게 됐다.

앞서 양건 감사원장도 지난 8월 23일 전격 사퇴했다. 양 전 원장의 표면적 사퇴 이유는 감사위원 임명을 놓고 불거진 청와대와의 갈등이나, 그 이면엔 이명박 정부 핵심 사업인 4대강 감사의 정치감사 논란이 숨어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례적이다. 5년 단임제인 권력구조에선 임기 중후반 측근발(發) 비리로 ‘대통령 지지율 하락→여권 내부 분열→청와대 국정장악력 저하→여권발 정계개편’이 순차적으로 일어나면서 대통령 리더십이 도마에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현 정부는 취임 7개월여 만에 잇따른 인사파동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원칙과 신뢰’의 정치철학으로 화합의 이미지를 가진 박 대통령이 ‘채동욱-진영-양건’ 등의 인사파동 때마다 ‘청와대 외압설’, ‘청와대 커넥션 의혹’, ‘청와대 찍어내기’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도 공약도 사회적 자본(신뢰)을 잃어버린 셈이다.

정권 출범 전부터 불거진 국정원(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태로 정권의 정당성이 흔들린 채 출발한 박근혜 정부로선 잇따른 인사잡음과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 등을 둘러싼 의혹으로 ‘부조리의 총집합체’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셈이다.

박근혜 정부, 잇따른 인사파동에 ‘컨트롤타워’ 경고등

정권 초기 불거진 인수위원회 인선과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논란 속에서도 박 대통령이 그나마 국정지지율을 60%대로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이슈의 관리’였다.

여의도 정치 이슈와는 거리를 둔 박 대통령은 그간 국정원 대선 개입 사태와 NLL(서해 북방한계선) 등에서 ‘이슈와의 제3자화 전략→전(前) 정권 끌어들이기’로 일관하며 이슈를 관리했다.

▲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9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계동 보건복지부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직원들과 악수하고 있다.@Newsis

민주당 한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야권의 숱한 공세에도 박근혜 정부는 물타기를 통해 정국에선 한발 비켜서 있다”면서 “그래서 박 대통령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는 게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야권이 주장하는 것처럼 박 대통령의 정치행위 본질이 물타기든 아니든 박 대통령의 ‘박근혜식 정치행위’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관리를 앞세운 정치권력 정점에 박 대통령이 서 있다면, 경제권력에는 삼성전자(삼성)가 있다. 세계적인 기업인 삼성 역시 ‘관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맞다 ‘관리의 삼성’이다. 전날(9월 30일) 세계적인 브랜드컨설팅그룹인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세계 10대 브랜드 2013’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브랜드 자산가치 평가액은 396억달러로 전년 대비(329억달러) 20%P 증가하며 8위를 기록했다. 세계 8위다. 관리의 힘인가.

하지만 삼성의 관리는 한국 경제의 독으로 치닫고 있다. 김용철 변호사의 저서 <삼성을 생각한다>에서 폭로된 ‘삼성 비자금’의 실체와 직원들에 대한 사찰 등은 물론 삼성반도체 직원의 백혈병 파문, 삼성생명의 고객 정보 불법 확보 의혹, 삼성전자서비스 직원들의 노동착취 논란 등 삼성의 관리는 사회통념상 쓰는 관리를 넘어선다.

박근혜 정부도 마찬가지다. 이슈의 관리로 절반의 성공에도 불구, 박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과 “나만 따르라”는 만기친람(萬機親覽)식 국정운영은 한국 정치의, 한국 보수의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남재준 국정원장 등 특정인사-특정조직이 박근혜 정부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아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박 대통령의 만기친람식 리더십은 수직적 리더십이라는 ‘낡은 관행’, 독불장군식의 ‘오만한 권력’, 색깔론의 ‘공작 정치’ 등 유신시절에 있던 아픈 기억을 끄집어낸다. 김 실장을 축으로 하는 정부 컨트롤타워에 빨간불이 켜진 이유도 이런 까닭이다.

2013년 체제는커녕 지역주의의 산물인 87년 체제와도 단절하지 못한 우리에게 박 대통령의 리더십은 정녕 필요한 것인가? 채동욱-진영 파문에서 나타난 보혁 갈등과 진영논리, 청와대를 향한 새누리당의 굴종적 태도 등은 가뜩이나 국민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방황하는 한국 정치의 나침반마저 제거할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에 대한 절대 복종을 강요하는 청와대와 정당 문화, 철학과 영혼을 팔아버린 정치인…. 상식은 온데간데없고 권위주의만 판치는 한국 정치의 현주소다. 박 대통령의 ‘관리의 정치’ 자체가 우리에게 치명상을 가하는 부메랑이라는 얘기다. 그 끝은 어디로 향할까. 그래서 한국 보수는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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