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일파만파’ 번지는 국정원 사태 자초했나
박근혜 대통령, ‘일파만파’ 번지는 국정원 사태 자초했나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3.11.22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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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朴대통령, ‘MB 선긋기-野 요구’ 거부로 국정원 사태 키워

▲ 지난 21일 자유학기제 연구학교인 서울 동작구 사당동 동작중학교 학생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Newsis

[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국정원(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으로 벼랑 끝으로 내몰린 박근혜 대통령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박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이후 급작스럽게 터진 검찰발(發) 국정원 트윗 글 증거 확인을 시작으로, 민주당 등 범야권은 광장으로 뛰쳐나가 ‘양특(국정원 개혁특위-특검)’ 수용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이용훈 주교)가 박 대통령의 사퇴 촉구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국가기관 대선 개입 사태가 들불처럼 번질 기세다.

이는 앞서 출범한 범야권 연대기구인 ‘국가기관 선거개입 진상규명과 민주헌정질서 회복을 위한 각계 연석회의(각계 연석회의)’의 시국선언 등과 맞물려 국민적 저항 움직임이 초읽기에 들어았다. 박 대통령이 집권 초기에 미증유의 위기에 처한 셈이다.

문제는 ‘협상과 타협의 여지를 봉쇄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전략적 부재가 국가기관 대선 개입 사태의 확산을 자초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한 박 대통령이 지난 1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여야 합의’ 명분을 내세워 공을 국회로 떠넘겼지만, 이는 국정원 사태의 출구전략인 ‘양특’ 수용의 출구를 막는 결과를 초래했다.

▲ 지난달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보위 회의실 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남재준 국정원(오른쪽)과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Newsis

또한 청와대 ‘눈치 보기’에 급급한 새누리당은 ‘국정원 개혁특위 수용-특검 반대’ 카드를 들고 나오면서 대야협상 창구를 스스로 봉쇄해버렸다. 강경 일변도인 청와대와 전략부재를 드러낸 새누리당이 국가기관 대선 개입 사태를 자초했다는 비판도 이 지점과 맞물린다.

18대 대선 불법개입 논란은 박근혜 정권 출범 전부터 야권성향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민주당은 박근혜 정권 정통성 문제를 드러내는 데 주저했다.

직선제 이후 위기 맞은 역대 정권과 朴대통령과의 차이점은?

지난 1월 문재인 민주당 의원은 대선 수개표 재검토와 관련해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고 반대 의사를 천명했고, 4월 11일 소속 의원들과의 오찬에선 “모든 것은 내 책임이다”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 6월 출입기자들과의 산행에선 “이제 와서 박 대통령에게 선거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도움받은 바 없다’라고 원론적인 입장 표명에 그친 사이, 국정원뿐 아니라 군국사이버사령부, 국가보훈처 등의 대선 개입 의혹이 불거졌다.

▲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민주당 '김무성, 권영세 면죄부 수사 규탄대회'에 참석한 국회 법사위 민주당 의원들.@Newsis

그러자 문 의원의 발언도 조금씩 높아졌다. “NLL(서해 북방한계선) 논란의 본질은 안보를 대선공작과 정치공작의 수단으로 악용한 것(8월 6일)→지금 상황을 풀 수 있는 분은 박 대통령 밖에 없다.(8월 18일)→(국정원 대선 개입에) 박 대통령이 그 수혜자(9월 12일)→지난 대선은 불공정했다.(10월 23일)”

또한 청와대의 ‘윤석열(여주지청장) 찍어내기’ 파문에 휩싸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정회 부장검사)은 21일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의 121만 건의 트윗 글을 추가로 발견했다. 선거 관련 글 64만7000여건, 정치 관련 글 56만2000여건 등이다.

그러자 민주당은 같은 날 국회 대정부질문 직후 서울광장으로 뛰쳐나가 박 대통령을 향해 ‘양특’ 수용을 거듭 압박했고, 당 내부에선 ‘3.15 부정선거’ 발언까지 나왔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대통령에게 ‘양특 수용’을 촉구한 뒤 “박근혜 정부의 국내외 정치가 취임 1년도 안 돼서 모두 사면초가에 직면해 있다”면서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보고 싶은 것만 보기 때문이다. 해야 할 말을 제때 하고 봐야 할 것을 똑바로 봐야 한다. 국민들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라고 대대적인 대여공세를 예고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검찰의 121만 건의 트윗 글을 추가 발견 등을 “검찰의 부풀리기”로 규정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현재 진행형이고 검찰 수사의 타당성은 법원이 판단할 일”이라며 국가기관 특검 요구를 일축했다. 현재 국면을 바꿀 의지가 없음을 드러낸 셈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박 대통령이 국가기관 대선 개입 사태에 대처하는 방식이다. 87년 체제 이후 노태우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역대 정권은 모두 취임 초 위기를 맞았다.

군사정권의 한계를 드러낸 노태우 정권은 87년 6월 항쟁으로 불거진 국민들의 5공 청산 요구에 상당한 압박을 받았다. 5공 청산에 속도를 내지 않던 노태우 정권은 당시 총선에서 여소여대 국면에 처하면서 5공 청산의 대의를 받아들였다. 국면전환이 필요해서다.

문민정부의 역사를 연 김영삼 정권은 6공화국 청산이란 시대적 과제를 안았다. 취임 초 하나회 청산을 단행한 김영삼 정권은 당시 민자당 내 민주계 핵심인 최형우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민정계 선긋기에 나섰다. 이후 출범한 김대중 정권은 외환위기라는 초유의 사태로 전 정권 선긋기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다.

시민주권론을 앞세워 출범한 노무현 정부는 당시 다수당인 한나라당의 ‘대북 특검’ 요구를 수용하면서 소수여당의 한계를 돌파했다. 결국 ‘노태우-김영삼’ 정권은 전 정권과의 선긋기, 노무현 정부는 반대 진영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집권 초기 위기를 극복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여전히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은 전 정권과의 선긋기도 야권의 요구도 거부하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와 만나 검찰의 국정원 트윗글 추가 확보와 관련해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냐”라며 “천주교 사제들까지 나서서 대통령 사퇴를 요구하는 시국미사를 하고 있다. 지금은 분명한 정권 위기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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