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브이월드, 보여주기식 IT를 보여주다
[칼럼] 브이월드, 보여주기식 IT를 보여주다
  • 오힘찬 칼럼니스트
  • 승인 2013.10.04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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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브이월드, 보여주기식 IT를 보여주다

▲ 오힘찬 칼럼니스트
정부가 내세우는 보여주기식 사업은 꽤 많다. 아무 생각하지 않고 본다면 '이야~ 저런 것도 하는구나!'싶겠지만, 그 사업에 쏟아부은 비용이며, 사업의 형태를 보면 왜 보여주기식인지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보건복지부와 복지부 산하기관들은 2010년부터 지금까지 총 45개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배포했다. 예를 들어 금연을 도와주는 앱이나 복지 정책을 알려주는 앱 말이다. 스마트 시대라고 하니 이런 어플리케이션을 제작하는 것이 맞아 보이지만, 실상 사용자는 적은 데다 만들어 놓기만 했을 뿐 그렇게 유용하지도 않다. 문제는 이 쓰지도 않는 어플리케이션 제작에 23억 원을 사용했다는 것인데, 만들어 놓고 관리도 하지 않고, 중복된 앱을 또 제작하는 등 세금만 줄줄 낭비했다.

 지난 9월 29일, 국토교통부는 '브이월드'라는 3D 지도 서비스를 공개했다. '구글어스를 능가하는 지도'라며, 언론들은 얘기했지만, 정작 브이월드를 본 필자는 보여주기식 IT의 극치를 엿볼 수 있었다.

 브이월드는 한국의 지리 정보를 볼 수 있도록 서비스한다. 지도 자체가 제대로 만들지 못한 것은 아니다. 깔끔하게 지도 영상을 보여주고, 구글어스의 한국 지도와 비교하면 더 선명하다. 그렇다고 구글어스를 능가하는 것일까?

 먼저 브이월드의 한국 지도 영상이 왜 더 선명할까? 현재 구글어스에 들어간 한국 지도 데이터는 제한을 받고 있다. 사정을 줄줄이 말하자면 얘기가 길어지지만, 어쨌든 구글은 고해상도의 한국 지도 데이터를 가지고 구글어스 서비스를 할 수가 없으므로 당연히 브이월드의 지도 영상이 더 선명할 수밖에 없다. 비교하려면 똑같은 지역의 구글어스와 브이월드가 아니라 브이월드와 구글어스의 해외 지도 영상을 비교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안보' 탓인데, 아이러니하게도 브이월드는 북한의 모습도 보여주고, 해외에서도 브이월드를 볼 수 있다. 안보 탓으로 지도 정보를 해외로 반출하지 않더라도 해외에서 지도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안보가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당연히 더 나은 데이터로 만든 브이월드가 선명할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해외 서비스에 이런 데이터를 반출하지 않으면서 생기는 오류나 외국인들은 다양한 지도 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겪을 수 있다. 그런데 그걸 두고 국내 기술력이 우수하다는 점을 들어 구글어스를 능가한다며 홍보하는 것은 딱 보여주기식 그 자체다.

 더군다나 브이월드는 지도 정보는 우수하지만,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먼저 모든 웹 브라우저에서 사용할 수 없다. 익스플로러 8,9에 최적화를 하고 있는데, 파이어폭스 등의 브라우저에서도 사용할 수는 있지만, 모든 기반을 호환하고 있진 않다. 당장 지도 데이터를 반출할 수 없다면 구글어스를 대체해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브이월드인데, 그러면서 호환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서둘렀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국토부는 브이월드의 API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어 모바일 버전도 테스트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한국 지도에 한하며, 법률에 따라 복제할 수 없어 서비스 자체가 국내에 한정되어 버린다. 반출은 할 수 없으니 '아쉬우면 이거나 써라'고 던져준 꼴이다.

 그리고 수천만 명이 접속할 수 있도록 탄탄한 서버를 갖추고 있는 구글어스와 달리 몇십만 명 접속만으로 서버가 다운돼버렸다. 네이버나 다음을 제외하고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국내 지도 서비스인데, 수용 인원을 몇 명으로 잡았길래 제대로 접속할 수 없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서버를 증설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투자를 하기보다는 기다려보고 하겠다는 것으로 만약 브이월드의 전체 접속 인원이 줄어들게 되면 굳이 서버를 증설할 필요 없으니 넘어가겠다는 것이다. 원활한 서비스 제공보다는 예산을 아끼고 간보는 식의 국책 사업임을 잘 보여준다.

 아무것도 모른 채 브이월드를 본다면 좋은 지도 서비스일 것. 하지만 내면을 본다면 겉만 번지르르한 보여주기식 서비스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브이월드가 얼마나 운영될 수 있을까? 적어도 현 상태로는 지속해서 사용자들을 끌어모으기 힘들 것이다. 경쟁력이 없고, 지속가능성도 불투명하니 말이다. 브이월드를 보여주기식으로 끝내고 싶지 않다면 제대로 해야 할 것이고, 아직 서비스 초기이므로 어떤 투자가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과연 어떤 경쟁력을 갖추어 보여주기식이라는 오명을 덜어낼 수 있을지 필자는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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